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여친 인증’, 가장 저열한 한국 포르노 문화”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0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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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여자친구 사진이 무더기로 올라오자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20일 “일베 사이트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며 “일베가 이런 상황을 방치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운영자에 대해서도 엄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민갑룡 경찰청장 취임 이후 불법촬영물 범죄 등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으며, 지난 8월부터 100일간 사이버 성폭력 특별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일베에 ‘여친 몰카 인증’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일 새벽이다. 이용자들이 돌연 ‘여친 인증’ ‘전 여친 인증’ 등 제목의 글과 몰래카메라 사진들을 잇따라 올린 것이다.

일상 생활 중 여자친구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부터 숙박업소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노출 사진도 많았다. 부분적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지만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들도 다수다. 한 유저는 자신과 여성의 얼굴을 가린 채 결혼사진을 올리며 “아내 허락을 받지 않았다. 반응이 좋으면 자세한 사진도 올리겠다”고 썼다.

대부분 게시 동의를 받지 않은 사진으로 추정되는 만큼 범죄 소지가 다분하지만 이용자들은 “나도 막차 탑승(늦게라도 인증 릴레이에 참여하겠다는 의미)한다”라는 등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댓글에는 해당 여성을 평가하는 내용 등이 달렸다.

이용자들은 경찰 수사 소식이 전해지자 “공권력으로 커뮤니티를 압박한다”며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동시에 법망을 피할 수 있다면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 이용자는 “(유죄 판결을 받을 일도) 드물지만 유죄 판결을 받아도 벌금 30~50만원만 내면 끝”이라며 “초범은 처벌이 약하다”는 글을 올렸다. 또다른 이용자는 “경찰서에 문의했더니 여자친구를 몰래 찍은 사진만 잡혀간다고 했다”며 “그것도 노출이 없으면 접수 안 되고 여자친구가 고소하지 않는 이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일베의 여자친구 등 지인이나 가족 등 ‘인증 릴레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부터 여자친구는 물론 사촌동생, 누나라며 이들의 얼굴이나 신체부위를 노출한 사진들이 연달아 올라오곤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모습에 대해 포르노 문화의 ‘밑바닥’이라고 분석하며 이용자들의 인정욕구와 연대의식에 주목했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모르는 여성의 동영상이나 몰카를 넘어서 가족이나 여자친구 등 주변인 사진을 올리는 것은 가장 저열한 한국 포르노 문화”라며 “친밀한 사람까지 성적인 대상으로 만든다는 것은 사랑으로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베 이용자들의 비뚤어진 인정욕구와 연대의식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해당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인증글’을 올리는 것이 성적인 개방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금기시 됐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선구자’로 이해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잘못된 부분도 비판하지 않는 것은 하위문화에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라며 “(주류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고립감이 심한 소수·하위문화 향유자들은 잘못된 행위에 동조함으로써 그 문화에 속한 자신도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죄책감 없이 서로 릴레이 인증을 하고 경찰 수사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은 일종의 ‘남성연대’”라며 “함께 성매매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연대감을 느끼는 것과 동일하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일베의 이 같은 ‘인증 문화’가 오래 유지될 수는 없을 거라고 보고 있다. 경찰이 바로 수사에 나서고 여성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론화가 빠르게 이뤄진 점으로 미뤄볼 때 ‘알고도 넘어가는’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다.

이 교수는 “여성들은 예전보다 각성했고 인식이 바뀌었으며 한국도 더 이상 폐쇄적인 국가가 아니다”라며 “지금과 같은 인증을 하는 일베 남성들의 문화도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19일 올라온 일베 여친 인증 참여자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 동의 수는 20일 오후 5시20분 기준으로 12만7000명을 넘어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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