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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인기에 박종철 추모 분위기도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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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인기에 박종철 추모 분위기도 ‘열기’

뉴스1입력 2018-01-13 07:06수정 2018-01-1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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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장소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추모행렬도
하숙집 있던 관악구에는 ‘박종철 거리’도
지난해 1월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 30주기 추모제를 찾은 시민들이 故 박 열사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2017.1.14/뉴스1 © News1

“한명에게라도 더 이러한 부당한 현실을 알리십시오. 내가 왜 구속되었는가를, 저들의 폭력성을, 우리들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고발하십시오. 그럴 용기가 없다면 마음속으로나마 바깥에서 오늘도 열심히 싸우고 있는 우리 친구들 저처럼 싸우다 갇혀 있는 친구, 선배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라도 쳐주십시오. 엄마, 아버지 막내는 결코 나약한 인간이 아닙니다.”

1986년 4월 ‘청계피복노조 합법화 쟁취대회’에 참여해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만 21세의 청년은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그해 7월 출소한다. 출소를 일주일 앞둔 날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의 의지가 담겼다. “막내는 결코 나약한 인간이 아닙니다.” 출소 후 이듬해 또다시 경찰에 잡혀갔지만 그는 역시 나약하지 않았다. 선배의 행적을 묻는 질문에 그는 끝까지 입을 닫았다.

오는 14일은 ‘열사’로 기록된 박종철의 31번째 기일이다. 선배를 위해 굳게 닫았던 입은 결국 그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1987년 6월항쟁으로 가는 민주주의의 길을 열었다. 최근 6월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누적관객 수가 500만에 다다르면서 박 열사에 대한 추모 분위기도 여느 때 보다 뜨겁다.

박 열사를 기리는 사업을 진행해온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기일인 14일 박 열사의 가묘가 있는 마석모란공원과 그가 숨을 거둔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추모행사를 계획한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남양주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진행되는 참배 행사에는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조작을 폭로한 이부영 전 의원 등 관련자들과 김세균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장, 영화 ‘1987’ 제작사인 우정필름 이우정 대표, 박 열사가 졸업한 서울대·부산 혜광고 재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만난다.

이어 오후 2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는 박 열사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린다. 추모제에 대해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여느 해와 다르게 문의가 많다”라며 영화 등으로 인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음이 어느 정도 실감이 된다고 말했다.

추모식을 앞두고도 박 열사가 숨을 거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건물 관리인은 “영화 상영 전에는 평균 10~15명이 방문했다면 현재는 하루 평균 50~60명으로 5배가량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11일 남영동을 찾아 박 열사가 고문을 받은 대공분실 509호와 건물 4층에 마련된 ‘박종철 기념전시실’을 관람한 대학생 박모씨(27)는 “영화를 감명 깊게 봐서 현장에 와보고 싶었는데 직접 와보니 그 당시 민주화 운동가들이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관악구 대학5길에 고(故) 박종철 열사 동판이 설치돼있다. 관악구는 박 열사의 31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살았던 하숙집 골목(왕약국 ~ 강원약국)을 '박종철 거리'로 지정했다. 2018.1.10/뉴스1 © News1

고문치사 사건의 가해자인 경찰도 직접 남영동을 찾아 박 열사를 추모할 계획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3일 오전 11시 경찰 지휘부와 함께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을 찾아 박 열사를 추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추모 후 최근 경찰이 관리하고 있는 대공분실 건물을 시민단체에 이관하라는 여론의 요구에 대해 공식적인 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대 재학시절 박 열사의 하숙집이 있었던 길목은 ‘박종철 거리’로 탈바꿈한다. 관악구청은 13일 오후 2시 관악구 대학5길에서 ‘박종철 거리’ 선포식을 열 계획이다. 이날 선포식에는 구청관계자들뿐 아니라 박 열사의 서울대 동문들도 다수 참가할 예정이다.

‘박종철 거리’ 지정 사업은 관악구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 관광사업추진단’이 지난해 박 열사의 3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구청에 사업을 제안하면서 기획됐다. 박종철거리 조성에 투입된 사업비는 총 7000만원으로 서울시가 5000만원, 관악구가 2000만원을 모았다.

관악구 관계자는 “민간에서 제안을 받아 ‘관악, 민주주의 길을 걷다’ 사업의 일환으로 박종철거리 조성을 기획했다”며 “지난해 초 서울시 공모사업에서 사업이 확정돼 거리를 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리 선포식이 있던 날, 하숙집터 맞은편에 세워진 박 열사의 동판 제막식도 함께 진행됐다. 박 열사의 초상과 약력 등이 적힌 동판에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대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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