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익 가스 새면서 “펑” 女승객 발목절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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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서울 도심서 CNG버스 폭발사고

버스내부 심하게 파손… 인근 車-상가 유리창 깨져
여름에 집중발생… 경찰 “폭염에 연료통 폭발”추정
지경부 “연료충전 압력 10% 낮춰라” 긴급 지시

서울 도심을 달리던 압축천연가스(CNG) 버스가 갑자기 폭발해 차량이 크게 부서지고 20대 여성 승객의 양쪽 발목이 절단되는 등 17명이 다쳤다. 서울성동경찰서는 9일 오후 4시 56분 성동구 행당동 지하철 행당역 부근 4차로에서 무학여고 방향으로 진행하던 D여객 소속 241B번 CNG 버스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 갑자기 폭발

경찰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이날 승객 12명을 태운 채 신호를 기다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가스 새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5초 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이 폭발로 차량 유리창이 완전히 부서졌다. 차량 내부도 심하게 파손되면서 뿌연 연기가 솟아올랐다. 또 버스 폭발 현장 주변에 있던 차량 5대와 인근 상가 유리창 등이 크게 부서졌다.

사고 버스 운전사 송재수 씨(51)는 “행당역 방향으로 가는 도중에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며 “운행 중 이상 징후는 없었으나 갑자기 가스 새는 소리가 나더니 폭발했다”고 진술했다. 목격자 김주진 씨(56)는 “버스에서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뿌연 연기가 솟아올랐고 젊은 남자들이 창문 쪽으로 뛰어내렸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이효정 씨(28·여)가 양쪽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1명과 버스 부근에 있던 시민 5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목격자 박정미 씨(37·여)는 “다리를 심하게 다친 여성이 보였고 피를 흘리는 30대 남자가 도로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천연가스 연료통이 폭발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근 사거리 신호등의 폐쇄회로(CC)TV와 버스 내부 CCTV를 수거해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 CNG 차량 잇단 폭발 사고

버스에 설치된 CNG 용기 폭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7월 7일 전북 익산의 한 충전소에서 충전 중이던 시내버스의 CNG 용기가 갑자기 폭발했다. 2008년 7월 12일 충북 청주의 한 충전소에서도 충전을 마친 버스의 CNG 용기가 폭발해 버스의 절반이 파손됐다. 2007년 12월 20일에는 경기 구리시 인창동 북부간선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의 CNG 연료필터에서 가스가 누출돼 화재가 발생하면서 CNG 용기가 폭발해 운전사가 부상하고 버스는 전소됐다.

사고는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여름에는 차량의 에어컨을 작동하기 때문에 겨울보다 20%가량 충전량이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여름에 충전 횟수와 사용량이 늘기 때문에 사고 발생 위험도가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NG 버스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상버스를 제외하고는 CNG 버스는 차체 아래에 연료통이 설치돼 있는데 차량 내부 바닥이 연료통 폭발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한 재질로 제작되지 않았다는 것. 사고 버스 관리업체 관계자는 “겨울철 눈길 미끄럼 방지를 위해 뿌리는 염화칼슘에 차체가 부식돼 연료통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처음 도입된 CNG 버스는 2009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2만3000여 대가 운행 중이다. 서울시는 가스안전공사와 버스공제조합에 이달 안에 시내에서 운행 중인 CNG 버스 전체의 불량 여부와 안전성을 일제 점검하도록 협조 요청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사고 직후 전국 도시가스충전소에 연료 충전 시 최고압력을 현행 cm²당 207kg보다 10% 정도 낮추라고 긴급 지시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행당동 버스 폭발 CCTV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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