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칼럼]지도자의 독선이 나라를 망친다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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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주의에 절대 필요하다. 선거 없는 민주주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조지프 슘페터의 말대로 민주주의는 선거를 전제로 성립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양자 간의 대결(제로섬게임)이다. 다시 말하면 선거의 결과는 이기든가 지든가의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에 입후보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다른 세계에서 산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보통 사람이 존중하는 윤리도덕을 거의 무시한다. 그 결과로 보통 사람의 대부분은 정치하는 사람을 경멸하게 된다.

입후보한 사람은 자신이 더 좋은 입후보자라는 사실(?)을 계속 반복해야 하고 모든 면에서 경쟁자에 비해 우월하다는 점을 자신의 입으로 반복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을 칭송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통 사람은 속으로 입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일반 대중은 그렇더라도 정부의 고위층에 선거의 논리가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을까? 정부의 고위층일수록 자신의 우월성을 중요시한다.

대통령의 예를 들면 중대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주변의 전문가와 사회의 지도급 인사에게 형식적으로는 의견을 묻지만 선거의 논리 때문에 역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믿는다. 대통령이라는 말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학식과 판단력이 명확하다는 뜻으로 해석하므로 독선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고 하겠다.

선거논리 빠져 대결구도 집착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는 흉내만 내고 실제로는 자신의 생각을 가장 존중한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충고하는 사람에게 항상 “당신이 그렇게 똑똑하다면 왜 당신이 대통령이 못 되고 내가 이 자리에 있겠나?”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선거의 메커니즘은 사람을 독선주의에 빠지게 할 위험이 있다. 선거의 논리가 지나치게 선거의 경쟁적인 면에서 강조됨으로써 대통령이 고립되고 관료가 형식주의로 빠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선거하는 사람, 즉 국민 대다수가 올바른 후보자를 선출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 두 번째로 제도적 해결 방법은 없겠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역할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선거 유권자의 판단에 의존하든가, 아니면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정치적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지만 아무리 제도적 장치가 효과적이라고 하더라도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정치적 문제에 봉착했을 때 사람의 판단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지도자에게 달려 있다. 지도자가 앞을 보지 못하고 선거의 논리에만 매달려 있다면 나라는 희망이 없다. 정치적 법률적 개념의 국가로서는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선거의 논리에 얼마만큼 예속되고 얼마만큼 해방될 수 있는가. 선거의 논리에 예속되면 될수록 나라의 발전과 번영은 기대할 수 없고, 나라 안에서의 투쟁으로 에너지가 소진하게 된다.

국민을 끌어안는 리더십 필요

새로운 지도자는 선거의 논리에만 매달리지 않고 정치는 근본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읽는 데서 시작한다는 진리를 처음부터 깨닫고 국민을 끌어안는 리더십을 발휘해 준다면 오늘날과 같은 혼돈과 절망의 구름은 사라지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가 항상 선거의 논리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리더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황폐화된 국가를 다시 세우기 위하여 선거의 논리를 무시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보여 주기 바란다.

김경원 전 주미 대사·고려대 석좌교수

※ 김경원 전 주미 대사가 집필해 온 ‘김경원 칼럼’이 필자의 사정으로 오늘자로 끝납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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