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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4>복지 퍼주다 신용등급 강등 ‘일본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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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4>복지 퍼주다 신용등급 강등 ‘일본의 굴욕’

동아일보입력 2011-01-29 03:00수정 2011-02-0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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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내 연금대는 日, 3년간 700만명 ‘은퇴 폭탄’ 대기중 “아프면 큰일이죠. 빠듯한 연금으로 겨우 사는데…. 죽는 날까지 건강하길 바랄 뿐입니다.”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인 다마(多摩) 뉴타운. 1970년대 중반 도쿄로 몰리는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계획된 신도시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인구가 줄어들어 노인의 도시로 전락했다.

25일 이곳에서 만난 호리고메 히로시(堀籠寬·75) 씨는 8년 전 세탁소를 그만두고 부인과 함께 월 연금수입 7만 엔으로 지낸다. 집세와 공과금을 빼면 남는 돈은 5만 엔. 가락국수 한 그릇이 500엔을 넘는 일본에서 하루 1600엔으로 부부가 3끼를 해결해야 한다. 호리고메 씨는 “200엔 하는 버스비도 아까워 걸어 다닌다. 재정 부족이 심각하다는 소리가 많아 혹 연금이라도 깎이면 어쩌나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일본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한 달에 받는 기초연금은 평균 4만9000엔. 호리고메 씨처럼 현역 시절 형편이 좋지 않아 보험료를 감액 받은 사람은 이마저도 안 된다. 연금을 받지 못하는 고령자도 118만 명에 이른다.

○ 지체된 사회보장 개혁


일본의 사회보장제도가 지속 불능 상태로 치달은 데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2004년 1억2777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계속 감소해 2055년이면 8993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은퇴 고령자는 해마다 크게 늘어난다.

현역세대(15∼64세)가 보험료를 내서 은퇴세대(65세 이상)를 부양하는 일본의 사회복지 시스템에서 이는 현역세대의 부담 증가를 의미한다. 실제로 50년 전만 해도 현역세대 10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면 됐지만 현재는 2.8명이 1명을 맡아야 하는 식이다. 2055년에는 현역세대와 고령세대의 비율이 1 대 1에 근접하게 된다.

전통적인 고용구조와 가족의 붕괴도 사회보장 개혁이 절박한 이유. 지금까지는 젊은 세대가 고용불안 없이 안정적인 수입을 벌고, 퇴직 후에는 자녀의 도움을 받는 사회구조였다. 1961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민연금은 이 같은 사회구조와 고도경제성장을 전제로 계획됐다. 그러나 종신고용이 점차 사라지고 비정규직이 노동인구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급자는 늘었지만 재원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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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등 복지선진국은 보험료 부담과 보험금 혜택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세대 간 공평성 확보를 위해 연금제도를 과감히 개혁했다. 하지만 일본은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며 시스템 개혁을 미뤘다. 김도형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공공경제학)은 “은퇴세대는 연금 수준을 지키려 하고 현역세대는 보험료 부담을 줄이려는 세대 간 갈등이 일찌감치 예고됐지만 일본 정부가 근본적인 처방을 못하고 화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 복지지출 증가로 재정적자 눈덩이


지체된 사회보장 개혁은 정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왔다. 2011년도 일본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친 총예산은 220조2755억 엔. 이 중 연금 의료 개호보험 등 사회보장 관련 지출이 75조 엔으로 3분의 1을 차지한다. 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의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團塊)세대’ 700만 명이 2012년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복지지출은 더 불어난다. 매년 1조 엔씩 사회보장 지출이 증가할 거라는 추산도 있다.

반면 오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세수는 줄고 있다. 지난해 직장인(후생연금)의 연금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표준보수 평균은 전년 대비 2.8% 줄었다. 정부로서는 보험료 수입이 그만큼 감소하는 셈이다. 국민연금 납부율도 2009년 60%에서 지난해 55.4%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이 향후 3년간의 세입세출을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복지 지출 증가에 따른 일반회계 재원부족은 올해 44조3000억 엔에서 2013년도에 51조8000억 엔, 2014년도에는 54조2000억 엔으로 급증한다. 모자라는 세수는 국채를 발행해 메울 수밖에 없다. 국가의 빚이 늘어난다는 말. 국가 누적채무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이른 일본의 재정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요코하마시립대 국중호 교수(재정학)는 “경제성장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사회보장 지출은 계속 늘어 2015년에는 GDP 대비 사회보장비가 27.4%로 예상된다”며 “이는 재정 경직성을 심화시켜 일본 경제의 활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일본 정부의 딜레마


27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동급인 ‘AA-’로 하향조정했다.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9년 만의 일로 막대한 재정적자가 이유였다.

