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영국·네덜란드·프랑스… 역사가 담긴 봄정원을 걸어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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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봄 축제로부터의 초대장

프랑스 중세 도시 쇼몽 쉬르 루아르에서 펼쳐지는 ‘쇼몽인터내셔널 가든 페스티벌’의 입구 화단. 고풍스러운 중세 성을 배경으로 매년 환상적인 가든쇼가 펼쳐진다. 임종기 씨 제공
프랑스 중세 도시 쇼몽 쉬르 루아르에서 펼쳐지는 ‘쇼몽인터내셔널 가든 페스티벌’의 입구 화단. 고풍스러운 중세 성을 배경으로 매년 환상적인 가든쇼가 펼쳐진다. 임종기 씨 제공
영국의 봄에 초대를 해 준 친구의 집에서 돌아가는 길, 계속해서 그녀의 정원이 아른거렸다. 그러니 그 안에서 식물을 심고, 꽃 피는 것을 즐겼던 그녀의 머리와 가슴에는 얼마나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고 향기가 가득했을까. 그 봄의 초대는 기억 속의 영상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유학시절의 따뜻한 추억이다.

봄이 오면 영국뿐 아니라 온 유럽이 ‘꽃 난리’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자생종의 몇 배가 넘는 재배종을 만들어왔다. 이들은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예전에 없었던 식물의 색감과 모양을 즐기고 감상하는 일에 꽤나 많은 노력과 돈과 시간을 소비한다. 정원 문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누리는 가장 최고급의 사치 문화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 이 사치와 호사가 낭비나 과욕으로 보이지 않는 건 식물이 우리에게 돌려주는 정신적 물질적 ‘힐링 파워’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유럽의 봄 정원이 보내는 ‘초대장’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네덜란드 쾨켄호프 가든 페스티벌

올해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봄 축제인 ‘쾨켄호프 가든 페스티벌’은 3월 20일∼5월 17일까지 약 두 달간 펼쳐진다. 수선화, 히아신스, 튤립, 무스카리, 크로커스 등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알뿌리 식물들로 공원이 그야말로 만발이다. 알뿌리 식물들은 알 하나에서 안테나 같은 꽃대를 올린 뒤, 알뿌리만큼 크고 탐스러운 꽃을 피워낸다. 그래서 어떤 식물보다 상대적으로 꽃이 크고 색상도 화려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튤립과 수선화를 재배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식물의 재배 농가 또한 조직적이면서 그 수도 어마어마하다. 이 재배 농가들에게 공원의 일정 면적을 주고 가을에 알뿌리를 심게 한 뒤, 꽃을 피울 시기가 되면 거대한 구근(알뿌리) 식물 축제를 여는데 그 축제의 이름이 바로 쾨켄호프 페스티벌이다. 재배 농가를 홍보하는 자리이면서 구근식물을 더 많이 사가게 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원예 농가가 진행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원색의 색감으로 가득한 꽃 세상을 만끽할 수 있다.

쇼몽
프랑스 쇼몽 인터내셔널 가든 페스티벌

프랑스의 작은 시골마을을 세계적인 정원의 명소로 만든 ‘쇼몽 인터내셔널 가든 페스티벌’은 올해 4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다. 1992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미술가, 건축가, 정원사, 가든 디자이너 할 것 없이 영역에 구별을 두지 않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만들어 낸 실험적이면서도 예술성이 강한 정원디자인 작품을 한 해 약 25편 선보인다.

쇼몽 페스티벌은 231m²(약 70평) 정도의 정원에 식물과 구조물이 조화를 이루는 정원 작품은 이미 그 독창성으로 가든 디자인의 새로운 경향을 읽어내는 중요한 축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주최 측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의 예술가에게 제작비와 설치비를 지원해 준다. 가든 페스티벌에 맞춰 오래된 중세 도시인 쇼몽 쉬르 루아르 전체가 꽃단장을 하고 고풍스러운 멋을 뿜어내는 것도 큰 볼거리다.

첼시 플라워 쇼
첼시 플라워 쇼
영국 런던 첼시 플라워 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원예 및 가든 디자인 쇼인 ‘첼시 플라워 쇼’는 영국 런던에서 매년 열린다. 올해에는 5월 19일부터 23일까지. 15만7000장의 표가 행사가 시작하기 몇 달 전부터 완전히 매진되기 때문에 가든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이 쇼의 입장권을 예매하는 일이 봄의 시작으로 생각한다.

첼시 플라워 쇼는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던 신품종 재배 식물만 해도 매년 200여 종이 발표될 정도로 권위가 높다. 이와 더불어 가든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감각을 보여주는 쇼 가든은 마치 패션쇼를 보여주듯 그해의 정원 경향을 앞서 보여준다.

쇼 가든 중에는 331m²(약 100평) 남짓한 부지에 1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만든 럭셔리 정원도 소개된다. 정원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셈이다. 최근에는 각국 정부나 기업이 첼시 플라워 쇼에 참여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어 쇼가 좀 더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워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글=오경아 가든 디자이너·‘정원의 발견’ 저자

사진=임종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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