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급한 한전, 정부 만류에도 ‘4월 전기료 인상 의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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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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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인상에 소극적이던 前사장 피소에 자극 받은듯정부, 김중겸 사장에 불쾌감

한국전력이 지난달 전기요금 13.1%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이사회 의결을 늦추라”는 지식경제부의 의견을 묵살하고 이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각한 적자를 더는 견딜 수 없다는 판단에다 김쌍수 전 사장이 전기료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소액주주 소송을 당했던 것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요금뿐 아니라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전력거래소 재통합 이슈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한전 사이에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물가안정에서 전기요금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인상안을 당장 내기보다 정부와 충분히 협의해 이사회 의결을 해주길 한전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16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4·11총선 직후인 지난달 12일 기다렸다는 듯 이사회를 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전기요금 인상 때도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이사회를 기습적으로 연 바 있다. 당시 이 같은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지경부가 이번에는 한전의 이사회 개최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고 속도 조절을 요구했지만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 한전은 지경부에 지난해 연간 영업실적과 이를 바탕으로 한 원가회수율(매출원가에서 판매단가가 차지하는 비중) 및 필요인상률(13.1%)을 보고했다.

한전의 이사회 강행을 놓고 다른 정부 핵심 관계자는 “올해 전력수급상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김중겸 한전 사장(사진)이 자신의 직을 걸지 않고 이사회 뒤에 숨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사장과 사외이사들이 정부의 요구를 거스르면서까지 이사회 의결을 강행한 것은 김 전 사장이 지난해 소액주주로부터 소송을 당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사장은 개인소송을 당해 수억 원의 변호사 비용을 홀로 지불해야 했다.

전력업계에선 정부와 한전이 전기료 인상뿐 아니라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전력 판매시장 개방을 놓고 대립하는 등 심상치 않은 관계라고 보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9·15 대정전 사태 당시에도 전력거래소 재통합 문제를 놓고 이견이 불거져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발표한 정책보고서에서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2020년까지 예정된 10기(1만2800MW)의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전설비가 부족한 만큼 전기요금을 올려 수요를 낮추는 요금기반 수요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전기료 인상#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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