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해고 폭탄’ 강사법… 대학에 책임 넘긴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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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학기에만 강좌 6600개 사라져… 교육부, 시행 두달 앞두고 대책발표
강사 줄이면 대학재정지원 불이익… 대학들 “현실 모르는 미봉책 불과”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다가 오히려 대량해고 사태를 부른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의 8월 시행을 앞두고 교육부가 4일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방학 중 임금 지급’ 등 대학 재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각 대학의 강사 고용 현황을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지속적인 예산 확보를 장담하기 어렵고 모호한 대책이 담긴 ‘실효성 없는 미봉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시간강사법 시행 이후 강사의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두뇌한국(BK)21 등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선정할 때 강사 고용 현황을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시간강사법은 강사 채용 시 최소 1년간 임용을 보장하고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학들은 강사 채용에 부담을 느껴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둔 올해 1학기에만 6655개의 강좌를 선제적으로 줄였다. 시간강사법은 법 제정 의도와는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나 ‘대학판 최저임금제’로 불린다.

교육부는 대학에 강사로 등록되지 않아도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시간강사 2000명을 선정해 1400만 원씩 연구비를 별도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박사학위 신규 취득자들의 강의 기회가 줄어들지 않도록 강사 임용 시 이들을 우선적으로 뽑는 ‘임용할당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또 해고된 강사들이 지역사회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나 고교학점제 프로그램의 강의를 맡을 수 있도록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에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날 교육부 발표에 대해 “대학이 처한 현실을 모르는 실효성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시간강사를 한번 고용하면 가급적 3년간 임용을 유지해야 하고, 교원 지위를 부여해야 하는 데 따른 대학의 행정적 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해고 강사들을 구제한다며 내놓은 일부 대책은 구체적 로드맵 없이 검토 단계에 놓여 있다. 논란이 된 ‘퇴직금 지급’의 기준도 모호한 상태다. 방학 중 임금(학기당 2주 치)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대학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수연 sykim@donga.com·임우선 기자
#시간강사법#교육부#대학재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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