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없이 환자들의 상처 아물게 하는 ‘그들’을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5일 2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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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수술하고, 우리는…” 의료사회복지사

100병상이 넘는 종합병원은 사회복지사를 1명 이상 둬야 한다. 이들은 병원의 사회복지팀이나 의료사회사업실에서 근무한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환자나 보호자는 이들의 존재나 역할에 대해 모른다. 모르니까 활용하기도 어렵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이하 권), 서울대병원 의료사회복지팀 이영숙 팀장과 함께 병원 내 사회복지팀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이진한 기자=병원비를 낼 수 없는 가난한 환자를 도와주는 곳으로만 알고 있는데….

▽이 팀장=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도와주지만 이는 일부분입니다. 질병으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 가족간의 갈등, 직업이나 재활문제 등 의료 외적인 부분도 도와줍니다. 가령 희귀질환이면 부모모임이나 환우모임을 찾아 연결해줍니다. 같은 상황에 처한 환자를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환자질환에 따라 당뇨 교육, 가족캠프, 사회복귀, 재활상담을 통해 환자나 보호자가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끔 도와줍니다.

▽권=정부지원을 받는 의료급여환자뿐만 아니라 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떨어지는 일반 건강보험 환자도 대상이 됩니다. 사회복지사가 환자나 보호자와 상담을 통해 자료 조사를 한 뒤 정부 지원사업이나 민간 지원사업의 대상이 되면 도와줍니다. 지원대상이 아니라도 실제 어려움을 겪는다면 사회복지사가 다양한 사업이나 자원을 찾아서 연계해 줍니다.

▽이 팀장= 경제적인 문제로 상담을 하는 사람 10명 중 6명은 혜택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간이식 대기 환자가 있었는데 의료급여 1종으로 정부보조금으로 생활했습니다. 마침 간 기증자가 나타났지만 수술비 2600만 원이 없어서 수술을 못 받을 뻔 했습니다. 다행히 의료사회복지사와 상담을 통해 1700만 원 가까운 후원금을 지원받아 무사히 수술을 마쳤죠. 참 보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죠.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개 의료팀이 환자를 보다가 우리에게 의뢰해서 상담을 받게 합니다. 전남대병원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응급실을 찾으면 사회복지사가 직접 찾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권=의사나 간호사는 환자를 주로 만나지만 사회복지사는 보호자를 더 많이 만납니다. 환자의 질병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환경, 특히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 같은 다양한 문제를 접하죠. 그러다보니 진료비문제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포괄적인 요구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을 찾습니다. 고령화가 되고 만성질환이 늘면서 이런 요구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팀장=실제로 정신과에 입원했던 16세 여학생을 상담했더니 집안에 문제가 많았죠.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양한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부모와 상담을 했습니다. 퇴원한 뒤에는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학교 사회복지사와도 연계를 시켜주었지요. 환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보호자도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이=이 모든 것이 무료인가요?

▽이 팀장= 정신과와 재활의학과 환자의 경우에는 건강보험에 상담료가 책정돼 있어서 본인부담이 8000원 정도입니다. 그 외의 환자에게는 상담료를 받지 않습니다.

▽권=대부분 질환의 경우 완치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므로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의 역할도 달라질 것을 요구받고 있죠. 아픈 데만 고치지 않고 환자의 삶의 질 전체를 높여주는 곳이 돼야 합니다. 특히 독거노인의 증가,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으로 인해 이들이 병원으로 들어오고 사회로 돌아갈 때 효과적인 연계체계가 필요합니다.

▽이 기자=이렇게 좋은 팀이 있는데도 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까요?

▽권= 돈을 버는 직종이 아니라 병원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형편이 어려운 환자라도 외부 후원금을 통해 진료비를 지불하니 병원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정책당국자나 병원 경영자들이 병원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중요성과 업무를 아직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나마 서울대병원은 공공병원이어서 사회복지사가 10여 명 가까이 됩니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지방의 국립대병원은 많아야 1, 2명이 근무합니다. 홍보를 많이 하면 업무량이 늘고, 그럼 사회복지사를 더 충원해야 하니 경영진 입장에서는 고민이겠죠.

▽이 기자=병원마다 1, 2명 정도만 있다면 환자가 큰 도움을 받을 수는 없겠군요.

▽이 팀장=대만은 병원평가기준에다가 100병상마다 1명의 사회복지사를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서울대병원은 1600병상이니까 16명 정도는 있어야 맞습니다. 미국은 그보다 3~5배는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 환자의 삶의 질을 관리하고 퇴원해서도 환자가 사회에 잘 복귀하도록 챙겨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인력 충원과 함께 사회복지통합전산망과의 연계도 필요합니다. 병원에서 챙겨준 환자가 퇴원하고 지역사회로 되돌아가면 제대로 질환 관리를 하는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이 병원 사회복지팀과 연계가 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권=병원만 노력한다고 풀릴 문제는 아닙니다. 인력기준을 강화하고 제대로 상담료를 받을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소한 대만 수준으로 사회복지사를 두려면 의료법 시행규칙도 고쳐야겠죠. 정신과와 재활의학과뿐만 아니라 다른 진료과목에서도 상담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병원이 환자의 삶의 질 전체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절실합니다.

▽이 기자=의사 혼자 병원을 운영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뿐 아니라 사회복지사까지 실질적인 팀이 돼야 합니다. 환자를 진료할 때 전인적으로 접근해야 진정한 의술이라고 생각됩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에서 여러 문제로 힘들 때 사회복지사를 찾아본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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