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대신 기업용 메신저 깔았더니… 쉼표 생기고 성과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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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행복원정대:워라밸을 찾아서]2부 일하는 방식이 확 달라진다
<2> 메시지 폭탄 막는 IT 협업툴

《 이경석 쏘카 호남사업팀장은 지난해 9월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 관광 사업자 공모를 접했다. 관광 콘텐츠 사업자를 모집하는 공모 사업이다. 쏘카는 2011년 설립된 국내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다. ‘우리 자동차와 관광 서비스를 결합해 보는 건 어떨까.’ 이 팀장은 공모에 지원하고 싶어졌다. 그는 이 회사의 광주 사무소에서 근무한다. 서울 본사 마케팅팀, 디자인팀의 도움이 필요했다. 일반 회사라면 담당 부서장 결재를 받고, 부서장이 서울 본사 마케팅, 디자인팀장에게 일일이 연락해 허락을 구해야 할 것이다.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은 필수다. 서울-광주를 오가는 데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든다. 》
 
하지만 이 팀장은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었다. 그는 온라인에 접속해 사내 메신저, 게시판을 포괄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협업툴에 들어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올렸다. 며칠 만에 16명으로 구성된 자발적 TF팀이 꾸려졌다. 협업툴에 ‘TF_한국관광공사공모’ 채널(게시판)이 생겼다. 본사 브랜드 마케팅팀은 배우 권혁수 목소리를 빌리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브랜드 디자인팀은 자동차 외관을 호남 주요 관광지의 이미지로 래핑(도배)하겠다고 의견을 올렸다. 결국 TF팀은 지난해 10월 공모 사업을 따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서비스가 ‘역사와만났쏘카’다. 전북 주요 도시에서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차를 빌리면 배우 권혁수의 역사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 올해 1월 첫선을 보이고 두 달간 200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난 수다.

쏘카 관계자는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부서끼리 쉽게 TF팀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니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졌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 시간을 벌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 장벽을 넘어 ‘역사와만났쏘카’ 아이디어가 공유된 협업툴은 ‘슬랙’이다. 2013년 창업한 기업 메신저 기업이다. e메일, 문서 공유, 대화 등 모든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합한 기업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카카오톡 같은 개인용 메신저가 대화 내용과 공유 파일 정보를 오래 저장하기 힘들어 슬랙 같은 협업툴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게 쏘카 측의 설명이다. 친구와 회사 업무가 얽혀 있지 않아 퇴근 후 ‘카톡 폭격’을 회사 차원에서 막을 수도 있다. 업무시간 외에는 알림이 울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협업툴의 가장 큰 장점은 빨리 아이디어를 모으고 사업화해 시간 낭비를 줄인다는 점이다.

“우버이츠(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 파트너로 직접 음식을 배달하고 돈을 벌어봤는데 서비스 장점을 쏘카에도 꼭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쏘카부름 서비스 담당 이광빈 매니저)

쏘카 슬랙에는 ‘#all_막던짐’이라는 게시판이 있다. 부서, 지위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든, 어떤 글이든 올릴 수 있다. 게시판 공지사항에는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막 던짐, 자기검열과 R&R(역할과 책임)은 잠시 잊어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쏘카 관계자는 “본인 업무도 아닌데 왜 간섭이냐’는 식의 비난, 힐난은 없다”고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비스들이 쏘카부름(차 배달 서비스), 쏘카마켓(숙박, 외식 상품 장터) 등이다.

협업툴은 정보 공유에도 활용된다. 권승욱 PR&소셜팀 매니저는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과거에 진행됐던 업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협업툴을 활용해 과거에 나눴던 대화와 각종 자료까지 볼 수 있어 업무를 빨리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협업툴은 퇴근 후 메시지 폭격을 막아줄 수 있을까. “개인용 메신저에는 친구나 회사 사람이 다 섞여 있으니 차단하기도 어렵고 그냥 다 얽히게 되지 않나요. 업무용은 스마트폰에서도 구동되지만 그냥 부재중이라고 나가면 돼요. 퇴근하면 퇴근한 거죠.”

쏘카 관계자 말처럼 업무용 메신저에서는 부재중 모드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네이버가 만든 협업툴 ‘라인 웍스’는 연동된 캘린더에 휴가 등 일정을 적어두면 저절로 메신저에 ‘OFF(부재중)’ 표시가 돼 메시지를 보낼 수 없게 했다. 스타트업 토스랩이 개발한 협업툴 잔디의 경우 ‘부재중 설정’이라는 기능을 통해 업무시간이 지나면 알림을 끄게 할 수 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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