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휴대전화’ 집에두고 나들이… 확진자 접촉뒤 회사 출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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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중대본, 자가격리 위반 137건 적발

전북 군산의 한 대학에 다니는 베트남 국적 유학생 3명은 이달 3일 오후 7시경 각자가 거주하는 원룸을 벗어났다. 대학 인근 호수공원을 함께 찾은 이들은 5시간가량을 공원에서 머물다 다음 날인 4일 0시 16분 귀가했다. 3명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관련한 자가 격리 대상자였다. 여학생 2명은 지난달 28일 입국했고, 남학생 1명은 이달 1일 한국에 왔다. 정부는 4월 1일부터 체류 지역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격리 조치를 하고 있는데, 전북도는 이보다 앞선 3월 27일부터 도내 거주 외국인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

베트남 국적 유학생 3명은 거주지를 벗어나 공원으로 갈 때 모두 휴대전화를 집 안에 두고 나갔다.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군산시 공무원은 이들이 자가 격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자 거주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격리 위반을 확인했다. 군산시는 이들 3명의 자가 격리 위반 사실을 법무부에 통보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가 격리 조치 위반에 대해서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한 추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 격리 위반 137건, 59건은 수사 중

정부가 고강도로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을 이달 19일까지 2주간 연장하기로 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를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자가 격리 조치 위반 사례가 잇따라 방역 당국이 애를 먹고 있다.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확인된 자가 격리 조치 위반 사례는 모두 137건이다. 정부는 이 중 사안이 중하다고 본 59건의 63명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경기 군포시에서는 자가 격리 대상인 50대 부부 가족 3명이 격리 기간에 다른 지역에 있는 미술관 인근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도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갔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A 씨(57) 부부는 딸과 함께 자가 격리 조치됐는데, A 씨 가족 3명은 자가 격리 기간에 경기 용인시의 한 미술관 인근을 다녀왔다. A 씨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경기 화성시에 있는 복권방 2곳을 찾기도 했다. A 씨는 자가 격리 해제를 하루 앞두고 있던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틀 뒤인 3일에는 A 씨 부인(53)도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딸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군포시는 A 씨 가족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자가 격리 조치를 따르지 않고 회사로 출근했다가 회사 인근 음식점까지 들른 60대 여성이 경찰에 고발당한 사례도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거주하는 B 씨(64·여)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1일 자가 격리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B 씨는 2일 출근해 4시간가량 근무하다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들러 검사를 받았고 양성으로 나왔다. 강남구는 5일 B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부산에서도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 대상이 된 50대 여성이 3일 오후 공원을 산책하다 합동점검반 단속에 적발됐다. 정부가 자가 격리자에 대한 불시 점검을 전국적으로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위반 사례가 계속 발생한 데 따른 결정이다.

○ ‘대구로 봉사 간다’ 해놓고 해외여행 다녀와

자가 격리 대상은 아니었지만 국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온 대구로 봉사하러 간다고 한 뒤 해외여행을 다녀온 한의원 원장과 직원들도 있었다.

경기 평택에 있는 한 한의원은 지난달 16일 “대구로 봉사 갑니다. 3월 20일부터 23일까지 다녀올게요. 화요일(24일)부터 정상 진료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환자들에게 보냈다. 같은 달 24일에는 “저희 봉사 다녀왔습니다. 오늘부터 정상 진료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한의원 원장과 직원 4명은 지난달 20∼23일 필리핀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시는 한의원 측이 발송한 문자가 ‘허위 내용을 표시하는 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의료법 위반 혐의로 4일 고발했다. 또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한의원 직원 중 1명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 직원은 역학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동선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경진 lkj@donga.com / 군산=박영민 / 강승현 기자

#코로나19#자가격리 위반#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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