순천경찰 ‘兪 왼손’ 정확한 정보 몰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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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일가 수사/허술한 검경]
유병언 손가락 끝만 약간 잘려… “마디 절단 없어… 兪 아니다” 보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아닙니다. 시신 왼손가락 끝마디는 절단되지 않았습니다.”

6월 12일 오전 9시 6분경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 변사자가 있다”는 밭주인 박모 씨(77)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천경찰서 형사들은 현장을 살펴본 뒤 간부들에게 이같이 보고했다.

형사들은 이날 매실밭에서 노인의 시신을 살펴본 뒤 노숙인으로 판단했다. 이후 시신 검안과 부검 과정에서 “특이한 점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시신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7월 21일 ‘변사체 유전자가 유 전 회장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이 커졌다.

순천서 형사들은 이번 변사사건을 조사할 당시 유 전 회장의 시신 왼손 둘째, 넷째 손가락이 일부 잘려 있는지만 살펴보는 실수를 했다. 유 전 회장은 그동안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왼손 둘째 손가락 끝만 약간 잘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형사들은 시신이 워낙 부패해 둘째 손가락 끝마디가 잘린 사실을 알아볼 수 없는데도 “손가락 끝이 절단되지 않았다”고 잘못 보고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순천서 형사들은 유 전 회장의 얼굴과 키, 머리카락이 백발이라는 수배 전단 정보밖에 몰랐다. 언론을 통해 유 전 회장이 1966년 전기톱으로 왼손 둘째, 넷째 손가락 끝마디 일부가 절단됐다는 정보만 알고 있었고 어느 정도 절단됐는지조차 몰랐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평소 스쿠알렌과 육포를 즐겨 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 정보를 순천서 측과 공유하지 않았다고 한다.

순천서 형사들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왼손가락 지문 채취를 두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시신의 부패가 심해 지문 채취도, 손가락 훼손 여부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순천=이형주 peneye09@donga.com·조동주 기자
#유병언#세모그룹#변사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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