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Travel]아프리카 땅에 등을 대고 누우면 대지의 숨소리가 들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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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기자의 힐링투어]아프리카 여행의 진수 ‘오버랜드 트러킹’

빨간 비행기에 날개 대신 붙인 꺋솔리테어’라는 간판. 꺋지상에서 가장 고독한 곳’임을 상징하는 지명인데 나미브사막 한중간의 이곳엔 실제로도 로드하우스(자동차 휴게소) 겸 롯지 딱 하나뿐이다. 거기서 캠핑 중에 새벽 3시경 잠이 깨어 텐트 밖으로 나왔는데 이 사진이 그때 지평선을 이룬 사막의 내 머리 위로 펼쳐진 밤하늘 풍경이다. 저 별 가운데서도 뿌옇게 대각선으로 무리를 이룬 것이 은하수(Milky Way 혹은 Galaxy)다. Cannon EOS5D 마크2 20mm EF렌즈(F2.8) 30초 ISO4000. 솔리테어(나미비아)=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빨간 비행기에 날개 대신 붙인 꺋솔리테어’라는 간판. 꺋지상에서 가장 고독한 곳’임을 상징하는 지명인데 나미브사막 한중간의 이곳엔 실제로도 로드하우스(자동차 휴게소) 겸 롯지 딱 하나뿐이다. 거기서 캠핑 중에 새벽 3시경 잠이 깨어 텐트 밖으로 나왔는데 이 사진이 그때 지평선을 이룬 사막의 내 머리 위로 펼쳐진 밤하늘 풍경이다. 저 별 가운데서도 뿌옇게 대각선으로 무리를 이룬 것이 은하수(Milky Way 혹은 Galaxy)다. Cannon EOS5D 마크2 20mm EF렌즈(F2.8) 30초 ISO4000. 솔리테어(나미비아)=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사람은 왜 끊임없이 여행을 떠나는가.

지난 20년간 기자가 여행분야를 취재하는 동안 늘 제기해온 질문이다.

여행은 고행이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말이 딱 맞다. 여행의 어원도 그렇다. 영어 트래블(Travel)은 라틴어 ‘트리팔리움(Tripalium)’에서 왔다. ‘Tri(3)’와 ‘Palium(기둥)’의 합성어인 ‘트리팔리움’은 2세기 고대로마의 고문기구였다. 나무기둥 두 개로 만든 십자가에 사람의 사지를 묶은 뒤 다른 기둥으로 세워 화형을 시키거나 땡볕 아래 뒀다.

그게 여행을 뜻하게 된 것은 예수의 죽음 이후 널리 퍼진 초기 기독교 교인의 로마와 예루살렘 순례가 계기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순례가 고난의 여행임은. 하물며 길도 험한 그 당시야 오죽했을까. 순례자의 힘든 여정을 보며 당시 사람들은 트리팔리움의 고통을 떠올렸을 게 분명하다.

나미브사막의 소수스플라이에 있는 듄포티파이브(Dune45). 광대한 사구지대다.
나미브사막의 소수스플라이에 있는 듄포티파이브(Dune45). 광대한 사구지대다.
지난 주말 나는 열흘간의 아프리카 취재여행에서 돌아왔다. 희망봉(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있는 아프리카대륙 서남단의 케이프타운을 출발해 북쪽에 이웃한 나미비아의 나미브사막을 버스로 개조한 트럭(5.5t)으로 이동하는 오버랜드 트러킹(Overland Trucking)이다. 이동거리는 3000km. 바비큐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사막오지의 캠프사이트에서 슬리핑백에 들어가 잠을 자는 여행이다.

오버랜드 트러킹은 아프리카대륙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여행방식이다. 19세기에 유럽열강이 아프리카대륙을 침탈하던 시절, 트럭은 사막과 늪, 산악과 황무지로 이어진 대륙의 오지를 헤집고 다닐 때 가장 유용한 수단이었다. 야생동물의 위협을 막는데도 역시.

7월 중순의 적도 아래 남아프리카는 겨울이다. 최저기온은 4∼6도. 하지만 한밤의 찬 기운은 영하 2도를 적정온도로 제작한 슬리핑백마저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로 추웠다.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텐트를 치고 접고, 트럭운전사와 동행한 요리사가 만들어준 음식을 야외에서 먹으며 오지의 비경을 탐한다. 하루 평균 500km를 털털대며 달리는 트럭 캐빈의 좌석에 앉아 목적지를 찾아가는 길도 녹록지 않았다.

오버랜드 트러킹은 트리팔리움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통상의 배낭여행에 비긴다면 분명 ‘사서 고생’급의 험난한 여행이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하고 참가했다면 별 도리 없이 감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자의 경우는 달랐다. 이미 5년 전에, 그것도 20일 동안 남아공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등 4개국에 걸친 5900km의 오버랜드 트러킹을 경험해서다.

