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아이에게 ‘성감대’ 알려주는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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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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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허모 씨(34)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에게 더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지 못하도록 했다. 허 씨는 “아이가 친구에게 들었다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sex’ ‘성인만화’ 같은 단어를 검색하는 걸 보고 놀랐다”며 “포털 사이트에서도 그런 단어는 성인인증을 해야 검색이 되는데 왜 이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1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가 공개한 애플 앱스토어 음란·선정성 애플리케이션 유통현황을 보면 약 30만 개의 앱이 있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영어로 ‘섹스(sex)’를 검색하자 2308개가 나왔다. 이 중 4세 이상 등급으로 돼 있는 앱도 328개나 됐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선정적인 앱이 아무 제재 없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사업자는 주로 국내에 있어 당국이 단속이라도 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 앱 시장은 주로 해외 사업자들이 운영하고 있어 당국이 제재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에 향후 그 부작용은 더 클 수 있다.

○ 앱스토어에서 ‘섹스(sex)’ 치니 좌르르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지난해 4월 “포르노를 원하면 안드로이드폰을 사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마켓과 달리 애플은 자체 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가 지난해 11월 애플 앱스토어를 조사한 결과 성기가 노출되는 등의 음란물은 없었다. 그러나 성행위 체위를 알려주거나, 성감대 찾아내기 게임 등 유아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앱들이 여과 없이 올라와 있었다. 음란·선정성 앱 2572건을 특정 단어별로 살펴보면 영어로 ‘섹스’가 2308건(89.7%)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포르노 115건(4.5%), 누드 115건(4.5%), 페니스가 34건(1.3%)으로 조사됐다. 이 단어들은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으면 검색되지 않는 단어들이다.

이에 앞서 방송통신심의위가 지난해 8월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에 있는 8만여 개의 앱을 조사한 결과에선 ‘섹스(sex)’로 검색하면 473건(82.7%), 포르노 11건(1.9%), 누드 71건(12.4%), 페니스 17건(3.0%)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은 자체 사전심사를 통해 앱별로 연령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결과 ‘섹스’ 같은 선정적 단어로 검색된 앱 가운데 4세 이상 이용가(4+) 앱은 13.5%, 12세 이상 이용가(12+) 앱은 8.5%에 달했다. 임신을 방지하기 위한 생리주기 앱 ‘세이프 섹스 캘큘레이터’는 4세 이상으로 등급이 매겨졌다. 성감대를 찾는 게임 앱인 ‘섹시 게임’은 12세 이상이었다.

사실상 17세 이상으로 등급이 매겨져 있더라도 청소년들이 얼마든지 음란 앱에 접근할 수 있다. 아이폰에 일정 등급 이상 앱 차단 기능이 있지만 청소년 스스로 해제하면 되기 때문에 실효성은 없다.

○ 당국 제재 어려워

문제는 당국이 직접적으로 해외사업자인 스마트폰 오픈마켓을 제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방통심의위는 “애플사와 협력해 국내 심의규정에 위반되는 앱을 자율 규제하도록 독려할 예정”이라며 “효율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기술적 제한조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관련법 전문가인 권헌영 광운대 법대 교수는 “국내 이동통신사업자가 청소년 스마트폰에는 특정 앱을 쓸 수 없도록 하는 방법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동영상=악기대신 스마트폰으로 연주하는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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