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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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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김윤종 기자
김윤종 기자
4, 47, 156, 800, 2000. 동아일보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취재팀에게 각별한 숫자입니다. 4 개월 동안 전국 47개 대학에서 만난 156명의 취업준비(취준)생들. 길 거리에서 건넨 펜을 들고 화이트보드에 속 얘기를 쏟아준 800여 명 의 학생들. 그리고 취재팀이 누빈 2,000km의 거리까지. 지금 이 순 간 다섯 숫자를 펼치니 취재진과 취준생들이 함께 걸어온 길이 눈에 밟히는 듯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취준생들은 상처받고 움츠린 한국 청년들의 자화상이었습니다. '더 노력하라는 기성세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을 묻는 화이트보드를 들고 숙명여대를 찾았을 때 한 여학생은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어문계열로 5년째 학교 를 다니고 있다는 그는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각종 어학 공부에 자기소개서까지 쓰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5분 가까이 고민하던 그가 펜을 내려놓고 떠난 자리에는 "죄송해요. 더 잘 할게요"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뭐가 그렇게 죄송했던 것인지, 그 말 한 마디만 남겨놓고 다시 바쁜 일상을 채우러 떠났습니다.

'청년이라 죄송합니다'는 그렇게 우리 시리즈의 이름이 됐습니다. 특히 취업난에 지친 취준생들의 마음 역시 심각하게 메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취업을 위해 3년여 동안 13개의 스펙을 쌓은 전북 전주대의 한 남학생은 자신을 '호모 스펙타 쿠스'라고 불렀습니다. 스펙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냉소적으로 진단한 언어였지 만, 보도 이후 그를 비난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부 청년들은 "하나나 똑바로 해라", "그 시간에 재수해서 대학을 바꿔라"라는 식의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청년들의 삶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경쟁에 지쳐 잠깐 팍팍해 지고 조급해진 것일 뿐, 그 어느 세대보다도 뛰어나고 밝고 긍정적인 세대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청년들이 우리의 희망이란 걸 믿습니다.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시리즈 보도 이후 정부는 청년들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청년들도 조금이나마 희망을 품어보려 한다고 답했습니다. 현실에 부닥치고 깨지면 서도 취재진과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며 이겨낸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왔습니다. "그동안 눈높이를 교정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지난달 취업 소식을 알리며 한 취준생이 전한 말이었습니다.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시리즈팀도 청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동안 청년들의 삶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특별취재팀 구성 이후 취재 방향 방식, 기사 형태와 각종 레이아웃, 편집까지 젊은 기자들의 의견을 100% 반영하고 존중해준 동아일보 선후배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시리즈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의 의지와 아이디어가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만나면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귀한 상을 주신 관훈클럽에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청년이라 죄송합니다'는 이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 땅의 청년들이 죄송하지 않는 그날까지…. 동아일보 청년일자리 특별취재팀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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