아프리카 오버랜드 트러킹 도중 나미비아의 사막 한중간 캠핑사이트에서 저녁식사.
아프리카 오버랜드 트러킹 도중 나미비아의 사막 한중간 캠핑사이트에서 저녁식사.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 고생스러운 여행에 다시 참가하게 만든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행복’이다. 그 행복은 일상에서는 만날 수 없는,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피안(彼岸)의 자연과 만남에서 온다. 자연과의 조우는 진(眞)과 선(善)과의 조우로 이끈다. 아프리카 땅에 등을 대고 누우면 들려오는 다정스러운 대지의 숨소리, 지평선에서 지평선으로 이어진 반구의 밤하늘을 뽀얗게 물들인 은하수, 태초의 고요를 연상시킬 만큼 장엄한 무소음의 절대 침잠도 경험할 수 있다. 사막으로 한 발자국씩 걸음을 더 들인다는 것은 원시의 순수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두 번째 여행에서는 나를 아프리카대륙에 끌어들인 이유를 하나 더 발견했다. 더 많이 아프리카를 이해하게 되면서 얻는 지식과 거기서 오는 희열이다. 그것은 방랑자가 고향에 돌아와 느끼는 감격과도 같은 것이다. 기자는 그것이 죽음마저 마다 않고 성지를 향해 나아가던, 그래서 자신의 믿음에 더더욱 확신을 갖게 된 순례자의 환희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건 결코 나 혼자만의 체험은 아닌 듯했다. 이번 여행길에는 지난번과 달리 동행이 있었다. 20, 30대의 젊은이 14명과 60, 70대의 중장년 17명이다. 이들에겐 아프리카도, 사막도, 오지캠핑도 그리고 오버랜드 트러킹도 처음이었다. 온종일 먼지 풀풀 날리는 팍팍한 사막과 황무지를 하루 500km 이상 달리며 풍찬노숙으로 보낸 닷새간의 트럭여행, 오금을 펴지 못할 정도로 엄습해오는 나미브사막의 밤 추위….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일 것 같아 선택했다는 이 여행은 그들의 호기심과 열정을 무참히 꺾고도 남을 만큼 혹독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표정은 여행 내내 행복했다. 이유는 나와 다르지 않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와 현생인류를 잉태한 이 대륙에서 부지불식간에 모성(母性)을 느끼고, 고사한 듯 보이는 사막식물이 물 한 방울에 금방 꽃을 피우며 생기를 되찾는 그 놀라운 생명력에서 잃었던 희망을 보아서다. 그리고 역시 나처럼 이제껏 알지 못했던 아프리카대륙을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열락에 가까운 행복을 느껴서다. 몸은 지쳐도 마음만은 생동했으니 그들도 순례자의 환희를 경험했음에 틀림없다. 내가 그렇게 장담할 수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 일행 다수가 내년에 다시 이 아프리카대륙에서 오버랜드 트러킹으로 새로운 곳을 향해 여행을 떠나자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권한다. 세상사에 심드렁해졌거나, 삶의 의욕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떠나보시길. 어디든 어떤 방식이든 좋다. 하지만 나는 굳이 이 오버랜드 트러킹을 제안한다.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다. ‘당신이 좋은 사진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이 사막에 더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서’라고 설파한 어느 디지털카메라의 광고카피를. 그 말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머리가 아니라 온 몸으로 아프리카를 체험하고 싶다면 이 오버랜드 트러킹에 도전하라고.

아프리카가 어떤 곳인가. 지구 최초의 생명체(단세포)가 등장(에토샤 팬·나미비아)했고 500만 년 전 사람의 원형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태어난 곳이다. 두 발로 일어선 뒤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고 불을 사용해 지능이 향상된 호모에렉투스(직립보행인류)의 고향 역시 아프리카다. 따라서 아프리카여행은 170만 년 전 비로소 이 대륙을 떠나 세상으로 퍼져나간 호모에렉투스의 유전인자를 찾아가는 귀향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프리카여행은 다른 여행과 다르다. 특히 오버랜드 트러킹만큼은 더더욱.

▼ Travel Info ▼

10일간 트러킹 여행지: 관광 2일+트러킹 6일. ①케이프타운: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케이프반도의 유서 깊은 무역항. 반도의 끝 케이프포인트는 아프리카대륙 최서남단으로 그 옆이 희망봉. ②오렌지 강: 남아공과 나미비아의 국경을 이루며 대서양에 흘러든다. 카누여행을 즐긴다. ③피시리버캐니언: 그랜드캐니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협곡(깊이 550m 길이 160km). ④소수스플라이&데드플라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미브사막의 사구지대. 듄45 하이킹과 데드플라이 사구트레킹을 즐긴다. ⑤빈트후크: 나미비아 수도.

오버랜드 트러킹 코스: 캠핑장비를 실은 대형트럭에 사람을 태우고 아프리카대륙의 오지를 질주하는 장거리 배낭여행. 대형트럭(5.5t)의 화물적재함에 좌석(20∼25인석)을 장착한 트럭을 이용한다. 전(全) 코스는 나이로비(케냐)∼응고로고로(탄자니아)∼잔지바르 섬∼말라위∼모잠비크∼빅토리아폭포(짐바브웨)∼오카방고델타(보츠와나)∼에토샤 팬∼나미브사막∼피시리버캐니언(이상 나미비아)∼케이프타운(남아공)의 1만2000km(총 41∼56일 소요). 트럭 한 대에 스태프는 2명(가이드 겸 운전기사와 조리사)이며, 캠핑장비(텐트 식기)와 매끼 식사도 제공한다. 기자가 이번에 다녀온 10일 코스는 케이프타운과 희망봉투어(2박)에 트러킹(캠핑 4박+롯지 1박)을 연계한 주문코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케이프타운∼빅토리아폭포 19박 20일 일정.

관련기사: △굿모닝 아프리카(1∼6회): 2010년 5∼7월 △조성하전문기자의 그림엽서:2015년 5월 13일자.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검색 가능.

주문형 상품: 베스트래블(www.bestravel.co.kr)은 케이프타운 관광(2박)을 포함한 10일 일정(트러킹 6일) 오버랜드 트러킹을 모객(20명) 중. 9월 23일 출발, 330만 원(비자발급비 별도). 02-397-6103

남아공·나미비아=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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