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고 하면 뭐? 전교생이 까까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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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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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 공부 각오 보여주자”

전남 순천고 2학년 학생들이 교과교실에서 수준별 수업을 받고 있다. 순천고는 내년부터 자율형 공립고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고무된 분위기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순천고 2학년 학생들이 교과교실에서 수준별 수업을 받고 있다. 순천고는 내년부터 자율형 공립고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고무된 분위기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2일 오전 전남 순천시 인제동 순천고 정문. 등교하는 학생들은 한결같이 까까머리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20여 일 앞둔 고3 교실에서 만난 수험생들도 온통 까까머리였다. 이미 2011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 합격한 정준현 군(18·고3)은 “신입생 때는 까까머리가 너무 낯설었는데 이제는 익숙하다”며 “잡념 없이 공부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2학년 학생들은 “처음에는 창피한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까까머리 스타일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들은 “선배들이 물려준 전통이라 전교생 1374명이 까까머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순천고의 까까머리 전통은 2006년 2월부터다. 당시 순천고 3학년 진학부장이던 안정복 교사(54·현재 여수 화양고 재직)가 머리를 짧게 깎고 와서는 학생들에게 “새 각오로 공부하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학생과 교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안 교사는 “전교생이 까까머리인 곳은 순천고가 전국에서 유일할 것”이라고 했다. 순천고의 영향을 받은 일부 학교에서 까까머리를 실시하려 했지만 자율 사항이어서 순천고처럼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그 덕분인지 입학할 때는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학생들도 졸업할 때는 대부분 성적이 향상돼 진학 실적도 좋아졌다. 신입생 400여 명 가운데 명문대 진학자가 2, 3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여 명으로 늘었다. 이런 효과에 힘입어 순천고는 최근 자율형 공립고에 선정됐다. 옥경재 교장은 “머리를 짧게 깎으면 외모에 신경을 쓰는 시간을 줄이고 무분별한 행동을 자제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순천고 졸업생인 노건 씨(22·서울대 법대 4년)는 “까까머리는 공부에 큰 도움이 됐고 지금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까까머리 전통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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