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일중독 문화 바꿔 고용률 70% 달성’. 올 들어 자주 접하는 기사 제목이다. 처음엔, 난데없이 무슨 소린가 했다. 압축성장의 벨트 위에 올라서서 ‘더 빨리, 더 열심히’를 외쳐온 우리의 모습과 영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어쨌거나 ‘일중독’에서 벗어나…
다음 달 3일은 ‘세월호 참사’로 어린 꽃봉오리들이 스러져간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은 지 49일 되는 날에 재를 지낸다. 바로 사십구재(四十九齋)다. 칠칠재(七七齋)라고도 한다. 사람이 죽으면 7일째 되는 날부터 7일마다 한 번씩 심판을 받는데 특히 49일째는…
몸짱 얼짱 공부짱에 싸움짱까지, 그야말로 ‘짱’의 시대다. 이 중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일컫는 ‘얼짱’을 표제어로 삼은 건 2004년 판 ‘훈민정음 국어사전’이다. 당시 얼짱이 사전에 오를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국립국어원과 금성출판사가 논쟁을 벌였다. 국립국어원은 “얼짱은 외…
10년 전쯤 누리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우리말 어원이 무엇인지를 인터넷 설문 조사한 결과 ‘사바사바’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조항범·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새삼 이 단어를 떠올린 것은 물론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사바사바’는 ‘뒷거래를 통하여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
탄신(誕辰)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과 같은 위인이 태어난 날을 가리킨다. 탄(誕)은 ‘태어남’을, 신(辰)은 ‘날’을 뜻한다. 생신(生辰)이 생일을 높여 부르는 말이듯이 탄신은 탄일(誕日)의 높임말이다. 지난달 28일은 충무공탄신일이었고 그제는 석가탄신일이었다. 일주일 뒤인 1…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싶은 요즘이다. 울분과 무력감이 엄습한다. 도대체 꽃다운 애들을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는 나라가 어디 있나. 그런데 일이 벌어진 이후에도 염장 지르는 일이 너무 많다. 후안무치 선장, 복지부동 공무원, 유명무실 재난대응, 인면수심 유언비어…. ‘염장 지르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썸타다’라는 말이 유행이다. 영어 섬싱(something)의 첫음절 된소리 ‘썸’과 우리말의 ‘타다’라는 동사가 합쳐진 신조어다. 정식으로 사귀기 전에 호감을 갖고 있는 상대방과의 미묘한 관계를 가리킨다. tvN ‘코미디빅리그’의 ‘썸&쌈’, 걸그룹 …
전날의 술기운을 풀기 위해 해장국이나 북엇국 등을 먹는 것을 흔히 ‘해장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장’의 한자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장을 푼다’고 생각해 解臟이나 解腸으로 알고 있지만 아니다. 해장이라는 말은 원래 없고, 원말은 ‘해정(解정)’이다. ‘정(정)’은 ‘숙취’를 뜻…
‘엠티 안가비’. 대학의 학과나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엠티(MT)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내는 ‘불참비’를 가리키는 은어(隱語)다. 지난해 이맘때쯤 대학가는 이 문제로 시끄러웠다. 벌금까지 거둬가며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학생 측과 참가율을 높이자면 할 수 없다는 주최 측의 주장…
산과 들이 불이라도 난 듯 붉게 물드는 봄이다. 이 계절을 봄답게 만드는 주역 중 하나는 역시 너른 야산에 흐드러지게 피는 진달래와 철쭉이다. 그런데 둘의 처지는 천양지차다. 같은 진달랫과인데도 진달래는 참꽃으로, 철쭉은 개꽃으로 불린다. 왜일까.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때…
‘피맛골’. 조선시대 때부터 있었던 서울 종로통의 한 골목 이름이다. 예전 이곳에 음식점이 많다 보니 이름 가운데의 ‘맛’을 ‘음식 맛’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전혀 관계가 없다. 이 지명은 ‘말을 피한다’는 ‘피마(避馬)’에서 유래했다. ‘피맛골’은 ‘말을 피해 다…
‘진도개’와 ‘진돗개’ 중 어느 쪽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토종견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업무보고를 받으며 ‘진도개 정신이 없다’고 질타하자 다음 날 각 신문이 ‘진도개 정신’ ‘진돗개 정신’으로 제각기 표기했다. 한글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 규정에 따르면 ‘진돗개’가 맞다.…
‘통일 대박.’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이래 논객들의 칼럼 소재뿐 아니라 언중의 입말로도 대박을 터뜨렸다. 물론 이전에도 개업의 축하인사로, 청소년들이 ‘굉장하다’ ‘놀랍다’는 의미로 많이 써왔지만, 대통령이 화제를 더했다. 그런데 이 ‘대박’, 어디서 온 것일…
“십년이 가고 백년이 가도/살아만 돌아오소/울고 넘던 이 고개여/한 많은 미아리 고개.”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1956년)의 ‘단장(斷腸)의 미아리 고개’다. ‘단장’은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말한다. 6·25전쟁이 몰고 온 이별과 이산의 고통은 60년이…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 중인 한국 선수들이 안현수 후폭풍 때문에 ‘야코가 많이 죽었다’고 한다면 눈총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성적이 안 좋은 것도 언짢은데 그걸 ‘일본말’로 꼬집었다고 해서 말이다. 그러나 ‘야코죽다’ ‘야코죽이다’에 쓰이는 ‘야코’는 일본말이 아니다.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