사회보장 지출을 줄이든가, 추가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어느 것 하나 여의치 않다. 섣불리 복지를 축소했다가는 국민의 생활 불안을 가중시켜 소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을 통해 재원 마련을 시도해 보려 하지만 국민 저항이 만만치 않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표계산’ 공약들 ‘돈계산’뒤 줄줄이 후퇴 ▼
중학생까지 어린이 수당… 공립고 무상교육… 고속도 통행료 폐지…


공짜 국수에 몰린 노인들 복지시설에 위문품으로 들어온 가락국수로 노인들이 식사하는 모습. 일본에서는 재정 상태가 나빠지면서 기초노령연금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유럽과 일본 모두 복지정책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표심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성격은 다르다.

유럽은 지나친 복지혜택을 줄이느라 홍역을 치르지만 일본은 복지혜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유럽은 표 때문에 혜택 축소에 애를 먹고 일본은 표를 의식해 무리한 공약을 내걸고 집권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2009년 8월 일본 총선은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민주당은 만년 여당 자민당에서 정권을 빼앗기 위해 장밋빛 복지를 전면에 내걸었다. 공약은 화려했다.

중학생까지 모든 어린이에게 1인당 매월 2만6000엔의 수당 지급, 출산 격려금을 42만 엔에서 55만 엔으로 인상, 공립고 전면 무상화, 사립고교생 연간 12만 엔 지급, 저소득 가구 고교생에게 연간 24만 엔 지급….

이뿐 아니다. 월 7만 엔의 최저보장연금 신설, 유가 잠정세율 폐지, 연금수급자의 세금 부담 경감, 구직자 생활비 지원, 최저임금 인상, 2012년부터 고속도료 통행료 전면 철폐 같은 방안이 포함됐다.

장기 불황에 쪼들린 국민은 열광했다. 하지만 복지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선 16조8000억 엔(약 227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이 필요했다. 이는 2009년 총 예산의 8%, 국내총생산(GDP)의 3.4%에 해당하는 규모. 언론과 민간연구소가 재원에 대해 꾸준히 의문을 제기했지만 정권 쟁취를 눈앞에 둔 민주당에는 이성적인 ‘돈 계산’보다 감성적인 ‘표 계산’이 먼저였다.

집권하자마자 민주당 정부는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공공사업 축소와 예산낭비 척결, 공평과세, 공무원 인건비 절감을 통해 16조8000억 엔을 마련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공염불이었다. 반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법인세율 인하를 공약한 데다 경기침체가 계속돼 세수는 줄어들 형편에 처했다.

국가채무는 당연히 늘어났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국가전략상은 최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집권 1년차엔 3조3000억 엔을, 2년차엔 6000억 엔을 마련하는 데 그쳤다. 공약을 총점검해야 한다”고 고백했다.

민주당 정권의 선택지는 두 가지. 세금을 확 올리느냐, 복지공약을 대폭 축소하느냐. 국민은 세금을 더 내는 데에도, 복지혜택을 줄이는 데에도 반발한다. 간 나오토 총리는 지난해 소비세 인상론을 꺼냈다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지지율이 급락한 민주당 정권에 비상이 걸렸다. 할 수 없이 대대적인 공약 수정에 착수했다. 어린이수당은 공약보다 액수를 줄였다. 고속도로 무료화는 사실상 포기했다. 최저보장연금은 요원하고 유가는 그대로다. 민주당은 2011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야당과 협의해 예산안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혀 복지공약은 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 단카이 세대 ::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7∼49년에 태어났다. 단카이(團塊)는 덩어리라는 뜻.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다른 세대보다 20% 이상 많다. 인구분포도를 그리면 덩어리가 불쑥 튀어나온 듯이 보여서 붙은 이름이다. 젊은 시절에는 청바지와 패스트푸드를 즐기며 새로운 문화를 주도했고 1970년대와 80년대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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