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들 영어교육시키기 열풍,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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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토익강좌-영어캠프 운영 인기
취업률-학생만족도 높여 일석이조… “장기적으론 경쟁력 저하” 지적도

부산의 A사립대 3학년 최모 씨는 최근 ‘모범생’이란 얘기를 부쩍 많이 듣는다. 그동안 학교 수업에 크게 애착이 없던 최 씨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준 계기는 올해 신청했던 한 교양과목. ‘취업·면접 영어’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최 씨는 “취업에 목마른 학생들에게 영어는 핵심 스펙”이라며 “지방대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이 수업을 듣고부터 학교에 대한 충성심도 커졌다”고 전했다.

지방대들이 최근 재학생을 위한 영어 공부시키기에 골몰하는 추세다. 이는 취업에서 지방대라는 불리한 요소를 영어를 통해 만회하려는 전략.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특성을 떨어뜨려 지방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북 안동대는 교양 필수과목으로 토익 및 영어회화 강좌를 운영한다. 비정규 과목으론 학년별 맞춤형 토익 스피킹 강좌를 진행하고, 올해부터는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외국어 학습 동영상 강좌도 무료로 지원한다. 또 방학 중엔 2주 동안 취업영어캠프를 운영해 단기간에 학생들의 영어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구 영남대는 3년 전 재학생의 학습선호도를 심층 조사한 뒤 3, 4주 동안 심화 온·오프라인 영어교육을 시작했다. 매년 개최하는 영어 스피킹 경진대회에는 해마다 1000여 명의 학생이 몰린다. 지난해 3월부터는 공인 외국어성적 인증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토익 등 어학성적을 취업홈페이지에 올리면 학교가 이 성적을 기업에 추천하는 자료로 적극 활용한다.

광주 조선대는 여름방학 동안 100명을 선발해 하루 8시간씩 집중적으로 토익 수업을 하는 ‘단기 토익 사관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학영어’ ‘생활영어’ 등은 아예 필수과목으로 편성했다. 지난해 2학기부턴 토익 점수를 장학금과 연계해 성적 향상도에 따라 장학금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지방대가 이렇게 영어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취업 때문이다. 특히 교육부가 얼마 전 대학구조조정 의지를 밝히면서 대학들도 영어경쟁력 강화로 정부 평가의 핵심 지표인 취업률과 학생만족도를 동시에 잡겠다는 나름의 자구책으로 보인다.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리는 약점을 영어경쟁력으로 극복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는 최근 기업들이 한자능력시험, 국제재무설계사, 유통관리사 등 다른 자격증들에 대한 비중을 낮추면서 상대적으로 영어 비중을 더 높인 데 따른 것이다.

물론 지방대의 영어 강화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대구의 B사립대 총장은 “학교는 학원이 아니다. 상아탑에서 학생들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당장의 영어점수 향상에만 골몰하면 장기적으로는 지방대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취업#영어#토익#지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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