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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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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5·끝>밀크티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5·끝>밀크티

    영국인들은 주야장천 밀크티를 마신다. 출근해서 한 잔, 점심 먹기 전에 또 한 잔, 잠자기 직전까지 무슨 기록이라도 경신하겠다는 듯 계속 밀크티를 마셔 댔다. 아닌 게 아니라 베이커 스트리트 221B에 사는 셜록 홈스도, 조니 뎁처럼 섹시한 해적들이 판치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도, …

    • 201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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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4>몰레 소스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4>몰레 소스

    고기 굽는 난이도로만 치면 삼겹살은 하수고 양념돼지갈비는 상수다. 삼겹살은 덮어놓고 굽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양념돼지갈비는 간장 양념 때문에 불길이 스치기만 해도 까맣게 그을리기 일쑤다. 그럼 어김없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모부터 찾는다. “이모, 여기 가위 좀 주세요.” …

    • 20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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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3>피자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3>피자

    내가 다녔던 요리학교 탕트 마리는 런던 남쪽 서리 주의 워킹이라는 소도시에 있다. 아침저녁으로 새가 지저귀던 그곳에서 내가 세 들어 살던 집 주인 로베르토도 새가 아침저녁으로 울어대듯 날이면 날마다 피자를 먹어댔다. 나폴리가 고향인 로베르토를 처음 만난 날, 그가 나에게 했던 말은…

    • 201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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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2>버터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2>버터

    “버터는 아무리 많이 써도 지나치지 않아.” 영화 ‘줄리 & 줄리아’에서 줄리가 프라이팬을 집어 들며 하는 말이다. 쥐꼬리만 한 월급은 있어도 ‘너무 많은’ 월급이란 없다. 마찬가지로 ‘버터를 적게 썼네’라고 할 수는 있어도 ‘버터를 너무 많이 썼어’라고 할 수는 없다. 버…

    • 201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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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1>커리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1>커리

    인도가 식민지였던 시절 영국에 소개된 커리는 이제 당당한 영국 음식이다. 한국의 짜장면 같다고 할까? 커리를 빼면 영국 음식은 피시 앤드 칩스, 매시 포테이토에 피시 파이, 미트 파이 같은 ‘감자와 아이들’밖에 안 남는다. 게다가 영국에 인도 사람이 좀 많은가? 그들도 먹고살 주식이 …

    • 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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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0>카르보나라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20>카르보나라

    영국 살 때 내 동거인이었던 알베르토는 이탈리아 출신답게 파스타 마니아였다. 그의 주식은 달걀 파스타였다. 그 흔한 마늘, 토마토 같은 부속물은 전혀 쓰지 않았다. 레시피랄 게 아예 없었다. 삶은 면에 달걀노른자를 버무려 소금과 후추를 뿌리기만 했다. “너네 고향에서도 이렇게 해먹…

    •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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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9>스카치에그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9>스카치에그

    높은 첨탑 어딘가에는 저주에 걸린 공주가 갇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쇠를 긁는 괴성을 지르며 어디선가 무시무시한 용이 날아와 성 꼭대기에 앉아 불을 뿜을 것만 같았다. 그곳은 영국의 에든버러. 조앤 롤링이 어떻게 해리포터를 쓰게 됐는지 에든버러 기차역에 내리면 절로 알게 된다. 에든버…

    •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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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8>크로크무슈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8>크로크무슈

    주방에 중용은 없다. 모든 것이 과잉이다. 남성 호르몬, 근무 시간, 욕설, 쓰레기, 엄청난 크기의 솥과 지옥이 연상되는 불꽃, 보통 사람이 보면 ‘억’ 소리가 날 만큼 들어가는 버터, 크림, 소금, 그리고 셰프의 땀. 이 다다익선의 미덕을 실천하는 요리 중 하나가 프랑스식 샌드위치 …

    •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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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7>간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7>간

    “간만 따로 파나요?” “따로 안 팝니다. 서비스로 나가요.” “간을 너무 좋아해서 그러는데요, 따로 주문할 수 있나요?” “많이 드릴게요.” 주인장의 단호한 대답에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 간을 공짜로 많이 먹으면 눈치가 보일 터. 돈 내고 당당하게 많이 먹겠다는…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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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6>도넛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6>도넛

    “도넛을 샴페인이랑 먹으면 어떨까? 레이먼드 카버란 소설가 알지? 그 사람 단편소설 중에 ‘조심(Careful)’이란 게 있는데, 거기에 아침으로 도넛이랑 샴페인을 먹는 사람이 나오더라고.” “야야, 그건 캐비아를 밥에 올려 버터랑 간장에 비벼 먹는 거랑 같은 거지.” 4차원 …

    • 20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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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5>굴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5>굴

    “더즌 오이스터(Dozen Oyster)!” “싯(Shit)!” “하프 더즌 오이스터!” “싯!” 한창 바쁜 저녁시간, 손님들이 약속이나 한 듯 굴을 시키기 시작했다. 어제는 굴이 거의 안 나갔는데. 손님들 속내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오늘은 다들 굴 귀신이라도 씌었나…

    • 201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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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4>양고기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4>양고기

    “야시장엘 갔는데, 터번 쓴 남자가 갑자기 툭 건드리더라고.” “왜?” “필요한 게 뭐냐는 거야. 총이든, 맥주든 다 구해주겠다면서.” 대학생 시절, 새 학기가 시작되자 배낭여행 다녀온 친구 한 놈이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소싯적부터 진짜 ‘벤처’를 좋아해 사방팔방으로 떠돌던…

    • 20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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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3>커피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3>커피

    내가 커피를 몸에 들이부은 곳은 대개 업장이었다. 바(bar)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커피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일 시켜 먹는 곳은 다 똑같은지 19세기 공장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았나 보다. 마르크스가 ‘자본’에 목격담을 이렇게 남겼다. “여기서 일하는 소녀들은 하루 평균 16시…

    • 20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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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2>영국 순대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2>영국 순대

    외국에서 살다 보면 별의별 게 다 그립지만 순대가 그렇게 먹고 싶을 줄은 정말 몰랐다. 어떤 순대인고 하니, 남원의 피 맛 나는 순대도, 토실토실 오동통한 아바이 순대도 아닌 동네 분식집에서 파는 싸구려 순대였다. 그 취향이 생긴 사연이 왜 없겠는가. 동네마다 반드시 하나씩은 있는…

    • 20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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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1>크렘 브륄레

    [정동현 셰프의 비밀노트]<11>크렘 브륄레

    그녀가 삶은 달걀로 내 머리를 내리쳤다. 빠악! “왜 이래?” “재밌잖아. 재밌지? 그치?”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귀엽게 웃었다. 나의 그녀는 취향이 조금 엉뚱했다. 삶은 달걀은 꼭 내 머리를 도구 삼아 깨뜨렸고, 어두일미라며 붕어빵도 꼭 머리부터 먹었다. 그녀와 성격도 외모도…

    • 20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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