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아닌 생활임금으로 급여를?…서울살이의 명과 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8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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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청사를 청소하는 A 씨(52·여)는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으로 보수를 받는다. 생활임금은 서울시가 최저임금을 대신해 2015년 도입한 급여체계다. 3인 가구를 기준으로 최저임금보다 실제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교육비와 주거비 등을 고려해 책정했다. 올해 생활임금은 시급 1만148원으로 최저임금(8350원)보다 1798원 많다. 2015년 6738원에서 4년 만에 1만 원을 넘겼다. A 씨는 “최저임금보다 월 15만 원 정도 더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임금은 서울시와 시 투자·출연기관 등의 공무원 보수체계를 적용받지 않는 근로자 1만여 명에게 적용된다. 직접 고용 근로자 및 투자출연기관의 자회사 근로자, 민간위탁 근로자, 뉴딜일자리사업 참여자 등이다. 강남구와 중랑구도 올해 생활임금을 주고 있어 25개 자치구 전체가 생활임금을 도입하게 됐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임금을 받는 저소득 근로자 43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가 늘고 더 나은 문화생활이 가능해졌으며 일과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응답자들은 월 평균 197만2000원(주당 44.6시간 근무)을 받아 최저임금으로 받을 때보다 월 20만 원 이상 소득이 높았다. 소비지출이 늘었다는 응답은 50.9%였고 소비와 저축 모두 늘었다는 답변도 27.6%였다. 소비가 늘었다는 응답자 가운데 늘어난 지출 항목을 보면 식비(36.6%), 주거비(18.6%), 보건의료비(15.7%), 부채상환(11.0%) 순이었다. 교육비와 문화비도 각각 13.9%, 11.1% 늘었다. 응답자 50.3%는 “문화생활에 보탬이 됐다”고 답했다.

소득이 늘어 직장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57.1%)은 ‘만족하지 못한다’(5.5%)를 훨씬 상회했다. 특히 ‘시민에게 친절하려 노력한다’는 답변도 63.6%나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활임금으로 인한 소득증대가 공공서비스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치구가 너도나도 시를 좇아 생활임금을 지급하다보니 구 재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가운데 4개구는 예산 책정에 ‘매우 부담된다’고 답했고 18개구는 ‘어느 정도 부담된다’고 밝혔다. 22개구가 생활임금제 시행이 부담된다고 토로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재정자립도는 80.6%이지만 25개 자치구 평균은 29.3%에 그친다.

시가 민간기관에서 제공하던 복지 관련 서비스를 흡수하면서 같은 일을 해도 보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저소득자 간의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 달 문을 여는 서울사회서비스원이다. 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가 노인 장기요양, 장애인 활동 지원, 보육 등 민간에서 제공하던 돌봄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이곳에서 일하게 된 사람과 민간 기관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시의회 김소양(자유한국당), 김소영 의원(바른미래당)이 주관한 정책간담회에서 이찬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사회서비스원 종사자들은 생활임금을 받지만 같은 일을 하는 대다수 민간 기관 소속 종사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다. 민간과 공공의 처우 격차가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사회서비스원은 민간이 맡기 어려운 중증장애인 분야나 취약시간대 돌봄 등 특화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호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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