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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four)에버육아]<3>딸이든 아들이든…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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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four)에버육아]<3>딸이든 아들이든…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

이미지기자 입력 2018-04-09 13:47수정 2018-08-1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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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들 옷장과 옷걸이에서 검거나 파란 옷을 찾기 힘들다. 벌써 집에 들인 공주 드레스만 5벌이다.




‘딸이냐, 아들이냐.’

많은 부모들이 임신했을 때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 아닐까. 나 역시 그랬다. 딸이든 아들이든 내 새끼는 다 예쁘지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선호도가 있었다. 첫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둘째는 딸이든 아들이든 크게 관계없었다. 막내는 아들을 바랐다.

결과는? 셋 모두 딸이었다.
아이를 낳고 알았다. 나라는 인간을 규정짓는 카테고리에 내 아이의 성별도 포함돼있다는 사실을. 세상은 딸 엄마냐, 아들 엄마냐에 따라 엄마를 구분했다. 엄마들 모임도 거기에 맞춰 따로 만들어졌다.

첫째의 첫 어린이집에서 만난 엄마들과 한동안 자주 만났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딸만 가진 엄마들이었다. 그중 유일한 아들 엄마는 어느 새인가부터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사이가 틀어지거나 초청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 아이들끼리 어울리기 애매해서, 화제가 달라서, 이질감을 느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테다.아이를 키워보니 확실히 딸이냐 아들이냐에 따라 궁금한 것, 사 달라고 조르는 물건, 놀러가자는 곳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딸들은 장난감을 살 때도 ‘시크릿 쥬쥬’ ‘프리파라’, 디즈니 공주 드레스를 고른다. 반면 아들들은 ‘또봇’이니 ‘파워레인저’니 하는 로봇과 레고 시리즈를 사 모은다. 엄마들 성향도 마찬가지다. 딸 엄마는 키즈 카페를 가도 공주 풍의 키즈 카페를 가고, 캐릭터 룸 숙박을 해도 샤방샤방한 분위기의 방을 고른다.

딸들이 상대적으로 아들보다는 얌전하다는 생각은 어떨까. 물론 우리 집은 애가 셋이다 보니 딸들이라 해도 잡고 뛰며 놀 때가 많아 썩 조용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아들 많은 집보다는 조용한 듯 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한 언니가 있다. 그 집은 아들만 둘이다. 그 집 둘째와 우리 첫째가 같은 어린이집 친구라 종종 왕래했다. 한 번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팽이를 만들었다고 가져왔다. 그 다음 날 언니가 “팽이 때문에 난리가 났다. 우리 애(아들)가 팽이를 던지며 놀다가 TV 모니터와 천장 등이 깨졌다”고 했다. 우리 아이와 그 집 아이가 서로 내 거니, 네 거니 다투긴 했지만 오롯이 바닥에서 팽이를 굴리고 있는 우리 딸들을 보며 ‘아들 엄마는 준 조폭(?)이 된다더니, 역시 남자애들은 다른 건가’ 싶었다.

정말 아들은, 아들 엄마는 다를까?

사람은 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과 후회를 갖는다. 나 역시 ‘가져보지 않는 아이’에 대한 호기심과 선망이 있었다. 지인 중 아들을 낳은 엄마들이 아이 몸무게나 식성, 성향을 이야기할 때면 비슷한 월령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생소했다.

나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우리가 생물학적 ‘성(sex)’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이 사회적으로 ‘규정(gender)’된다고 배웠다. 막상 아이를 키우며 주변서 듣고 보는 건 그렇지 않은 듯했다. 딸은 아기 때부터 딸, 아들은 아기 때부터 아들이라고들 했다.

그래서인지 “넌 아들 안 키워봐서 모르는데”라고 하면 묘한 결여감마저 느껴졌다. 물론 이건 반대로 딸이 없는 엄마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형제·자매끼리는 동성인 게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딸, 아들 모두를 가진 엄마를 만나면 어쩐지 완전체 앞에 선 불완전체 같은 생각이 들곤 했다.

서로 자매이자 친구인 우리 딸들
딸 셋을 데리고 나들이 나갈 때 참견하기 좋아하시는 어르신이라도 만나면 더 그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다가와 “요샌 딸이 좋다더라”고 뜬금없이 위로를 하려 드시는 분들은 약과다. 아예 대놓고 “아들 하나 있어야 할 텐데”라거나 심지어 “아들 낳으려다 못 낳았구나”라 하는 분도 있다.

한 편으론 화가 나면서도 왜 한 편으론 주눅이 들까. 아들, 그게 뭐 대수라고.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하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 머릿속에 아들은 ‘하나 있어야 할’ 그런 것이었고, 난 그런 중요한 것을 못 가진 엄마였다.

덜컥 넷째가 생겼을 때 ‘어떻게 키울까’를 고민함과 동시에 성별에 대한 걱정이 들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것쯤 초월했다는 초연한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임신 사실을 늦게 알아 한 달여만 지나면 성별을 알 수 있는 시기였기에 더욱 초조한 마음이 더했다.

임신 중기를 넘어선 지금 복중 아기의 성별이 대략 밝혀졌다. 요새는 기계가 좋아 의사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딸인지, 아들인지 보인다. 특히 이제 ‘초음파 해독의 준 전문가’가 된 내 눈엔 딱 보였다.

딸이든 아들이든 최선을 다해 키운다는 엄마 마음이 다를까. 유난한 ‘아들 앓이’를 했을 옛날 엄마들도, 시대가 달라져 ‘딸 앓이’를 하고 있을 요즘 엄마들도, 세상의 모든 엄마가 마찬가지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하나도 없다. 나 역시 4번째 손가락이 그저 무탈하게 건강하게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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