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화한지 2시간 됐는데… 숨 차요 너무 추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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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에어포켓 생존자’ 녹취 공개

“숨이 안 쉬어져요”, “너무 추워”.

급유선에 들이받혀 전복된 배 안에 갇혔던 ‘에어포켓’ 생존자 3명은 희박한 산소와 추위 속에서 160분 넘게 버틴 끝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당시 이들의 사투는 해경과의 통화 속에 생생히 담겨 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3일 인천 옹진군 영흥도 앞바다에서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 생존자의 구조 요청 내용이 담긴 녹취를 7일 공개했다. 이들은 전복된 선실에 만들어진 에어포켓에서 해경과 11차례에 걸쳐 통화했다. 이 중 6차례의 통화 내용이 이날 공개됐다.

선창1호는 오전 6시 급유선 명진15호에 들이받힌 직후 뒤집어졌다. 심모 씨(31) 등 3명은 공기가 남아 있는 공간을 찾은 뒤 신고전화를 걸었다. 심 씨의 휴대전화가 방수(放水) 기능을 갖춘 덕분이었다. 심 씨는 자신을 ‘영흥도 신고자’라 말하며 “3명이 있다. 빨리 좀 와 달라”고 요청했다. 약 30분 후 심 씨는 휴대전화 위치를 해경 직원의 휴대전화로 전송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을 활용해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자신의 위치를 찍은 화면이다.

이어진 심 씨와 해경, 소방의 3자 통화에서 심 씨는 “선수(船首) 쪽으로 와서 바로 구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 씨와 해경 모두 “여보세요”라는 말만 6번이나 반복했다.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오전 7시 12분 10번째 통화에서 심 씨의 목소리는 매우 약해졌다. 그는 “(물이) 많이 찼다. 숨이 안 쉬어진다”고 말했다. 다급해진 해경은 “계속 선체를 두드리고 있냐. 그쪽으로 가서 두드리겠다. 전화를 끊지 말고 대기해 달라”고 말했다.

오전 7시 42분 시작된 마지막 통화에서 심 씨는 극도로 괴로워했다. 해경은 “물이 빠지는 시점이다. 더는 물이 차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며 심 씨를 안심시켰다. 심 씨는 힘이 빠진 듯 “선수” “선실 안에” “네” “안쪽” “물속에서” 등의 단답형으로 답했다. 구조시간이 길어지자 “1시간 반 됐는데” “너무 추워” “전화한 지 2시간 됐는데요”라며 호소했다. 오전 8시 41분 마침내 구조대가 이들의 위치를 파악했고 7분 뒤 3명 모두 구조됐다.

한편 해경이 폐쇄회로(CC)TV와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명진15호가 사고 발생 사실을 늦게 신고한 정황이 포착됐다. 해경에 따르면 선창1호는 3일 오전 5시 51분경 안전검사를 받고 5시 56분경 진두항을 출발해 남쪽으로 운항했다. 약 4분 후인 오전 6시경 선창1호는 명진15호에 들이받혀 전복됐다. 당초 알려진 충돌 시간은 6시 5분이었다. 명진15호 비상상황일지에도 ‘오전 6시 영흥대교 지나 남단 1마일경 낚시어선과 접촉, 어선이 뒤집어진 상태’라고 기록됐다. 또 ‘오전 6시 5분 해경과 관제실에 보고’라고 적혀 있다.

해경은 선장 전모 씨가 사고 후 곧바로 신고하지 않고 우왕좌왕하다가 선사에 먼저 보고한 뒤 해경에 신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생존자를 구할 수 있는 초기 구조시간 5분이 날아간 셈이다. 해경은 8일 명진15호에서 현장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서형석 기자
#낚싯배#에어포켓#생존자#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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