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촉발한 와인스틴 영화사 파산신청, 비밀유지 협약 풀려… ‘폭로 2막’ 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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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 피해자 입막음 협약 해제… “누구도 침묵 강요받지 말아야”
와인스틴 성추문후 삶 만신창이… 뉴욕 법무장관 시민권 소송 제기
뉴욕-LA 이어 런던경찰 수사압박
前부인에겐 214억 위자료 줄 판


세계적인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을 촉발한 미국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사진)의 영화 제작사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 회사가 최종 파산되면 와인스틴의 성폭력 피해자와 회사 간의 비밀 유지 협약이 풀려 ‘미투 폭로 2막’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와인스틴이 공동 창립한 영화제작사 ‘와인스틴 컴퍼니’가 전날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와인스틴은 30여 년간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와 직원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지난해 10월부터 잇따라 폭로된 뒤 경찰 수사를 받아 왔다. 지금까지 70명이 넘는 여성이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폭로가 이어지자 와인스틴은 자신이 세운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는 굴욕까지 당했다.


와인스틴 컴퍼니는 19일 직원들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지 못하도록 맺은 비밀유지협약(NDA)을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와인스틴이 피해자들의 입막음을 위한 무기로 NDA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도 말하기를 두려워하거나 침묵을 강요받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투 이후 와인스틴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할리우드 연예 매체 TMZ는 올 1월 와인스틴이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생크추어리 캐멀백 마운틴 리조트의 식당에서 한 남성에게 얻어맞았다고 전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이 남성은 와인스틴에게 다가와 욕설을 퍼붓고 뺨을 두 번 때렸다. 공공장소에서 제대로 망신을 당한 와인스틴은 맞서 싸우지도 않았고, 경찰에게 가해자를 신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부인이던 패션 디자이너 조지나 채프먼으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했다.

와인스틴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결국 파경을 받아들여야 했다. 외신은 와인스틴이 부인에게 2000만 달러(약 214억4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에릭 슈나이더먼 뉴욕주 법무장관은 회사 직원을 성추행하고 성차별 및 협박을 일삼은 와인스틴과 그의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 영화제작사 와인스틴 컴퍼니 등을 상대로 직원들의 인권 및 시민권 침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와인스틴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경찰에서는 물론이고 대서양 건너 영국 런던경찰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로버트 보이스 뉴욕시 수석수사관은 이달 8일 영국 가디언에 “우리는 수사 과정에서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 뉴욕주 지방 검사가 기소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인스틴의 유죄 확증을 위한 증거 수집에 주력해 왔다는 얘기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와인스틴#미투#성추문#파산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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