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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SUV 시대… 페라리도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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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SUV 시대… 페라리도 ‘탑승’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입력 2019-02-22 03:00수정 2019-0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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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자동차 칼럼
세계 최고속 SUV라고 주장하는 벤틀리의 고성능 SUV 벤테이가 스피드. Bentley Motors Limited 제공.
현대적 자동차 형태의 틀이 잡힌 20세기 초반 이후, 세단은 크기와 값을 뛰어넘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장르였다. 20세기 후반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보아도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장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여전히 세단은 많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장르지만,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줄어드는 세단의 자리를 SUV가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프리미엄과 럭셔리 브랜드들도 너나할 것 없이 SUV 만들기에 뛰어들고 있다. 대중차 브랜드에 비하면 럭셔리 브랜드 차를 사는 사람들의 소비성향은 좀 더 보수적이라는 것이 그동안의 통념이었다. 운전은 운전사에게 맡기고 뒷좌석에 앉아 편안하게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세단은 럭셔리 브랜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로 여겨졌고 지금도 같은 이유로 많은 사람이 선택하고 있다.

시험 중인 애스턴 마틴 DBX. 브랜드 성격을 고려해 SUV보다는 크로스오버로 불리기를 원한다. Aston Martin Lagonda Limited 제공
그렇다면 요즘 들어 럭셔리 브랜드들이 SUV 판매 대열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있었던 투자자 설명회에서 SUV 개발 계획을 구체화해 발표한 페라리에서 어느 정도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우선 SUV가 주류 장르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SUV 시장에 뛰어들면서, ‘페라리도 그 대열에 동참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세르조 마르키오니 페라리 최고경영자(CEO)가 생전에 추상적이나마 SUV 출시를 고려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논란은 차츰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번에 ‘푸로상게(Purosangue)’라는 이름의 SUV를 2022년에 출시한다고 못박으면서 페라리의 SUV 출시는 기정사실이 되었다. 순수 스포츠카 업체로 정통성을 중시해 온 페라리까지 SUV를 내놓기로 하면서, SUV는 틈새 장르를 벗어나 주류 장르에 편입했음이 증명된 셈이다. 페라리와 비슷하게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던 람보르기니가 ‘우루스’로, 정통 GT를 내놓는 것으로 이름난 마세라티가 ‘르반떼’로 SUV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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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될 라곤다 올 터레인 콘셉트카는 스포츠 성격이 가미된 럭셔리 SUV다. Aston Martin Lagonda Limited 제공
엔리코 갈리에라 페라리 최고 세일즈 마케팅 책임자는 설명회에서 최근 그랜드 투어링 카(그란 투리스모·G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주로 럭셔리 SUV 세그먼트가 그와 같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럭셔리 SUV를 GT라는 장르의 일부로 해석하고 있다는 뜻으로, 대중 브랜드의 SUV들이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다목적 차 개념으로 만들어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GT는 ‘빠르고 편안하며 우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장르의 차를 말한다. 즉, 자동차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험을 줄 수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 정점에 있는 차들로는 SUV의 외모를 하고 있지만 존재감이나 꾸밈새는 물론 안락함과 여유 면에서 세단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는 롤스로이스 ‘컬리넌’이나 벤틀리 ‘벤테이가’를 꼽을 수 있다.

마세라티는 자사 다른 모델에서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GT 특유의 개성을 첫 SUV 르반떼에 담았다. Maserati S.p.A. 제공
SUV에 GT의 성격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기술 발전의 영향이다. SUV는 세단과 같은 일반 승용차보다 차체가 높고 덩치가 크고 무거운 탓에, 안정감 있는 주행 특성이나 고속주행 때의 안정성을 함께 갖추기 어려웠다. 첨단 경량 소재를 활용한 차체 구조, 최신 전자제어 기술 등을 통해 과거에 불가능했던 것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SUV도 충분히 빠르고 편안하며 우아하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에어 스프링이나 가변 조절식 쇼크 업소버 같은 장치가 있으면 주행 조건에 따라 차체 높이와 승차감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지능화된 전자제어 네 바퀴 굴림(4WD) 장치와 구동력 제어 장치는 차의 속도나 지형에 관계없이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이런 최신 기술들 덕분에 고성능과 승차감의 양립이 가능해졌고, SUV도 GT가 될 수 있었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외모만 SUV일뿐 모든 면에서 럭셔리 세단의 확장판이다. Rolls-Royce Motor Cars Limited 제공
럭셔리 브랜드 차를 사는 사람들의 폭이 과거보다 훨씬 더 넓어진 것도 럭셔리 브랜드들이 SUV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중국 등 최근 몇십 년 사이에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나라들이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소비 시장으로 떠올랐다. 경제사회적 변화들은 럭셔리 카 소비자의 변화로 이어졌고, 전통적인 장르의 럭셔리 카들로는 온전히 소화할 수 없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럭셔리 SUV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소비자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은 럭셔리 SUV도 브랜드나 모델에 따라 서로 다른 개성을 담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페라리 푸로상게도 브랜드 성격을 반영해 타 브랜드 럭셔리 SUV에 비하면 스포츠카 성격이 더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곧 출시될 예정인 애스턴 마틴 ‘DBX’나 3월에 열릴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는 라곤다(애스턴 마틴의 자매 브랜드)의 ‘올 터레인(All Terrain)’ 콘셉트카도 그렇다.

특히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SUV를 SUV라 부르는 것을 불편해 하고, 오히려 크로스오버(crossover)라는 중의적 표현을 주로 쓴다. SUV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여전히 실용성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더불어 장르에서도 다르다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도 우루스를 내놓으며 SUV 시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 Automobili Lamborghini S.p.A. 제공
대중 브랜드에서 시작된 SUV 붐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거쳐 이제 럭셔리 브랜드로 확대되고 있다. 럭셔리 SUV는 사실상 시작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각 브랜드의 성격과 능력을 공들여 담은 모델들이기는 하지만, 럭셔리 SUV가 21세기의 GT로 자리매김하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지켜봐야 한다.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이제는 모델이 다양화되며 소비자들의 구체적 취향을 채우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오랫동안 더디게 변화해 온 럭셔리 카 브랜드들이지만, 첫 SUV들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는다면 차츰 더 다양한 모델로 가지를 뻗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럭셔리 카의 주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열릴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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