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과열 막겠다더니… 모집기준 뒤죽박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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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지원 나흘전 ‘긴급 수정’

서울시교육청의 무성의한 유치원 신입생 선발 정책이 학부모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충분한 연구 없이 급조된 제도로 혼선을 일으키는가 하면 보름 정도 남은 추첨일을 갑자기 일주일가량 앞당겨 불편을 가중시킨 것. 이로 인해 학부모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시교육청은 유치원 원서 접수일(12월 1일)을 4일 남긴 27일 부랴부랴 긴급회의를 열고 수정안을 발표했다.

당초 시교육청은 내년 서울지역 유치원 신입생 선발을 기존 무제한 지원에서 3회로 제한하는 방식(가나다군 지원제)으로 변경한다고 11일 발표했다. 이 제도는 서울지역 유치원을 ‘가, 나, 다’ 3개 군으로 나눠 군별로 1곳씩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 시교육청이 제도를 바꾼 것은 좋은 유치원을 중심으로 중복 지원이 심해 경쟁률이 몇백 대 1에 이를 정도로 유치원 입학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입생 선발을 앞두고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가장 큰 문제는 가, 나, 다군에 배치된 유치원 수가 고르지 않다는 점. 사립 유치원은 3개 군 중 원하는 군을 선택할 수 있고, 공립 유치원은 가, 나군 중에서 선택한다. 유치원에 군을 선택할 자율권을 주다 보니 유치원 입장에서는 먼저 정원을 채우기 위해 가군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엄마들 입장에서는 자녀를 집과 가깝고 교육 환경도 좋은 유치원에 보내고 싶은데 대부분 유치원이 가군에 몰려있다 보니 선택의 폭이 자연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가군에 원서를 넣었다가 떨어지면 당장 집에서 먼 나, 다군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한 주부는 “집 주변 종암동 길음동 돈암동의 모든 유치원이 가군”이라며 “인접한 다른 구에 있는 유치원들도 가군이라 떨어질 경우 집에서 최소 1, 2시간 떨어진 곳을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추첨일 변경도 혼선을 가중시켰다. 당초 가군은 추첨일이 다음 달 10일이었으나 시교육청은 이를 다음 달 4일로 변경했다. 나군은 11일에서 5일로, 다군은 12일에서 10일로 당겨졌다. 시교육청은 “가군에 너무 많은 유치원이 몰려 조정하는 과정에서 날짜를 앞당겨 달라는 일부 유치원 측의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유치원 신입생 선발 방식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시교육청은 27일 저녁 군별로 총 3회만 지원하던 방식을 4회로 늘리고, 특정 군에 너무 많은 유치원이 몰리지 않도록 조정한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공립 유치원은 원래대로 가군(12월 10일)과 나군(12일)에 추첨하고, 사립 유치원은 군별로 숫자를 재조정해 가군(12월 4일), 나군(5일), 다군(10일)에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학부모들은 12월 4일(264곳), 5일(209곳), 10일(305곳), 12일(84곳) 등 총 4회 유치원 원아모집 추첨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김모 씨(35)는 “개선안이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도 엄마들은 혼란스러워한다”며 “유치원 입학 경쟁이 심하다고 해서 지원 횟수 자체를 제한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김희균 기자
#서울교육청#유치원#유치원 신입생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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