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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건혁]원전 수출 마케팅에 재뿌린 靑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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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건혁]원전 수출 마케팅에 재뿌린 靑보좌관

이건혁·경제부 입력 2017-11-01 03:00수정 2017-11-01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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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혁·경제부
“한국은 앞으로 60년에 걸쳐 원자력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러분도 이를 공유하기를 바란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장관급회의에 참석한 문미옥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은 이같이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두고 “문 보좌관이 한국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국제사회에 소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문 보좌관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공론조사를 통해 풀었다”며 한국의 에너지 상황도 소개했다.

현 정부는 탈(脫)원전을 골자로 한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를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순 없다. 문제는 이런 홍보를 한 장소와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점이다. 옷 하나를 입어도 시간, 장소, 목적(TPO)에 맞추는 게 상식인데 정부는 고위 관료가 참석한 국제행사에서 이를 간과했다.

문 보좌관이 성명을 발표한 IAEA 장관급회의는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의 시운전을 자축하기 위해 UAE가 마련한 자리다. UAE는 67개 IAEA 회원국의 원전 관련 인사 약 700명을 불러 모아 바라카 원전을 함께 둘러보면서 한국의 기술력으로 지어진 원전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알렸다. 한국산(産) 원전을 치켜세우는 잔치판이었다.

한국 원전의 기술력을 과시해야 할 자리에서 정부는 탈원전 의지를 강조했다. 이곳에는 원전 수주를 놓고 한국과 경쟁하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관계자들이 일제히 참석했다. 한국의 탈원전 선포에 이들은 속으로 박수를 쳤을 것이다. 국익 차원에서 현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원전수출전략협의회에서 “원전 수출에 도움을 주겠다고 한 말을 초지일관 지키겠다”고 했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의 담당자를 만나 원전 수주 의지도 전달했다. 장관급 회의에 차관보급(1급) 인사를 보내기로 했다가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청와대 보좌관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끝내 원전 수출에 보탬이 될 만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국제사회에 한국을 탈원전 국가로 각인시킴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탄식했다. 산업계가 정부의 원전 수출 의지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원전 수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산업부의 논평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건혁·경제부 gun@donga.com
#원전#수출#마케팅#보좌관#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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