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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 체벌금지 첫날…선생님 속만 까맣게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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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중고 체벌금지 첫날…선생님 속만 까맣게 탔다

동아일보입력 2010-11-02 03:00수정 2010-11-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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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자도… 떠들어도…
체벌 대신할 ‘성찰교실’ 1일부터 서울지역 초중고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된 가운데 서울 중구 성동글로벌경영고의 ‘성찰교실’에서 한 학생이 전문상담교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체벌을 대신할 방안의 하나로 ‘성찰교실’을 만들어 문제학생을 지도하라고 권장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A고 교사는 1일 수업 중 떠드는 학생에게 주의를 줬다가 “오늘부터 체벌 안 되는 거 아시죠? 우리 전화기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꿇어앉히는 것도 할 수 없으니 수업 분위기를 잡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상벌점제를 도입한 B고의 교사는 이날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벌점을 주려다 학생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학생은 “예전처럼 종아리 한 대 맞을 테니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말고 벌점을 안 주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체벌을 금지하라는데 오히려 과정이 귀찮아졌다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초중고교에서 체벌이 금지된 첫날 학교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일선 교사들은 “체벌 규정을 교육청 지시대로 삭제했지만 문제는 대안의 실효성 아니냐”며 “모든 학교가 체벌 대체 방안을 실현할 준비가 된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체벌금지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C고 한 학생은 “학생 인권 보호 차원에서 체벌 전면 금지는 절대적으로 찬성한다”며 “체벌로 기분 나쁠 일은 이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D고 임모 양(18)은 “이전에도 체벌은 거의 없었지만 ‘체벌을 전면 금지한다’고 하니 몇몇 학생이 기세등등해진 것 같다”며 “수업 분위기를 해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체벌금지에 대한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이 수십 건 게재됐고 웹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체벌금지를 둘러싼 찬반 논쟁도 수백 건에 달했다.

○ 성찰교실 가장 많이 택했지만 실효성은 의문

시교육청에 따르면 일선 학교들이 이번에 학생생활규정을 제정 및 개정하면서 체벌 대체 방안으로 가장 많이 선택(중복 선택 가능)한 것은 성찰교실(81%)이었다. 그 다음은 생활평점제(80%), 2개 이상 연계운영(30%),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10%), 생활자치법정(8%) 순이었다.

▼ “이젠 맞을일 없어” 학생들 기세등등
교사는 “문제아들 지도 의지 꺾였다” ▼



하지만 교사들은 성찰교실 운영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E중 교사는 “성찰교실로 쓸 공간도 없고 누가 담당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학생을 성찰교실로 보내면서 학습권이 침해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상벌점제도 체벌 대체 방안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전부터 상벌점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상벌점을 개의치 않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이 성찰교실을 잘 운영하고 있는 학교로 꼽은 중구 성동글로벌경영고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1차 구두경고 △2차 교실 뒤에 서서 수업 받기 △3차 성찰교실 격리 조치를 하고 있다. 이 학교가 성찰교실을 운영할 수 있었던 까닭은 부적응 및 위기학생 지원 프로그램인 ‘wee 클래스’ 운영학교로 상담교실과 전문상담교사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내 학교 중 전문 상담교사를 보유한 곳은 10%에 불과하다.

시교육청은 성찰교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에 12월 말까지 전문상담원을 배치할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성찰교실 관련 자료를 곧 배포할 것”이라며 “학생 지도의 1차 장소는 교실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성찰교실에서 쓸 반성문 서식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뒤늦은 대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은 없다”며 “교사들의 학생 기피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교총 “체벌교사 징계 법적 대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수업을 방해하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저해하는 학생에 대한 교육적 벌마저 없애고는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10월 25일부터 일주일간 접수된 체벌금지 관련 학교 현장 고충 사례만 70여 건이다. 체벌금지 첫날에도 교사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는 “욕을 입에 달고 지내는 아이를 교육적 체벌을 통해서라도 지도해 보고 싶은데 이제 의지마저 꺾였다”고 털어놨다.

한국교총은 체벌을 하는 교사를 징계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에 대해 “대법원 판례에 근거한 교육적 체벌을 한 교원을 징계할 경우 소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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