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친인척 근무 로펌 사건’ 배당 허용…이해충돌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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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0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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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속 재판부→주심’ 배당 제외로 내규 개정
“배당특례 역이용 가능성…개정 필요성 일정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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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의 친인척이 특정 로펌에 근무하는 경우에도 주심이 아니라면 소속 재판부에 사건 배당을 허용하도록 대법원 내규가 개정됐다.

배당특례 규정이 적용되는 대법관이 늘어난 현실을 감안한 조치라지만 이해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재판 공정성을 지키려는 원칙이 후퇴했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대법원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 제7조1항을 개정해 제척 사유가 발생한 대법관에게 주심만 맡기지 않는다면 소속 재판부에도 사건을 배당할 수 있게 했다.

제척 사유는 대법관의 배우자나 4촌 이내 친인척이 근무하는 로펌이 수임하거나 검사 출신 대법관이 검사 시절 관여한 사건 또는 변호사 출신 대법관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 등이다.

대법원은 배당특례가 적용되는 대법관이 다수인 상황에서 배당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규정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법관 가운데 4촌 이내 친인척이 로펌에 근무하는 대법관은 대법원 1부 소속의 김선수 대법관과 2부의 노정희 대법관, 3부의 조희대·김재형 대법관 등 총 4명이다.

김선수 대법관은 제수가 ‘김앤장’ 소속이고 노 대법관은 조카사위가 ‘김앤장’에서 근무한다. 조 대법관은 딸과 사위가 ‘화우’와 ‘지평’에, 김재형 대법관은 배우자가 ‘KCL’에 일한다.

법조계에서도 배당특례를 역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개정 필요성에 대해선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예컨대 노동 사건에서 노동 전문인 김선수 대법관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김앤장’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조인끼리 ‘혼맥’으로 얽히는 업계 특성이나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들이 한해 수천명씩 쏟아지는 시대 변화를 기존 내규로는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고 하면 고치는 게 맞다”면서도 “애초 재판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규정 취지가 없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내규 개정이 대법관 친인척이 대형 로펌에 진출하는 데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십 명도 아닌 고작 4명의 소부 대법관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 타당하지 않다”며 “모든 로펌, 특히 대형로펌이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배당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논란이 되자 “내규 개정은 재판에 관여하지 못하는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경우 다시 재배당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사전에 주심 배당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4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소부는 대법관 3인 이상이면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제척사유가 있는 사건이 해당 대법관 1명이 소속된 소부라도 주심이 아니라면 배당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대법원은 또 “제척사유가 있는 사건이 해당 대법관이 소속된 소부의 다른 대법관에게 주심배당 되더라도 해당 대법관은 그 사건의 심리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주심배당에서 제외돼 심리에 관여하지 않은 대법관은 판결문에 서명날인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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