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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의 생각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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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청담동 이야기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청담동 이야기

    더위가 지겹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아침저녁이 선선해지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여름은 문득 멀어졌고, 어느새 눈앞에 다가온 투명한 가을은 한없이 쓸쓸하다. 담쟁이도 잎사귀 끝이 마르고 드문드문 연한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청담동 골목길에서 산 지도…

    • 201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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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유럽행 난민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유럽행 난민

    지금 유럽에서는 사상 초유의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서유럽으로 물밀듯이 밀려드는 서아프리카,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난민의 행렬이 그것이다. 흡사 4, 5세기에 일어났던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을 연상시킨다. 훈족의 침략과 인구 증가로 살기가 어려워진 게르만족이 남쪽 로…

    • 201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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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김구와 이승만을 보는 비대칭성

    [박정자의 생각돋보기]김구와 이승만을 보는 비대칭성

    드라마 ‘징비록’을 비분강개하며 열심히 보고 있던 6월 초. 한 신문의 청소년 페이지에 ‘징비록’ 이야기가 나왔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 재상이었던 류성룡이 7년간의 왜란을 겪은 후 이에 대한 참회와 반성을 기록한 책으로, 수군통제사 이순신의 활약이나 명나라와의 갈등 같은 당대의…

    • 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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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약탈문화의 마지막 잔재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약탈문화의 마지막 잔재

    의식하지 않고 지냈지만 생각해보니 롯데는 마치 자연처럼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익숙한 환경이었다. 화려한 백화점이었고, 재미난 놀이공원이었고, 달콤한 캔디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일반인으로서는 난생처음 보는 두 장년의 남자가 일본 말로 혹은 일본 악센트가 섞인 서투른 한국어로…

    • 201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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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박정자의 생각돋보기]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영화 ‘연평해전’을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아이들과 점심을 함께 먹은 비 오는 일요일, 딱히 할 일은 없고, 식당 바로 옆이 영화관이고, ‘연평해전’을 보자는 젊은 아이들의 생각이 가상해 그냥 보았다. 그러나 보기를 잘했다. 홀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

    • 201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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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중학교 동창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중학교 동창

    시간은 오후 10시, 장소는 뉴욕. 습기 머금은 차가운 바람 속에 사람들의 발길은 끊기고, 상점들은 서둘러 문을 닫아 거리는 황량하다. 순찰 중인 경찰관이 철물점 앞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남자는 경관을 안심시키려는 듯 황급하게 자신이 친구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한다. 20년…

    • 201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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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표절이 예술이 되려면

    [박정자의 생각돋보기]표절이 예술이 되려면

    기호학자이며 중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중세 서적들을 읽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세상의 모든 책은 끊임없이 다른 책을 참조하고 있고,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미 말해진 이야기들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아예 마치 직물(織物)을 짜듯 서로 …

    • 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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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전염병은 언제나 권력 현상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전염병은 언제나 권력 현상

    중세 시대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 간 페스트는 서구 문화와 예술에 큰 영감을 주었다. 14세기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페스트를 피해 시골 별장으로 들어간 10명의 젊은이들의 이야기이고, 19세기의 음산한 고딕소설들은 페스트의 트라우마가 기저에 깔려 있는 문학 장르이다…

    • 20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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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영토를 뒤덮은 지도(地圖)’의 우화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영토를 뒤덮은 지도(地圖)’의 우화

    대제국의 지도 제작자들이 극도로 정밀한 지도를 제작했는데, 너무나 상세해서 실제 제국의 영토를 거의 정확히 뒤덮어 버릴 정도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지도인 줄도 모르고 그 위에서 살았다. 마침내 제국이 망하자 사막으로 변한 땅에는 너덜너덜 누더기가 된 지도 조각만이 나뒹굴었다. 마…

    • 20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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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미모(美貌)에 대하여

    [박정자의 생각돋보기]미모(美貌)에 대하여

    외모는 우리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주요 자본이다. 사람들이 우리를 평가하는 기준은 오로지 우리의 외모다. 인간은 우선 시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외모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유발하여, 어디서나 좋은 대우를 받는다. 평범한 외모는 마치 투명인간처럼 무관심의 대상이며, 못생긴 외…

    • 201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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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성완종 정국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성완종 정국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

    정치에 큰 관심 없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어느 날 저녁 TV 화면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을 것이다. 한 기업인이 울먹이며 자기는 MB맨이 아니라느니, 박근혜 정부를 세운 데 공이 있다느니, 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고 권력의 문제를 마구 논할 수 있는, 그렇게 중요하고 비중 있는…

    • 201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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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찢어진 청바지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찢어진 청바지

    길모퉁이 새로 생긴 옷가게 윈도에 찢어진 청바지가 주렁주렁 걸려 있다. 배꼽 티는 몇 년을 못 버티고 사라졌는데 찢어진 청바지는 거의 기본 패션으로 정착한 듯하다. 내가 푸코의 철학 만화책을 내면서 에피스테메 이론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찢어진 청바지를 예로 든 것이 1995년. 그때만…

    • 201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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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앤젤리나 졸리 그리고 몸 이야기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앤젤리나 졸리 그리고 몸 이야기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오늘날처럼 몸이 중요한 적은 없었다. 전통 사회의 농민은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에 매혹된 나르시스처럼 자신의 육체를 감상한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고, 산업사회의 노동자들은 자기 몸에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몸은 오로…

    • 201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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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이부진 효과

    [박정자의 생각돋보기]이부진 효과

    날카로운 눈매와 도도함이 사람을 압도하는 듯하여 보통 사람이 감히 가까이 갈 수 없는 상류층의 전형이었다. 한국 최고 부자의 딸이면서 계열사 사장에, 미모와 젊음까지 갖추었으니 오만이 하늘을 찌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허를 찌르는 의외의 광경이었다. 주주총회에 한쪽 발목에 깁스를 …

    • 201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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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자의 생각돋보기]동성애

    [박정자의 생각돋보기]동성애

    플라톤의 우화 중에서 아마도 가장 대중적인 우화는 인간의 자웅동체설(雌雄同體說)일 것이다. ‘향연’에서 들려주는 이 전설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공처럼 둥글게 생긴 구형(球形)이었다. 팔이 넷, 다리가 넷, 둥근 목 위에 머리는 하나, 똑같이 생긴 얼굴이 반대 방향으로 둘이 있고 귀가 …

    • 20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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