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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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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맨드리’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맨드리’

    “선생님, 땟물이 훤하십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인사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얼굴을 찡그리거나 화를 낼 성싶다. 땟물 하면 ‘때가 섞여 있는 더러운 물 또는 때로 범벅이 된 땀이나 물기’를 떠올릴 테니. 하지만 놀라지 마시길. 땟물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자태나…

    • 20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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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책가위’와 ‘보람’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책가위’와 ‘보람’

    새로운 학년이 시작될 때면 묘한 설렘에 가슴이 부풀었다. 새 교과서의 겉장이 닳을까 봐 달력 종이 등으로 정성껏 싸곤 했다. 지금은 추억으로나마 남아 있을는지. 그런데 책 겉장을 싸는 행위나 그런 종이를 가리키는 말이 있으리라곤 짐작조차 못 했다. ‘가의(加衣), 책가위, 책가의(…

    • 20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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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괴발개발과 개발새발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괴발개발과 개발새발

    한밤중 내리는 눈은 고양이 발걸음을 닮아 소리가 없다고 했던가. 사전에 화석처럼 남아 있는 ‘괴발디딤’(고양이가 발을 디디듯이 소리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는 짓)이란 낱말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고양이 발걸음 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낱말이 겹쳐 떠오른다. ‘…

    •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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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염병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염병

    “죽을죄를 지었다”며 사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여기는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며 어깃장을 놓는다. 최순실 씨의 돌변한 행태다. 이를 지켜보던 환경미화원이 소리쳤다. “염병하네.” ‘염병(染病).’ 전염병이라는 뜻 외에 ‘장티푸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예전에 장티푸스…

    • 201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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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든지’와 ‘-던지’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든지’와 ‘-던지’

    “죽든 살든 상관없소.” 북한 형사 임철령(현빈)이 남한으로 숨어든 조직의 리더를 잡으려 물속으로 뛰어들려고 할 때 이를 말리는 남한 형사(유해진)에게 내뱉은 말이다. 남북한 형사의 수사 공조를 다룬 영화 ‘공조’의 한 장면이다. 한데 대사 속의 ‘죽든 살든’을 ‘죽던 살던’으로 …

    •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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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발감개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발감개

    양말이 한자에서 온 말이라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친숙한 물건인 데다 말맛이 좋아 순우리말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서양을 뜻하는 한자어 ‘양(洋)’과 버선을 가리키는 ‘말(襪)’이 합해진 것이다. 한자 뜻 그대로 ‘서양 버선’이다.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

    •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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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쩨쩨하다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쩨쩨하다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내일은 해가 뜬다∼” 삶이 팍팍할 때면 한 번쯤 목청껏 불러 젖혔을 대중가요 ‘사노라면’의 한 구절이다. 한데 노랫말 가운데 ‘사람이 잘고 인색하다’를 뜻하는 ‘쩨쩨하다’를 ‘째째하다’로 아는 이가 많다. 하지만 …

    •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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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손이 시려요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손이 시려요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동장군(冬將軍)의 기세가 매서울 때쯤이면 떠오르는 동요 ‘겨울바람’의 한 구절이다. ‘꽁, 꽁, 꽁’이 주는 리듬감이 멋스럽다. 한데 노랫말 속의 ‘(손이) 시려워’는 바른말이 아니다. ‘시려워’는 ‘가렵다→가려워, 두렵다→두려워, 어렵다→어려워…

    •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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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역대급이라고?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역대급이라고?

    ‘역대급 한파’ ‘역대급 신인’…. 인터넷상에 떠돌던 정체불명의 낱말 ‘역대급’이 유행하고 있다. 거의 모든 최상급에 가져다 쓸 정도다. 게다가 ‘어떤 것보다 최고 또는 최악’이라는 긍정과 부정, 모두에 쓴다. 마치 부정적인 서술어에만 쓸 수 있던 ‘너무’를 긍정적인 의미로도 쓸 수 …

    • 2017-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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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안전문과 사갈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안전문과 사갈

    ‘안전문이 열립니다.’ 2016년 마지막 날, 잊고 살던 산을 찾아가던 중 전철 안에서 들려온 안내방송이다.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와 같은 국적 불명의 안내 방송에 거북해하던 터라 귀가 번쩍 뜨였다. ‘안전문.’ 승강장과 전동차가 다니는 선로 사이를 차단하는 문이다. 평상시에는…

    • 201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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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시치미 떼다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시치미 떼다

    “모른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따지는 제5차 청문회에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은 부인(否認)으로 일관했다. ‘시치미 떼다.’ 맹탕 청문회를 보며 떠오른 낱말이다. 이는 ‘자기가 하고도 하지 않은 체하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하다…

    • 201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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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젠장!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젠장!

    진경준 전 검사장이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받은 9억5000여만 원을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직무 연관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은 데다 두 사람은 일반적인 친구 사이를 넘어 ‘지음(知音)의 관계’란 게 그 이유다. 지음은 중국 춘추시대의 거문고 명인 백아가…

    • 20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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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난도와 난이도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난도와 난이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이었다. 국어 수학 영어 만점자 비율이 모두 1% 이하였다. ‘불수능.’ 난도(難度)가 매우 높은 수능을 비난하는 말이다. 거꾸로 ‘물수능’은 난도가 너무 낮은 수능을 말한다. 더 쉬운 ‘맹물 수능’도 있다. 모두 온라인 국어사전인…

    • 20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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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후래자삼배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후래자삼배

    “뒤에 오면 석 잔이라니 자네가 더 먹어야 하네.” 우리말 보고(寶庫)라는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 나오는 대목이다. 소설 속 한온이가 황천왕동이에게 연속해서 술잔을 권하는 장면이다. ‘뒤에 오면 석 잔’이라는 건 요샛말로 ‘후래자삼배(後來者三杯)’ 아닌가. 나중에 온 사람은 석…

    •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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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천불이 나다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천불이 나다

    190만 개의 촛불이 26일 전국 곳곳에서 다시 한 번 활활 타올랐다. 억장이 무너지고 천불이 난 민초들의 함성이다. 억장은 ‘억장지성(億丈之城)’이 줄어든 말이다. 1장(丈)은 10척(尺)으로 약 3m이니, 억장은 3억 m다. 그러니 ‘억장이 무너지는’ 건, 높은 성이 무너질 때처…

    • 201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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