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나온 인천 초등생 살인 공범의 친구 “살인 역할극, 들어본 적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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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 박양 기존 주장 설득력 잃어… 檢 살인교사혐의 공소장 변경 검토

“서로 전화 통화를 하며 살인한 것처럼 역할극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까?”(검사)

“들어본 적 없습니다.”(증인)

17일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의 공범 박모 양(18·구속 기소)에 대한 재판이 열린 인천지법 413호 법정. 박 양 측 증인으로 나온 친구 이모 씨(20·여)는 A 양(8)이 살해된 직후 주범 김모 양(17·구속 기소)과 박 양의 통화 상황을 묻는 검사의 말에 이같이 답했다. 당시 김 양이 “눈앞에 사람이 죽어있다”며 흐느끼자 박 양은 “침착해라. 사체는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했다. 당시 통화에 대해 박 양은 줄곧 “가상현실 속 역할극인 줄 알았다”며 살인방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친구 이 씨의 증언으로 박 양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날 연녹색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은 박 양은 머리를 질끈 묶고 안경을 쓴 모습으로 구부정하게 앉아 친구의 증언에 귀 기울였다. 이 씨는 김 양과 박 양이 살인 방법이나 시신 등에 관한 대화를 하며 친분을 맺었던 온라인 ‘캐릭터 커뮤니티’ 등에서 왕성히 활동한 바 있어 해당 분야에 밝은 인물이다.

검사는 증인신문을 통해 박 양이 당시 김 양의 범행을 실제상황으로 인식하고도 살인을 방조하고 사체 유기 등에 대해 조언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양은 범행 직전인 3월 29일 오전 “사냥을 나간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박 양은 “시신 일부는 선물로 달라”로 답했다. 검사는 김 양이 범행 직후 “잡아왔어. 집에 데려왔어”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박 양이 즉각 “살아있어? 손가락 예뻐?”라고 답한 카카오톡 대화를 두 사람이 범행을 공모한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증인 이 씨는 “(박 양이) 실제 상황인 줄 몰랐다면 ‘잡아왔다’는 (김 양의) 말에 ‘뭘 잡아와’라는 질문이 먼저 나왔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카톡 대화는 역할극에서 쓰는 화법도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박 양이 김 양의 범행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란 취지였다. 이 씨는 “박 양이 김 양에 대해 ‘이중인격 같은데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어 멀어지기 힘들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박 양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검찰은 당초 살인방조와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했지만 김 양이 “박 양 지시로 피해자를 살해하게 됐다”고 발언하면서 공소장 변경을 검토했다. 검찰은 살인교사 혐의와 관련해 김 양과 박 양이 트위터 메신저로 나눈 대화내용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트위터 본사에 관련 기록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박 양의 다음 재판은 8월 10일 열린다.

인천=김단비 kubee08@donga.com·최지선 기자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역할극#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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