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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생명 통로’ 급할땐 걷어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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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생명 통로’ 급할땐 걷어차세요

권기범 기자 , 사공성근 기자 입력 2018-02-14 03:00수정 2018-02-14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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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야 지킨다, 족집게 ‘생존 수칙’]<7> 아파트 ‘경량 칸막이’ 막으면 안돼

서울 노원소방서 안병철 소방관이 아파트 발코니 경량 칸막이를 발로 차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보세요, 통통 소리가 나죠?”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서울 노원소방서 안병철 소방관이 605호 베란다 벽을 두드리며 말했다. 606호와 연결된 베란다를 막아주는 벽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시멘트 벽이지만 실은 두께가 1cm도 되지 않는 석고보드로 돼 있다. 망치를 사용하거나 발로 세게 걷어차면 단숨에 깨진다. 그래서 일부 아파트 주민은 “돈 아끼려고 싸구려 소재 썼다”고 건설사에 항의하기도 한다.

이 벽은 비상 대피를 위해 만든 통로다. 현관으로 대피할 수 없을 때 옆집을 통해 대피하도록 만든 ‘경량 칸막이’다. 아파트에 설치된 대표적인 비상 대피 시설이다. 비상계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층 아파트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현관을 빠져나가기도 어려울 정도의 큰불이 났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대피 공간은 방화문 덕분에 일정 시간 화염과 유독가스를 피할 수 있다. 소방청 제공

2005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 4층 이상에는 이런 대피 수단이 의무적으로 설치돼 있다. 경량 칸막이 외에도 ‘대피 공간’과 ‘하향식 피난구’도 있다. 아예 옆집으로 드나들 수 있는 비상구가 마련된 곳도 있다. 그런데 자기 집에 이런 공간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노원소방서는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면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면 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에 붙어 있는 비상 대피로 도면에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지금 살고 있는 곳이 1992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라면 대부분 집 안에 마땅한 대피 공간이 없다. 1992∼2005년 사이에 지어진 복도식 아파트라면 경량 칸막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경량 칸막이는 베란다나 발코니 양쪽 끝 중 한 곳에 있다. ‘비상구’ ‘이곳을 깨고 탈출하세요’ 같은 스티커가 붙어 있다. 스티커가 보이지 않으면 손으로 두드리면 알 수 있다. 두께가 1cm 미만의 합판이나 석고보드 등의 재질로 돼 있어 ‘통통’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 기간에 지어진 아파트라도 경량 칸막이가 없을 수 있다. 의무 설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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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는 대피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은 곳이 많다. 면적이 2∼3m²로 크지 않지만 대피하기에는 충분한 구조다. 열기를 30분 이상 막아주고, 불이 밀고 들어오지 않도록 1시간가량 지켜주는 ‘갑종 방화문’이 설치돼 있다. 이곳으로 대피한 뒤 휴대전화 등으로 구조를 요청하면 된다.

하향식 피난구는 발코니 바닥을 통해 아래층으로 피신할 수 있는 시설이다. 문을 열면 간이 사다리가 있다. 119래드 제공
‘하향식 피난구’는 가장 확실한 대피 수단으로 꼽힌다. 발코니 벽에 사각 모양의 맨홀 형태로 설치한다. 위급할 때 문을 열고 임시 사다리를 내려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위쪽을 향해 치솟는 화염과 연기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절도나 주거 침입 우려로 설치를 꺼리는 곳이 많다.

많은 가정에서 대피 공간이나 경량 칸막이가 설치된 발코니를 창고처럼 쓴다. 비상 상황을 감안하면 가급적 이 공간을 비워놓는 것이 좋다. 특히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가전제품이나 벽 전체를 가로막는 수납장은 대피 과정에 치명적 장애물이다.

소방 관계자는 “어둡고 밀폐된 공간으로 숨지 말고 발코니 등으로 대피한 뒤 연기가 들어오지 않게 문이나 창틈을 막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사공성근 기자

#아파트#경량 칸막이#소방관#화재#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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