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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14억 빌딩 허물고 공원… 번화가 도로, 보행자 전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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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14억 빌딩 허물고 공원… 번화가 도로, 보행자 전용으로

서형석 기자 입력 2018-09-13 03:00수정 2018-09-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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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13> 도쿄, 걷기 좋은 도시로 변신중

올 7월 기준 3.3m²(1평)당 약 14억 원으로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도쿄 긴자(銀座)에 지난달 작은 공원이 생겼다. ‘긴자 소니파크’다. 이곳은 지난해까지 일본 전자업체 소니의 전시장이 있었던 ‘긴자 소니빌딩’ 자리다. 주요 도로와 철도가 만나는 스키야바시(數寄屋橋) 교차로의 한 귀퉁이에 조성된 이 공원에는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나무를 심어 도심 속 쉼터를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반 점심시간을 맞아 긴자거리로 쏟아져 나온 직장인과 관광객들은 자연스레 이 공원을 오갔다. 이곳은 낮 12시 기준 시간당 평균 통행량이 4000여 명으로 서울 강남역 주변에 버금간다. 차량이 빽빽하게 들어차 답답하게 보이는 긴자의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스키야바시의 보행자들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 차에서 사람으로 바뀌는 도쿄 거리의 주인


이처럼 도쿄 도심에서는 차가 사라진 자리에 보행자가 자유롭게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년 뒤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를 앞둔 도쿄가 ‘걷기 좋은 도시’로 바뀌고 있다. 1964년 첫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었다면,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보행 친화 도시’로서의 도쿄의 매력을 보여줄 계획이다.

소니는 긴자 소니파크 자리에 서 있던 소니빌딩(1966년 준공)을 지난해 허물었다. 새 건물을 지어 임대수익을 노리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이곳을 도심 공원으로 만들어 2020년까지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실험’을 선택했다. 소니 관계자는 “다양한 사람이 오가는 긴자 거리 한복판에 활력을 불어넣고,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이 자리에 지어질 새 소니빌딩에도 보행자가 쉽게 오갈 수 있도록 개방형 설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긴자 소니파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으면 마주치는 ‘히비야(日比谷) 미드타운’은 옆 도로에 차로를 없애고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들었다. 이 건물은 구상부터 준공까지 1조3000억 원을 들여 올 3월 개장한 대형 복합상업시설이다. 도쿄에서 가장 바쁜 곳인 마루노우치(丸の內)와 히비야 업무지구를 끼고 있어 평소에도 보행자와 차량 통행이 잦다. 사업 시행사인 미쓰이(三井)부동산과 도쿄도는 미드타운 옆 약 170m 길이의 이면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내고 나무를 심었다. 차량이 드나들지 못하게 회색 차단봉(볼라드)도 놓았다. 어른과 어린이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그려진 파란 바탕의 원형 표지판 주변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갔다.

같은 날 오후 도쿄역 마루노우치 출구 앞 광장에서는 사진을 찍는 관광객,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펼쳐졌다. 이곳도 얼마 전까지 철도 승객을 태우기 위해 온갖 차량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도쿄도와 철도회사 JR히가시니혼(東日本)은 이곳을 6500m² 넓이의 보행광장으로 바꿔 지난해 11월 개방했다. 기존 5300m² 넓이의 역 앞 보도까지 더해 1만1800m²의 보행자 공간이 생겼다. 도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황모 씨(28·여)는 “요즘 도쿄 곳곳에 걷기 좋은 공간이 마련되고 있어 10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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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행의 질이 도시 경쟁력


첫 도쿄 올림픽이 열렸던 1964년 도쿄에는 자동차도로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슈토(首都)고속도로가 곳곳에 거미줄처럼 생겼고, 주요 거리의 차도가 넓혀졌다. 도시는 삭막해졌고, 보행자는 거리에서 밀려났다. 56년 만에 두 번째 올림픽을 열게 된 도쿄도는 올림픽 유치 이듬해인 2014년 내놓은 ‘도쿄도 장기 비전’에서 ‘안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 ‘도쿄의 매력을 향상시키는 교통’을 교통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차량이 줄어드는 대신 수도권 각지를 잇는 급행철도, 지하공간을 거미줄처럼 잇는 보행로와 연결통로를 확대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했다. 도쿄 도심 교통의 대중교통 분담률은 50%에 달한다. 보행과 자전거도 40%에 육박한다. 자가용은 10% 남짓에 그친다. 보행자와 차가 도로에서 마주칠 일이 없어지니 사고 위험도 줄어든다.

단순히 보행로 확충뿐 아니라 질(質)이 높아진 도쿄의 보행환경은 안전과 쾌적성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차량 통행을 막고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드는 것이 생소하지만, 이미 일본 등 교통안전 선진국에서는 흔하다. 앞으로 보행로 확충뿐 아니라 보행의 안전과 쾌적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행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도쿄=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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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보행#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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