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兆 학자금 대출, 청년백수 옥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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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잔액 5년동안 3兆 이상 급증
취업난에 빚 못갚는 졸업생 늘어… 장기 연체 ‘신용유의자’ 2만여명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김모 씨(25)는 빚이 1600만 원 있다. 몇 년 전 경기 용인시에 사는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집에서 학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것만으로 학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빚은 계속 불어났다. 한때 창업을 꿈꾸기도 했지만 지금은 하루빨리 취업해 대출금을 갚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김 씨는 “대학원 진학의 꿈도 대출금 부담 때문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대란 속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은 20대 청춘들이 구직난과 빚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취업이 안 돼 빚에 허덕이다 결국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 딱지가 붙는 청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29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국가장학사업과 학자금 대출을 총괄하는 한국장학재단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학, 대학원생의 학자금 대출 잔액은 2010년 말 9조739억 원에서 지난달 말 12조3149억 원으로 35.7%나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 이용자도 151만 명에서 182만4300명으로 불어났고 1인 평균 대출액은 601만 원에서 675만 원으로 12.3% 뛰었다.

문제는 경기 악화와 청년 취업난 심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학자금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유의자는 올해 6월 말 현재 2만915명이었다. 2013년 말 4만1691명으로 불어났던 신용유의자가 지난해 정부의 부채탕감 조치로 작년 말 2만231명까지 대폭 줄었지만 6개월 만에 다시 700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취업 후 소득이 생기면 돈을 갚기로 되어 있는 ‘든든학자금’ 미상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원리금의 5%도 갚지 못한 든든학자금 장기 미상환자는 2013년 말 1000명에서 2014년 말 1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을 통해 과도한 대출을 자제토록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교육부와 금융위원회가 정부 학자금 대출을 전담하는 한국장학재단의 대출 관행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함께 시중금리의 하락 추세에 맞춰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유재동 기자·

권오신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학자금#대출#청년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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