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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공부하며 기술 배우고, 中企는 생산성 향상… ‘일석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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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공부하며 기술 배우고, 中企는 생산성 향상… ‘일석삼조’

유성열기자 입력 2017-09-14 03:00수정 2017-09-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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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학습 병행제 우수 사례
자동차 부품 업체 ㈜현성테크노의 일·학습 병행 훈련생 김동현 군(오른쪽)이 광주 북구 공장에서 현장교사의 지도를 받으며 기술을 익히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반도체 부품 기업인 ㈜삼천은 근로자 24명, 지난해 매출액 40억 원 정도의 중소기업이다. SK하이닉스에 부품을 납품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신입사원들의 잦은 퇴사가 고민이었다. 규모가 작은 회사다 보니 이직률이 높았다.

이에 삼천은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했다. 일·학습 병행제란 정부가 독일과 스위스식 도제교육을 한국 상황에 맞춰 도입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이다. 특성화고교생 또는 졸업생이 중소기업에 훈련생으로 입사하면 현장의 전문 기술자가 일대일로 기술을 가르쳐주고 자격증 취득을 지원해 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여기서 회사와 훈련생의 조건이 맞으면 훈련생을 직접 채용하기도 한다. 삼천 관계자는 “일·학습 병행으로 인사 관리 시스템은 물론이고 회사 문화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 일·학습 병행으로 생산성 향상 이뤄

삼천은 부사장을 기업현장교사로 임명해 훈련을 총괄하도록 했다. 이어 일·학습 병행 학생들은 무조건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교육과정 성적을 인사 평가와 승진 심사에 반영하고, 3교대 근무를 5교대 근무로 바꿨다.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은 훈련생들을 위한 배려였다. 부족한 훈련 장비는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의 훈련센터를 적극 활용해 보완했다.

이렇게 새 얼굴들이 들어오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부품도면 360개를 규격화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은 더 효율적인 부품 제작 공정을 찾아냈다. 교육 목적으로 기계와 계측 장비를 올바르게 다루다 보니 오류가 줄었다. 특히 일·학습 병행 도입 전 월 850개였던 생산량이 도입 이후 월 1062개로 늘었다. 조업 시간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공장 가동률은 오히려 2배로 증가했다.

이런 혁신이 이어지자 일·학습 병행으로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더 이상 사표를 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8일 열린 일·학습 병행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삼천에 대상을 수여했다. 삼천 관계자는 “일·학습 병행제 도입 이후 생산성이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가 바뀌는 혁신이 일어났다”며 “이런 성과를 발판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공채 한 기수당 기술력이 우수한 인재 60명을 뽑아 현장교사로 투입했다. 여기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면 인센티브를 줬다. 현장교사들이 적극적으로 훈련생들을 지도하라는 취지였다. 그 결과 단 한 명의 중도 탈락 없이 모든 훈련생이 과정을 이수했다. 올해만 훈련생 56명이 신입직원으로 채용됐다. 훈련생을 직원으로 채용하니 공채 비용도 크게 감소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훈련 성과를 승진, 임금 등 인사 평가와 연계하고 훈련생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청년과 중소기업의 가교 역할

일·학습 병행제는 청년들이 외면하는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2013년 9월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한 기업은 올해 7월까지 1만456개다. 훈련에 참여한 근로자는 4만9639명이다. 청년과 중소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광주전자공고 3학년 김동현 군(18)은 현재 자동차 부품 업체인 ㈜현성테크노에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훈련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기술을 배우고 취업까지 하는 ‘일석삼조’를 꿈꾸고 있다. 밀링(제품을 절단하는 가공법) 전문 기술자의 꿈을 안고 일·학습 병행훈련생으로 입사한 김 군은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현장 조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회사에서 배운 기술로 설계부터 제작까지 본인이 모두 총괄한 제품을 만들어 교내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김 군은 고용부의 일·학습 병행 최우수상도 받았다. 김 군은 “앞으로 좀 더 숙련도가 높은 기술을 배우고 싶다”며 “이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내가 배운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전문기술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형균 씨(23)는 인천 재능고를 졸업한 뒤 전자부품 중소기업인 ㈜뉴로시스에 입사했다.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서 기술을 익혀 일찍 자리를 잡고 싶었다. 하지만 특성화고에서 배운 지식이 실무에는 거의 맞지 않아 적응에 애를 먹었다.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다 보니 기술이 향상되는 느낌도 별로 없었다.

김 씨의 고민은 회사가 일·학습 병행제를 도입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됐다. 근로자가 아닌 일·학습 병행훈련생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일을 하기 전 먼저 작업 원리를 배웠다. 무작정 아무 일이나 시키기만 하던 선배들도 일단 원리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폴리텍대의 공동훈련센터를 이용해 회사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몸에 익힐 수 있었다. 기술이 늘다 보니 회사 적응도 어렵지 않았다. 김 씨는 “이제는 단순히 적응하는 것을 넘어 최고의 전자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일 학습 병행제#특성화고교생#중소기업 훈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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