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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1>연금개혁에 갈등 폭발한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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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1>연금개혁에 갈등 폭발한 프랑스

동아일보입력 2011-01-25 03:00수정 2011-05-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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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좌파도 후회한 ‘복지 바이러스’… 막상 거두려니 시민 분노

프랑스는 시민혁명과 국민적 연대(Solidarit´e) 정신을 바탕으로 1898년부터 산재보상보험법을 시행했다. 1905년에는 고령자와 장애인, 장기 질병자에 관한 법을 만들었다. 복지 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한 걸음 앞서갔던 셈.

‘알로카시옹(Allocation)’으로 불리는 국가보조금과 연금혜택도 다양하다. 개인 또는 가족 단위로 지급하는 보조금의 종류가 워낙 많아 담당공무원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19일 파리 15구 구청에서 만난 알제리 출신 사이드 씨(33)는 “프랑스에서 산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우리 가족이 보조금을 제대로 다 받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넘쳐나는 국가보조금이 노동시장의 지나친 경직성, 고령인구의 급증, 조세수입 감소와 맞물려 국가재정 악화의 주범이 된다는 점이다.

연금도 마찬가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연금 2009’에 따르면 프랑스의 연금지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2.4%. 회원국 중 이탈리아(14.0%) 오스트리아(12.6%)에 이어 3위 수준이다(OECD 평균은 7.2%). 또 65세 이상 은퇴 고령자의 수입 중 85.4%가 국가재정에서 나온다(OECD 평균 61.1%). 은퇴하고 연금을 받으며 지내는 기간 역시 남성 24년, 여성 27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국가경쟁력은 당연히 떨어진다. 프랑스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0년 이후 한 번도 독일 미국은 물론이고 OECD 평균을 넘어본 적이 없다. 반면 1인당 임금증가율은 2000년 이후 해마다 독일 미국 OECD 평균을 넘었다. 근로자 1인당 한 해 평균근로시간은 1544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적다.

프랑스의 위기는 1980년대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정부 시절에 추진됐던 사회복지제도 강화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게 니콜라 사르코지 현 행정부의 판단이다. 1990년대 사회당이 대표적 치적으로 꼽는 주 35시간 근로제에 대해서는 사회당 일부에서까지 완전 폐지를 주장한다. 여당은 “사회당이 프랑스병(病)의 근원을 직시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연금개혁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적 갈등과 마찰은 한번 만든 복지제도의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설명한다.

파리 외곽 이블린 지역에 사는 54세 동갑 베르나르 씨 부부는 이 연금개혁으로 노후 계획이 어그러졌다. 정년퇴직 연령이 60세에서 2018년까지 62세로 높아지고 연금을 100% 받는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2년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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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는 남편은 제약회사에서, 부인은 초등학교에서 33년째 일하고 있다. 60세에 퇴직하면 65세부터 부부가 각각 월 2300유로(약 350만 원)와 1800유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연금개혁으로 더 오래 일하고 연금을 내야 한다. 수령액 또한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불만은 젊은 세대에서 더욱 크다. 20일 파리 시내 생미셸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줄리앙 씨(20)는 “왜 우리는 더 일하고도 연금과 복지 혜택은 적게 받아야 하느냐. 그나마 일자리도 없어서 연금 의무 기간을 채우기도 지금의 장년층보다 더 어렵다”며 “이건 누구의 책임이냐”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는 줄리앙 씨의 이 말은 오늘날 프랑스가 직면한 재정, 실업, 복지, 세대 간 불화 문제를 압축하는 표현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표 의식해 미뤄온 개혁, 사르코지가 ‘총대’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가 지난해 말 실시한 ‘2010년의 인물’ 설문조사에서 42%의 지지로 1위에 올랐다. 2위인 에리크 뵈르트 전 노동장관을 꼽은 응답자는 34%였다.

두 사람은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높인 연금개혁을 주도했다. 많은 국민이 개혁안에 반대하면서 인기가 떨어졌지만 설문조사 결과는 프랑스 국민이 연금개혁을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주의 전통이 뿌리 깊은 프랑스에서 복지개혁 요구가 본격적으로 나온 시기는 1970년대다. 소득 재분배로 빈곤 문제를 근절할 수 있다는 낙관적 사회 분위기가 석유 파동과 불황을 겪으면서 변했다. 또 인구 고령화로 재정이 복지 부담을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문제는 한 번 도입하면 후퇴가 어려운 복지제도 특성상 좌우 어느 진영에서도 뚝심 있게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사회당 정부는 1981년에 집권한 뒤 사회보장을 늘려서 고용 증대를 이루자며 정년을 오히려 65세에서 60세로 낮췄다. 노년층이 빨리 은퇴하면 그만큼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논리였다. 결과는? 재정적자만 더 커졌다.

우파인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5년 연금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대규모 파업을 견디지 못했고 오락가락했다. 해고를 쉽게 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혁은 국민적 저항 속에 백지화됐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해야 한다는 반성이 진보진영에서도 나왔지만 이를 이끈 리오넬 조스팽 당시 총리는 지지율이 낮아지자 태도를 바꿨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경찰 노조 등 이익집단이 집단행동을 벌일 때마다 2002년 대선을 앞둔 조스팽 총리가 표를 의식하고 재정지원을 약속해 총리가 파업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프랑스가 20여 년이 지나서야 정년을 다시 2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사르코지 정부의 강력한 의지 덕에 겨우 가능했다는 평가다. 극렬한 파업을 겪기는 했으나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뒤 시위 열기가 급격히 수그러든 데 대해서는 연금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국민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고령화 전문가 뤼오 교수 “납세자 2명당 연금수급자 1명… 이대로는 파산”


장이브 뤼오 프랑스 렌2대학 교수(사진)는 21일 “유럽 각국의 재정적자는 비대한 공공 부문과 과다한 복지비용 지출 때문이며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은퇴자 전문 인터넷매체 시니어스코피닷컴(Seniorscopie.com)의 편집인이기도 한 그는 프랑스 하원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고령화대책 자문위원을 지냈다.

―프랑스의 재정적자가 지난해 사상 최고인 국민총생산(GDP)의 7.7%에 이르렀다.

“재정적자는 주로 노동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공공 부문에서 비롯됐다. 가령 국영철도(SNCF)는 직원이 16만 명인데 연금수급자 32만 명을 책임져야 한다. 이들 연금의 상당 부분은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가채무의 상환도 재정적자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의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안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회보장제도의 파산을 막으려면 2018년까지 또 한번의 개혁이 불가피하다. 노동인구는 줄어드는데 연금수급자는 늘고 있다. 1945년에는 7명이 한 명의 연금수급자를, 2010년엔 2명이 한 명을 책임졌다. 2040년에는 한 명이 한 명을 책임져야 한다. 이대로라면 연금수령 연령은 75세까지 높아져야 한다.”

―고령화와 낮은 경제성장률 속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려면….

“출산율과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동시에 퇴직에 대비한 저축 확대 등 개인의 노력을 더해 부담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게 중요하다.”

―재정적자로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나.

“어떤 나라도 퇴직자의 소득을 낮추는 데 적극 나서기는 어렵다. 다만 젊은층이 노인층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하는 게 억울하다고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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