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띠 ‘좁은문 경쟁’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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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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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벌써, 내년 유치원 다찼다고요?”

‘황금돼지해’를 맞아 출산하려는 부부가 많다는 내용을 다룬 동아일보 2006년 11월 25일자 A11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황금돼지해’를 맞아 출산하려는 부부가 많다는 내용을 다룬 동아일보 2006년 11월 25일자 A11면.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부산 연제구에 사는 주부 김모 씨(29)는 만 3세 된 딸을 내년에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최근 B유치원에 전화를 걸었다가 깜짝 놀랐다. “이미 내년도 입학생은 다 찼고, 현재 대기자만 100명을 넘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G유치원 원장은 “최근 입학을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고, 다른 원장을 만나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문의는 “내년 입학이 어렵다는데 어떻게 신입생을 뽑을 거냐” “미리 대기자 명단에 올릴 수 없느냐”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 벌써부터 입학전쟁

2007년 정해년(丁亥年)에 태어난 일명 황금돼지띠인 만 3세 어린이의 2011년 유치원 입학전쟁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강원 원주에 사는 회사원 백모 씨(37)는 “출산 때는 좋았는데 몇 년 만에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며 “대학 진학에 취업까지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해당 부모들은 앞으로 베이비 붐 세대가 겪어나가야 할 사회흐름으로 내다봤다. 현행법상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는 연령은 만 3∼5세.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감안한다면 만 4세가 되는 내년이 유치원 입학 최적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에 태어난 어린이는 49만3000여 명으로 2006년보다 4만5000명, 2008년보다 2만8000명 정도가 더 태어났다. 당시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아이 수)은 전국 평균 1.25명이었다. 전남은 1.58명으로 전국 최고였다. 부산은 2002년 이후부터 2010년 8월 현재까지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기지 못했으나 2007년만 유일하게 1.02명이었다. 따라서 전국 공사립유치원 4445곳 중 어린이집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나 대학 부설, 유명 유치원 등은 내년에 입학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열이 치열한 서울 강남지역을 비롯해 경쟁률이 높은 유치원은 학부모가 밤을 새워 기다리는 상황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베이비 붐 세대의 고민

이화여대 부속유치원은 “11월 중순 교육청에서 원생을 모집하라는 공문이 내려오면 홈페이지 등에 공지해 12월 초에 뽑고, 지원자가 많으면 추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광주의 한 유치원장은 “재원생 동생, 졸업생 동생, 직원 자녀 등에게 우선권을 주고 나머지는 12월 초부터 신청을 받을 방침이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 S유치원은 내년에 만 4세인 원생의 입학 정원을 늘려 2개 반을 더 운영하기로 했다.

입학을 걱정하는 민원이 교육청에도 접수되고 있다. 성남교육지원청은 예비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지난달 말 관내 유치원에 “가급적 선착순 모집 대신 공개추첨 같은 방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부산유치원연합회 서혜영 원장(57)은 “최근 연합회 이사회를 열고 12월 1일부터 원서접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13일 부산KBS홀에서 유치원 예비학부모 및 재원생 학부모 3000명을 대상으로 유아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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