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처음 유심히 본 건 1996년 여름, 천안 독립기념관에서였다. 당시 나는 전국을 한 바퀴 돌며 한국의 주요 역사 및 문화유적지를 방문하는 대학교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독립기념관도 그중 한 곳이었다. 도착해서 보니 진입로 양옆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태극기가…
SNS를 살펴보다가 한 포스팅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인 아내를 둔 아일랜드 친구가 태국의 한 작은 마을을 여행하다가 겪은 일이었는데, 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어느 날 부부가 길을 걷고 있었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아내가 인사를 건네자 다소…
올해는 가뜩이나 시간이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며칠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보편적으로 기념되는 명절이기는 하지만 나라마다 이날을 보내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한국은 커플 기념일에 가깝고, 바로 옆 나라 일본은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 프라이드치킨 …
올해로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초청으로 다음 주 한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듣기로 윤석열 대통령은 런던에 3박 4일가량 머물면서 찰스 3세 국왕 및 영국 총리와의 회담과 영국군 참전용사들과의 면담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
최근 들어 내가 갑자기 늙어 보이게 된 건지 혹은 한국에서 사는 게 불행해 보이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조만간 영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있는지, 은퇴는 언제 계획하는지 묻기 시작했다. 뜬금없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질문인 것 같다. 한국에 온 지 거의 20년이 …
외국인으로 한국에 살면서 처음 한국분들을 만나 소개를 받으면 대화의 처음 몇 분은 거의 같은 패턴으로 진행된다. 질문들의 순서가 다소 다를 수는 있지만 열의 아홉 중 처음으로 등장하는 4가지 필수 질문은 “어느 나라에서 왔소?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시오? 한국에는 얼마나 오래 살았소?…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리고 있는 여자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FC서울 광팬으로서 한국에서만 40개가 넘는 경기장을 오가며 내 축구팀을 응원했고, 일본, 중국, 호주까지 날아가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도 봤으며 한국대표팀 경기도 50번 넘게 직관했다. 나름대로…
이주민으로서 한국에 살다 보면 수고를 많이 하지 않아도 칭찬을 많이 듣게 된다. 한국어로 얘기하려고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발음이 나쁘거나 존댓말을 못해도 칭찬을 듣고, 김치를 맛있게 먹을 때 또 칭찬을 듣고, 김치찌개를 먹고 ‘시원하다’고 하면 한국인이 다 되었다는 칭찬을…
어떤 나라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나에게는 그 나라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나 기념일, 축제를 살펴보는 것이 왕도인 것 같다. 한국하면 K팝, K드라마를 자동으로 떠올리기는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방면의 한국을 이해하고 싶다면 연중으로 끊이지 않는 다양한 축제행사에 참…
이 칼럼은 5주마다 한 번씩 쓰다 보니 장단점이 있다. 기고 직후부터 여러 사건 사고가 생겨나는데 다음번 5주가 될 때쯤에는 몇 주 전 흥미롭다고 생각한 주제들이 금세 다른 이슈로 덮여서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그래도 좋은 점은 그 5주 동안의 시간이 어떤 시각을 …
최근 호주에 갈 기회가 있었다. 다른 나라에 가면 매번 한국보다 불편한 점들을 꼭 찾아내고 오는 편인데, 내가 어렸을 적에 호주에서 머물렀던 좋은 기억들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예쁜 도시 풍경, 여기저기 볼거리들, 저렴한 대중교통과 여러 신선한…
나는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기 전에는 중국어가 대학교 전공이었다. 중국어를 배운 경험은 한국어를 배우는 데에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두 언어가 문법은 다르지만 한국어의 많은 단어들이 한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단어를 보고 뜻을 유추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중…
드디어 새해가 밝았다. 2022년 12월 31일도 여느 때처럼 해가 서쪽에서 졌고 2023년 1월 1일에도 어느 평범한 날처럼 해가 떴다. 적어도 물리적인 세계에서 그랬다. 그런데 어떤 날은 더 뜻깊은 날이 된다. 지구가 해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았다는 의미로 어제는 작년이 되고, 오…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가 20년 만에 아시아권으로 돌아왔다. 아시아권이라도 한국과의 시차가 6시간이나 나는 카타르에서 개최됐으니 거리감이 있다. 이 시차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동일해서 이번에도 한국의 수많은 ‘축구 덕후’들이 나처럼 매일 밤잠을 설치며 주요 경기들을 보느라 기진…
한국은 시험이 몹시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사법시험, 외무고시, 공무원시험, 한국어능력시험 모두 어렵기로 소문났다. 몇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에 합격하는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더 높으니 말이다. 영국은 시험이 꽤 쉬운 편이다. 아주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