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종양수술 연기될 수 있다고 해… 걱정이 태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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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에 전임의까지 파업 동참
서울대병원 수술 120→60건 등 대형병원 수술-진료 차질 잇따라
응급실-외래진료도 환자 불편
동네병원은 상대적으로 휴진 적어

“다음 달 콩팥 종양수술이 예정돼 있는데 파업 때문에 수술을 못 할 수도 있다니 너무 걱정되네요. 10년 넘게 이 병원을 다녔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에요.”

26일 서울 대형병원에서 만난 황모 씨(59)는 “병원 측에서 전공의·전임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수술이 연기될 수 있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황 씨가 수술 전 검진 차원에서 25일 받을 예정이던 이비인후과 진료는 아예 취소됐다. 24일 오전까지만 해도 병원 측이 진료 안내 문자를 보냈는데, 당일 저녁 갑자기 취소 전화를 했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 2차 파업 첫날인 26일 주요 대학병원들에서는 진료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21일부터 전공의(인턴 및 레지던트)들이, 24일부터 전임의(펠로)들도 순차적으로 파업에 가세하기 시작해 이날 파업 참여 규모가 커졌다. 전임의는 전공의보다 인원은 적지만 수술이나 진료에서 맡는 책임은 더 크다. 이에 따라 주요 대학병원들은 이날 중증환자 응급수술 등을 제외하고 전체 수술건수의 30∼50%를 연기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예정된 수술건수의 약 34%인 65건을 미뤘다. 이 병원에선 전체 전공의 498명 중 467명(94%)이, 전임의 266명 중 11명(4%)이 파업에 참여했다. 병원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연기되는 수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평소 하루 평균 120건 정도인 수술을 이날 60건(50%)으로 줄였다. 전체 수술방 31개 중 14개만 열었다. 서울성모병원도 전체 수술의 약 30%를 미뤘고, 서울아산병원은 30∼40%를 연기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응급 혹은 중증환자 우선으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병원 응급실도 진료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 부족으로 신규 입원이 막히면서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이날 응급실 내 병상 30개가 모두 찼다. 병원 관계자는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이 소화하지 못한 환자들이 계속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의 외래진료도 대기 시간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내과 외래진료의 경우 환자들의 평균 대기 시간이 1시간 40분이었다. 평소 대기시간(약 20분)의 5배에 달한 것. 이곳에서 만난 환자 정모 씨(65)는 “4년 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4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으러 오는데 이렇게 오래 기다린 건 처음”이라고 했다.

반면 동네 병원들은 상대적으로 휴진율이 낮아 진료 차질이 크게 빚어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2787개 중 3549개(10.8%)가 휴진했다. 이날 취재팀이 확인한 서울 영등포구 및 성동구 일대 동네 병원 90개 중 9개(성동구 6개, 영등포구 3개)만 문을 닫았다. 문을 닫은 병원들 가운데 의협의 집단 휴진에 동참한다고 알린 곳은 없었다. 그 대신 일부 병원은 휴가 공지만 걸어놓았다. 몇몇 환자들은 휴진 사실을 모르고 병원을 찾았다가 난감해했다. 이날 영등포구의 피부과 의원을 찾아온 신석순 씨(76)는 “강서구의 동네 병원이 문을 닫아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도 닫았다”며 허탈해했다.

문을 연 동네 병원들에선 대기 인원이 많지 않아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14일 의협 1차 파업 때 빚어진 일부 동네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성동구의 한 내과병원 관계자는 “오늘 내원한 환자 수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김소민·박종민 기자
#의사 총파업#수술 연기#전임의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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