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있는 산후조리원… 가격 처음으로 조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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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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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1200만원 ‘특급 몸풀이’ 산모 불안감 부추기는 광고도

전국 418개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가격 실태조사가 19일 발표됐다. 산후조리원은 2006년 294곳에서 3년 만에 42.2%가 증가했을 정도로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만족도와 소비자가격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30곳(31.1%), 서울이 99곳(23.7%)으로 수도권에 50% 이상 밀집했다. 2주간 비용은 가장 싼 곳이 64만 원, 가장 비싼 곳이 1200만 원이었다. 2주간 머무는 데 서울은 평균 212만 원으로 가장 높고 충남 190만 원, 경기 179만 원 순이었으며 전남이 평균 123만 원으로 가장 쌌다(일반실 기준).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지난해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산모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족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58.5%였다. 산후조리원이 제공한 식사에 만족한 경우는 74.6%, 신생아 관리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62%였다. 그러나 이용자 중 56.6%만이 ‘이용 요금에 만족했다’고 대답해 가격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웹사이트 ‘아가사랑’(www.agasarang.org)에서 일반인에게 가격 차를 공개하면서도 산후조리원의 명칭은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후조리원 이용 산모 중 70.7%는 산후조리 가격을 명확히 공개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출산을 앞둔 김주환 씨(33·서울 동작구)는 “정부 발표는 서울지역 평균 비용이 212만 원이라고 하지만 서울 중심지역에 사는 출산 예비엄마들이 느끼는 산후조리원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다”며 “그래도 2주에 350만 원 하는 중간 프로그램은 해야 몸조리가 된다는 말들 때문에 비싼 곳으로 지금이라도 알아봐야 하는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산모들의 믿음처럼 비싼 산후조리원일수록 제값을 하고 있는 걸까. 이연은 위드유산부인과 원장은 “‘산후조리’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는 개념”이라며 “아이를 낳은 뒤 적절히 운동하고 올바른 영양섭취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추가 프로그램까지 모두 적용받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골반교정이나 복부마사지를 집중적으로 받지 않으면 산후조리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에 대해 이승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책을 자주 하고 몸을 꾸준히 움직여 주면 산후 부기를 빼는 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골반치료를 받지 않아도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좌욕을 열심히 하고 주변 가족의 도움을 받아 정신적인 편안함을 계속 유지한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산후조리를 할 수 있다는 것.

정부가 가격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산후조리원 문화가 그만큼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 이원희 복지부 가족건강과장은 “신생아를 한 곳에 놓고 관리할 경우 아기끼리 서로 교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가정 산후조리가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산후조리원 수요가 늘어난 만큼 산모에게 가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후조리원이 신생아를 다루는 만큼 위생이나 신생아 관리, 가격거품에 대해 복지부가 관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후조리원은 한때 자유업이었다 2006년 신고제로 바뀐 뒤 시군구에서 위생 및 안전 관리를 하고 있을 뿐 서비스를 평가할 만한 인증제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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