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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자식이 아버지를 쓸쓸하게 이기는 순간…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소소한 도서관]자식이 아버지를 쓸쓸하게 이기는 순간…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회사 정문에 막 도착했을 무렵, 어머니가 들고 있던 초록색 비닐우산을 내려 그의 몸을, 그의 정면을 가려 주었다. 머리 위가 아닌 그의 얼굴을 가린 것이었다. 하지만 초록색 비닐우산은 초록색 비닐우산일 뿐, 그는 반투명하게 보이는 초록색 비닐우산 너머로 자신의 아버지가 택시회사 사장…

    • 20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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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두 사람이 나누는 죽음과 삶…‘가재미’

    [소소한 도서관]두 사람이 나누는 죽음과 삶…‘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

    • 20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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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기계문명의 감각을 시로…‘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소소한 도서관]기계문명의 감각을 시로…‘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마우스를 둥글게 감싼 오른손의 검지로 메일을 클릭한다. 지난밤에도 메일은 도착해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k가 보낸 첨부 파일을 클릭한다. 붉은 장미들이 이슬을 꽃잎에 대롱대롱 매달고 흰 울타리 안에서 피어난다. k가 보낸 꽃은 시들지 않았다 (…) 검색어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 …

    • 201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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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 막장SF? 청년 로봇 베이비시터와 할머니의 아름다운 교감…‘대니’

    [소소한 도서관] 막장SF? 청년 로봇 베이비시터와 할머니의 아름다운 교감…‘대니’

    “말들은 장식이다. 혹은 허상이다. 기억은 사람을 살게 해주지만 대부분 홀로그램에 가깝다. 대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주어진 끝을 받아들였다. 나는 일흔 두 살이고, 그를 사랑했고, 죽였다.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이 희미하게 사라져가지만 그 사랑은 변하지 않고, 나…

    •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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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 바람 이불처럼 덮고…‘풍장’

    [소소한 도서관] 바람 이불처럼 덮고…‘풍장’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황동규 시인의 ‘풍장1’ 중 일부 유명한 청춘의 시 ‘즐거운 편지’는 황동규 시인 자신이 청춘이었을 때 쓰여 그토록 설레고 풋풋하리라…

    • 201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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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사랑은 바닷물과 암초와 같다…‘한진여’

    [소소한 도서관]사랑은 바닷물과 암초와 같다…‘한진여’

    ‘나는 나에게 가기를 원했으나 늘 나에게 가기 전에 먼저 등 뒤로 해가 졌으며 밀물이 왔다/ 나는 나에게로 가는 길을 알았으나 길은 물에 밀려가고 물 속으로 잠기고 안개가 거두어갔다. 때로 오랜 시간을 엮어 적막을 만들 때 저녁연기가 내 허리를 묶어서 참나무 숲속까지 데리고 갔으…

    •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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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육체적 고통만큼 철저하게 독자적인 것은 없다…‘두근두근 내 인생’

    [소소한 도서관]육체적 고통만큼 철저하게 독자적인 것은 없다…‘두근두근 내 인생’

    ‘내가 이만큼 살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세상에 육체적인 고통만큼 철저하게 독자적인 것도 없다는 거였다. 그것은 누군가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누구와 나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몸보다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적어도 마음이 아프…

    • 2017-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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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40대, 죄를 지을 조건을 갖추는 시기…‘홀’

    [소소한 도서관]40대, 죄를 지을 조건을 갖추는 시기…‘홀’

    ‘사십대야말로 죄를 지을 조건을 갖추는 시기였다. 그 조건이란 두 가지였다. 너무 많이 가졌거나 가진 게 아예 없거나. 즉 사십대는 권력과 박탈감, 분노 때문에 쉽게 죄를 지었다. 권력을 가진 자는 오만해서 손쉽게 악행을 저지른다. 분노나 박탈감은 곧잘 자존감을 건드리고 비굴함을 느끼…

    •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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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폭력’을 감내해야 한다면 차라리 ‘식물’이 되길…‘채식주의자’

    [소소한 도서관]‘폭력’을 감내해야 한다면 차라리 ‘식물’이 되길…‘채식주의자’

    “그녀는 꼿꼿하게 물구나무서 있던 영혜의 모습을 떠올린다. 영혜는 그곳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숲 어디쯤이라고 생각했을까. 영혜의 몸에서 검질긴 줄기가 돋고, 흰 뿌리가 손에서 뻗어 나와 검은 흙을 움켜쥐었을까. 다리는 허공으로, 손은 땅속의 핵으로 뻗어나갔을까. 팽팽히 늘어난 허리…

    •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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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모국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밤노래’

    [소소한 도서관]모국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밤노래’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바람 부는 언덕에서, 어두운 물가에서 어깨를 비비며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 마른 산골에서는 밤마다 늑대들 울어도 쓰러졌다가도 같이 일어나 먼지를 터는 것이 어디 우리나라의 갈대들뿐이랴 -마종기 ‘밤노래 4’에서 시집 제목을 ‘모여서 사는…

    • 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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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나’의 삶에 나타난 ‘너’, 동성 간의 우정과 애정 사이…‘첫사랑’

    [소소한 도서관]‘나’의 삶에 나타난 ‘너’, 동성 간의 우정과 애정 사이…‘첫사랑’

    “사랑한다.” 너는 나를 깊이 안았다. “나도.” 지나가던 아이들이 우리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지옥의 빵공장에서 빵트럭이 쏟아져나오고 딴 세상 바다에선 고래들이 펄쩍 뛰어오르던 그때, 나는 비로소 내가 사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석제 ‘첫사랑’에서 성…

    •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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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좋은 기억이 삶을 살아가는데 미치는 영향…‘뉴욕제과점’

    [소소한 도서관]좋은 기억이 삶을 살아가는데 미치는 영향…‘뉴욕제과점’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는 동안, 뉴욕제과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뉴욕제과점이 내게 만들어준 추억으로 나는 살아가는 셈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 다음에 나는 깨달았다. 이…

    •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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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도서관] 의자와 한 몸 된 모든 회사원들에게…‘사무원’

    [소소한 도서관] 의자와 한 몸 된 모든 회사원들에게…‘사무원’

    소소한 도서관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하였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 20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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