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입점하자마자 매출 1위… 독특한 디자인으로 젊은층 불러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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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 몬스터’ 스토리

국내 선글라스 업체 ’젠틀 몬스터’는 서울 논현동, 홍대점을 비롯해  종로구 계동 목욕탕 등에 독특한 컨셉트의 쇼룸을 선보였다. 젠틀 몬스터는 한국의 안경을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생각으로 제품과 공간 디자인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젠틀몬스터 제공
국내 선글라스 업체 ’젠틀 몬스터’는 서울 논현동, 홍대점을 비롯해 종로구 계동 목욕탕 등에 독특한 컨셉트의 쇼룸을 선보였다. 젠틀 몬스터는 한국의 안경을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생각으로 제품과 공간 디자인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젠틀몬스터 제공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2층. 즐비한 패션 매장 사이로 유독 20, 30대 젊은층이 바글거리는 곳이 있다. 진열된 상품을 자유롭게 만져보고 연출해 보고 ‘셀카’를 찍어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이곳은 선글라스 매장인 ‘젠틀 몬스터’다.

이 매장은 날고 기는 명품과 국내 인기 브랜드들이 한 곳에 모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여러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 3월 입점하자마자 선글라스 매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본점(명품관 에비뉴엘 포함) 평당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매장 전체의 월 매출액은 백화점 패션 매장 평균 매출액의 5∼6배에 달한다. 또 해외 관광객 비중이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 선글라스 시장의 K-패션을 이끄는 셈이다.

강전완 롯데백화점 수석 바이어는 “최근 젊은층은 누구나 아는 명품 선글라스보다 디자인 감성이 뚜렷한 제품을 선호한다”며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 백화점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주요 점포 6곳에 젠틀 몬스터 매장을 냈더니 젊은층이 대거 몰려 놀랐다”고 말했다.

‘하우스 선글라스’ 돌풍

선글라스는 한때 해외여행을 떠날 때 면세점에서 꼭 구입해야 할 품목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았다. 선글라스 다리에 커다란 명품 로고가 박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러워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안경과 선글라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핸드백의 브랜드 로고가 작아지고 아는 사람만 아는 독특한 핸드백이 인기를 얻듯, 선글라스도 이른바 ‘하우스 브랜드’가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우스 브랜드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소량생산 브랜드를 칭한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배우 박신혜가 쓰고 나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선글라스도 하우스 브랜드 제품이었다. 일본에서 온 수제 브랜드 ‘히어로즈’의 미러 선글라스다.

한국의 하우스 브랜드 돌풍은 젠틀 몬스터가 이끌고 있다. 이 브랜드는 창업 스토리도 독특하다. 창업자인 김한국 대표(35)는 금융 대기업 출신이다. ‘대기업이 싫다’며 영어 교육회사로 이직했다가 패션 아이템화되고 있는 안경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안경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그게 바로 젠틀 몬스터다. 2011년 4월 여느 벤처회사처럼 직원 대여섯 명과 함께 서울 가산 디지털단지에 터를 잡았다.

창업 초기부터 젠틀 몬스터에서 일해 온 박세진 젠틀몬스터 영업팀장은 “처음에는 ‘고객이 써보고 싶은 안경을 집으로 보내준 뒤 선택하게 한다’는 아이디어로 온라인 안경 사업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몇 달 만에 적자에 허덕이게 됐고,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결국은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디자인에 과감히 투자하기 시작했다. 기존 안경이나 선글라스와 다른 파격적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빈티지하면서 두꺼운 테를 제작해 봤다. 가산동 아파트형 공장의 쇼룸도 명품 브랜드처럼 예술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한 번이라도 방문한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독특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공들여 디자인한 제품 하나하나마다 이름도 지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 중 ‘트램 씨’ 모델이 입소문을 탔고, 가산동 쇼룸에 한 번이라도 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퍼뜨리면서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들의 눈길도 끌게 됐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가 젠틀 몬스터 선글라스를 8번 썼지만 이는 간접광고(PPL)가 아니었다. 박 팀장은 “디자인이 독특하다 보니 색다른 것을 찾는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들이 젠틀 몬스터 쇼룸에 하나 둘 찾아오더라”고 말했다.

젠틀 몬스터가 서울 종로구 계동길 골목에 있는 낡은 목욕탕을 개조해 선보인 쇼룸. 젠틀몬스터 제공
젠틀 몬스터가 서울 종로구 계동길 골목에 있는 낡은 목욕탕을 개조해 선보인 쇼룸. 젠틀몬스터 제공
‘한국의 안경을 세계에 널리 알린다’

350개. 젠틀 몬스터가 매년 내놓는 신제품 개수다. 이 중에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제품들이 있다. 뱀 뼈로 제작하거나 더 나아가 자수 디자인을 적용하기도 한다. 제품당 제작 수량도 한정적이다.

매장도 특이하다. 서울 홍대 '퀀텀' 쇼룸은 25일에 한번씩 1층 인테리어가 바뀐다. 제품뿐 아니라 공간 디자인이 브랜드 체험을 강화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4월 홍콩 편집매장 I.T에 입점하면서 선보인 쇼윈도 디자인도 화제가 됐다. 지난달 말에는 서울 종로구 계동길 골목에 위치한 낡은 목욕탕 ‘중앙탕’에 국내 4번째 쇼룸을 냈다. ‘배스 하우스’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새로운 공간 디자인을 선보였다. 중앙탕은 1968년까지 서울 중앙고등학교 운동부의 목욕탕이었고 1969년부터 동네 주민의 사랑을 받는 대중탕으로 45년여를 버텨오다 지난해 문을 닫은 곳이다.

박 팀장은 회사의 비전이 ‘한국의 안경을 세계에 널리 알린다’라며 “200∼300달러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이너 브랜드를 앞세우기 위해 제품과 공간 디자인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선보인 젠틀 몬스터의 선글라스는 메탈과 뿔테(아세테이트 소재)의 조화가 돋보이는 제품들이 인기다. ‘앱상트’ ‘러브썸’ ‘러브썸원’ 등이 대표적이다. 선글라스의 다리 부분이 메탈로 되어 있어 선글라스를 썼을 때 정면의 느낌과 옆에서 본 느낌이 다르다. 선글라스 윗부분과 다리는 뿔테 소재이고, 아랫부분만 메탈로 매치한 제품들도 있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라인 중에서는 ‘임브로이더리(자수)’ 제품이 눈에 띈다. 김영원 작가와 협업한 이 제품은 측면에 다양한 깃발 모양 자수 장식이 있다. 과거 해적들이 전투에서 승리를 염원하며 깃발을 모으던 행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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