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살려내”…피살 베트남 여성 유족 ‘오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4일 0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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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료원에 빈소 차려..국내서 화장 뒤 귀국 예정

8일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 씨(20·여)가 신혼 8일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숨진 여성의 베트남 유족이 14일 입국했다.

이날 오전 숨진 탓티황옥 씨의 부모는 김해공항으로 입국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탓티황옥 씨의 어머니 쩡티웃 씨(48)는 "결혼 8일만에 내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믿을 수가 없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이 슬프다."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곧장 딸의 시신이 안치된 사하구 장림동 모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경찰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영안실에 들어가서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으며 오열했다.

유족들은 베트남 전통절차에 따라 딸이 숨진 사하구 신평동에서 간단한 초혼제를 치낸 뒤 국내에서 딸의 시신을 화장해 베트남으로 옮기고 싶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유족들의 입국과정에서 이주민 단체와 여성단체, 베트남명예총영사관 관계자들도 함께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장례절차 등을 도왔다.

숨진 탓티황옥 씨의 빈소는 연제구 거제동 부산의료원에 차려져 일반 시민들의 조문도 받을 예정이다.

이주여성다문화가족센터 '어울림' 등 여성단체 소속 1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 사하경찰서 앞에서 탓티황옥 씨 살해사건의 철저한 진상파악과 책임자 및 가해자 처벌을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결혼대행업체와 지자체를 피고소인으로 하는 고발장을 사하경찰서에 제출했다.

구수경 여성문화인권센터 대표는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참으로 부끄러운 심정"이라며 "결혼중개업 자체가 베트남에서는 불법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남성 배우자에 대한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아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라고 지적했다.

이인경 '어울림' 대표은 "사격장 화재로 일본인들이 숨졌을 때와 비교해 부산시등 기관에서 지원이나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라며 "되풀이되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잔인한 사건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과 관련 베트남 언론 기자가 파견되는 등 베트남 현지에서도 탓티황옥 씨 살해사건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국제결혼문제를 이슈화시키는 것은 물론 반한 감정마저 일고 있는 실정이다.

베트남 유학생 호앙 란(24·여·부산대 무역학과 대학원생)씨는 "한국사람들도 경제적인 이유로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과거가 있지 않았나"며 "한국사회가 베트남 여성들에게 보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숨진 탓티황옥 씨와 올해 1월 베트남에서 결혼한 남편 장모 씨(47)는 8일 오후 7시25분경 부산 사하구 신평동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얼굴을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뒤 흉기로 복부를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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