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척추 협착증, 대부분 그냥 두어도 나빠지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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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협착증을 수술하느냐 마느냐로 많은 환자들이 고민한다. 이에 대한 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사항만 유의하면 보다 현명한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93년에 비해 2008년에는 척추 수술이 7배 혹은 그 이상 증가했다. 2001년에서 2010년까지 미국에서 척추수술에 들어간 병원비만 최소 287조 원이며 다른 비용까지 합하면 500조 원 혹은 그 이상이다. 2010년 우리나라 예산이 290조 원 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비용인지 대략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척추 수술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미국은 같은 시기에 영국보다 3배 이상 수술이 많았다. 유럽에서 수술을 많이 하는 영국보다도 2배 이상 많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수술 후 합병증이나 통증이 악화되는 비율도 미국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더할지 덜할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수술을 더 많이 하고 실패율이 높은 이유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상당수의 환자가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자기공명영상(MRI)에 의존하는 진단방법은 많은 오진을 남겼다. 또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진 상류 사회 사람이 수술에 보다 신중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법적인 대항력이 낮은 유색인이나 이민자 등과 같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수술을 시행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이 수술은 완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퇴화하는 어느 과정에 있고 수술이 퇴화를 막지는 못하므로 완치와는 상관없다. 오히려 수술 부위는 더 빨리 퇴화한다. 일부 논문들이 수술 후 70% 혹은 그 이상의 환자들이 만족한다고 말하지만 직장에 복귀하는 정도는 전혀 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일부 논문들의 결과를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또 통증조차 수술을 하지 않은 환자보다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적어도 25% 정도는 재수술을 하게 되고, 재수술의 결과는 매우 좋지 않으며 척추융합수술의 75%에서 엉덩이 천장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찾아왔다는 보고도 있다.

수술로 인한 사망이나 시력을 잃게 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1992년 존슨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척추 협착증에 걸리면 나중에 훨씬 장애가 심해질 것으로 걱정하는데 아무 치료를 하지 않은 채 수년이 지나도 70%는 증상이 악화되지 않으며 15%는 증상이 오히려 호전됐고 15%는 증상이 악화됐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고 관찰하는 것도 괜찮은 치료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은 최악의 경우에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란 장애가 초래되는 경우다. 장애의 심각성이 우려된다면 빠른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척추수술이 필요하다면 경험 많은 노련한 의사와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며 진리에 근거한 다양한 의견을 참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강 안강병원장
#척추협착증#척추#협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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