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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흙탕 싸움 경찰 수뇌부, 사과한다고 令 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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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흙탕 싸움 경찰 수뇌부, 사과한다고 令 서겠는가

동아일보입력 2017-08-14 00:00수정 2017-08-14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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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뇌부에서 벌어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삭제 지시 논란과 관련해 어제 상급기관장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장관은 “이후에도 불미스러운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불미스러운 내홍의 목욕물을 버리려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인권 경찰로의 재탄생이라는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당사자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을 당장 징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1월 광주지방경찰청 공식 페이스북에 ‘민주화의 성지, 광주’라는 글이 게시된 것에 대해 강 학교장이 “당시 광주청장이던 나에게 이 청장이 전화해 질책하고 게시물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강 학교장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고 표적 감찰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청장은 “강 학교장과 통화한 시기는 해당 게시물이 올라오기 전”이라고 반박해 사건은 진실 게임 양상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인사 불만이나 감찰에 대한 반발로 볼 일이 아니다. 사건이 검찰 수사 대상으로 확대된 것도 문제지만, 사태 해결을 위해 상급기관인 행안부 장관이 나섰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경찰이 내부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능력조차 없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경찰 수뇌부의 행태는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대다수 경찰관에 대한 모욕이다. 최상급자의 진흙탕 싸움을 지켜보는 그들이 과연 경찰헌장에 나온 대로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여, 모든 국민이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영예로운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어제 김 장관과 함께 이 청장과 강 학교장도 각각 사과했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이 문제는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 사태를 ‘내홍의 목욕물’ 정도로 치부한다면 정부의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위법이나 하극상이 밝혀진다면 경질을 검토해야 한다.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적폐를 청산하고 구태를 벗어던지는 첫걸음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철성 경찰청장#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내홍의 목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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