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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지 리모델링, 이렇게 하자]<2>가족을 복지 도우미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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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지 리모델링, 이렇게 하자]<2>가족을 복지 도우미로 삼자

동아일보입력 2010-12-11 03:00수정 2010-12-11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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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만원 vs 0원, 치매 노모 모시고 싶어도 지원금 때문에… 《 치매 노인을 요양시설에 보내면 매달 100만 원 이상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가족이 직접 부양하면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자녀가 부모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가족주의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 부모를 시설에 보내는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노인요양시설은 지난해 1642곳으로 2005년부터 해마다 평균 40%씩 증가하고 있다. 오랫동안 가족의 몫이었던 것이 시설 위주의 복지로 대체되고 있다. 시설 위주의 복지는 한편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재원이 많이 들어 복지 확대에 부담이 되는 데다 한국의 가족주의 전통에도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차라리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
○ 치매 중풍 노인은 모두 시설로 가야

집에서 돌보기는 하는데… 박상이 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자택에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함께 퍼즐 게임을 하고 있다. 5년째 시어머니를 부양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딴 박 씨는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가족과 함께하는 것보다 나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기득 씨(48·경기 의왕시)는 10년 전부터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실어증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목에도 마비가 와서 음식을 잘 씹지 못한다. 늘 돌봐야 하는 게 힘들지만 김 씨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생각이 없다. 5년 전 뇌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반년간 지내다 돌아가신 일이 아직도 후회스럽기 때문. 김 씨는 “집에 계실 때보다 건강이 빠르게 악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요양원에서는 치매 노인을 묶어 두는 것도 봤고 아버지도 대화 상대 없이 항상 멍하게 지내곤 했다”고 말했다. 김 씨 가족은 어머니에게 사진첩을 자주 꺼내 설명해 주고 추억이 담긴 물건을 두고 옛날 일을 이야기한다. 시설에서는 해줄 수 없는 일이다.

가족을 전적으로 책임지던 노인 부양을 사회가 나눈다는 점에서 장기요양제도는 복지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보육비 지원과 마찬가지로 장기요양제도 역시 재가급여보다 시설급여 지원이 많다. 장기요양등급 1등급을 받은 노인의 경우 시설에서 지내면 월 최대 146만7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올 경우 월 최대 114만6000원을 지원받는다. 하루 4시간씩 최대 24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시설에 입소하면 한 달 내내 24시간 서비스를 받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물론 가족이 그냥 돌보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동거가족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노인을 모시는 일도 많다. 박상이 씨(46·서울 송파구)는 2년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시어머니가 아이 둘을 키워 주셨는데 이제 와서 요양시설에서 혼자 지내게 할 순 없었다. 박 씨는 “노인을 시설로 보내면 비용 부담도 적고 가족이 생계를 포기하지 않아도 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치매 노인은 가족을 알아보지 못해도 가족을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며느리 같은 동거 가족이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노인을 부양할 경우 현행법은 하루 최대 90분만 인정한다. 본인부담금 15%를 제외하면 보통 40만 원을 지원받는다. 박 씨는 “현재 받는 돈은 약값과 병원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노인 부양가족에 대한 지원이 더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장애인 가구도 시설 입소를 선호한다. 장애인을 돌보려면 가족 중 누군가 생계를 포기해야 한다. 집으로 찾아오는 활동보조인 비용은 보조되지만 돌봄 가족은 역시 아무런 혜택이 없다.

○ 어린이집 보내면 최대 38만 원 vs 집에서 키우면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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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료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달 만 0∼2세 영아는 1인당 68만5000원, 만 3∼6세 유아는 81만6000원의 양육비가 든다. 정부는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보육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해 7월부터는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양육수당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육시설을 이용할 때와 안 할 때의 격차가 크다.

소득이 5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258만 원)일 경우 만 0세 영아를 어린이집에 맡긴다면 38만3000원의 보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부모가 직접 돌보면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최저생계비 120% 이하 차상위 계층(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163만 원)일 경우에야 10만 원의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월 20만 원씩 수당을 지원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만 적용된다. 영아를 둔 직장맘의 71%가 조부모 등 친인척에게 양육을 맡기고 있는데 지원 대상은 저소득층에 한정돼 있는 것. 보육시설 이용 지원만으로는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가족의 돌봄 기능을 회복하려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를 키워주거나 엄마가 소득 상실을 감수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적어도 보육료 지원 대상인 소득 하위 70%까지는 양육수당이나 돌봄 비용을 보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보미’ 사업은 워킹맘을 위해 아이돌보미를 집으로 파견하는 제도다. 이복실 여성부 청소년정책실장은 “프랑스처럼 조부모나 친척도 아이돌보미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내부 설득조차 어려웠다”고 말했다. 가족의 책임을 현금 지원한다는 발상이 아직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 가족 돌봄 기능 되살려야

가족이 양육 및 부양하는 것을 일정 정도 현금 지원할 경우 취업 기회를 잃어버린 저소득 가구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장혜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이 가족을 돌볼 경우 노인은 하루 평균 12시간 50분, 장애아동은 하루 평균 13시간 16분이 소요됐다. 가족이 돌봄 노동에 종사할 경우 사실상 취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현대 사회에서는 자녀 양육, 노인 부양 같은 가족 돌봄을 보조하지 않으면 가족 해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인 장애인 아동을 시설에 보내 각각 지원하는 것보다 이들 구성원을 돌보는 가족을 지원하는 것이 재원 부담이 적다. 또 시설 위주 돌봄으로는 복지 수요자 욕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고경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족은 아동 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주요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를 포괄하는 체계”라며 “이들을 따로따로 지원하는 것보다 가족 통합 지원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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