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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신설동 지하 유령역, 스크린서 깨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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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신설동 지하 유령역, 스크린서 깨어날까

동아일보입력 2010-11-16 03:00수정 2010-11-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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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 당시 전동차 정비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으나 이 후 방치돼 ‘유령역’처럼 돼 버린 신설동 역사 지하 3층 공간. 최근 서울메트로가 이곳을 영화촬영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 제공 서울메트로
“여기는 아무나 못 들어갑니다!”

11일 오후 서울지하철 1, 2호선이 만나는 신설동역 지하 2층 2호선 승강장. 매끈하게 리모델링을 마친 역 내부 한 구석에 분홍색 철문이 보였다. 그 앞에서 한영주 2호선 신설동역장이 으름장을 놓았다.

“자, 그럼 가볼까요?”라는 말과 함께 한 역장이 철문을 열었다. 지하 2층이 전부인 줄 알았던 곳에 또 다른 지하 공간이 있었다. 사방은 컴컴했고 코로는 퀴퀴한 냄새가 쭉 빨려 들어왔다. 곳곳에 보이는 오래된 누수 자국, 시멘트 마감이 끝나지 않은 시설물들…. 계단 하나 내려가는 것조차 으스스했다. 말 그대로 ‘야생 공간’이었다. 선로도 하나뿐이었다. 스크린도어, 화려한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가 설치된 최첨단 승강장 밑에 위치한 암흑의 지하 벙커. 이곳은 바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신설동 유령역’이다.

○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신설동 유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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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역 내부에 들어서니 선로 맞은편 벽에 붙은 ‘11-3 신설동’ 역명 표지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금의 신설동역 번호는 앞에 2호선을 나타내는 ‘2’가 하나 더 붙은 ‘210-3’이다. 이렇게 바뀐 때가 11년 전이니까 ‘11-3’은 옛날도 한참 옛날 표지판인 셈이다. 승객 없는 승강장이 지어진 것은 36년 전인 1974년.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과 동시에 신설동 유령역이 만들어진 셈이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1호선 개통 당시 서울시는 2호선, 3호선, 4호선, 5호선(연희동∼천호동) 등 5개 노선에 대한 개발 계획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1호선 개통 후 열차 수리를 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서울시는 당시 노선 계획에 잡혀 있던 5호선 역 중 승강장 하나를 미리 지어 임시 차고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곳이 지금의 신설동 유령역인 셈. 1977년까지 이 승강장은 1호선 열차 수리 공간으로 쓰였다. 이후 5호선 계획이 변경되면서 신설동 유령역은 5호선에서 빠지게 됐다. 성동구 용답동에 군자차량기지가 세워지면서 이 공간은 ‘찬밥’ 신세가 됐다. 현재는 군자차량기지로 이동하는 열차 통로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곳을 지나는 열차는 1호선 동묘역에서 회송되는 열차다.

박종덕 1호선 신설동역장은 “간혹 직원들 숙소나 샤워실로 쓰였고 건축분야 신입직원들이 내장재를 붙이는 실습 공간으로 활용되는 등 사실상 방치돼 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설동 유령역은 서울메트로 직원들에게조차 생소한 공간처럼 여겨졌다.

승객이 없는 유령역이라 할지라도 역명 표지판 외에 노란색 안전선, 심지어 열차 진입 시 나오는 불빛 신호등까지 있을 건 다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회송 열차가 들어올 때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날도 빈 열차에 2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군자차량기지에서 열차 청소를 위해 탑승한 서울메트로 소속 직원이었다.

○ 36년 만에 영화 촬영 공간으로 부활


서울메트로는 최근 신설동 유령역에서 ‘유령’이라는 말을 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36년간 내버려둔 이 공간을 최근 영화 촬영 장소로 활용할 계획을 내놓은 것. 서울메트로의 ‘신설동역 지하 3층 활용방안’에는 1980,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 시 스크린도어나 LCD 모니터가 없는 당시 지하철역을 재현하는 장소로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서울메트로는 다음 달 서울영상위원회와 제작사 등 영화업계 관계자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영화 촬영 장소의 경우 영화 제작사에 장소를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충무로역 외에 지하철 내 새로운 영화 명소로 가꿀 것”이라고 말했다. ‘1∼4호선 지하철 박물관’처럼 일반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동영상=물에 잠긴 1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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