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 Beauty]복강경-로봇 등 첨단 기술로 최소절개 ‘암수술 잘하는 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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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학을 달린다/서울성모병원]
“위암 분야 세계적 기술 보유” 명성… ‘침묵의 살인자’ 간암 치료에도 성과

30대 여성 경모 씨는 올해 초부터 속 쓰림 증상이 심해졌다. “혹시 큰 병 걸린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젊으니 괜찮을거야”라며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 먹으며 참았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커졌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위내시경검사를 받았지만 궤양조차 찾지 못했다. 불안한 마음에 경 씨는 좀더 큰 병원인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놀랍게도 의료진은 경 씨의 위에서 암세포를 발견했다. 암세포가 위 점막 아래에 있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도 찾지 못했지만 의료진이 위에 3, 4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내시경으로 암세포를 추적했고 결국 발견해냈다.

위암센터장 박조현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위암은 얼마나 빨리 암세포를 찾아내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진다”며 “MRI로 찾지 못하는 암세포는 장기를 덮고 있는 복막에 뿌리를 내리거나, 림프샘에 전이될 가능성 높아 추적하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팀이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최소절개로 접근하는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팀이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최소절개로 접근하는 복강경을 이용해 수술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첨단기술로 암 수술 1등급


서울성모병원은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에서 위암, 대장암, 간암 등 다빈도 암 수술 실적 1등급을 받는 등 ‘암 수술 잘하는 병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암 수술 상처를 최소 부위만 내는 수술법(최소침습법)과 로봇 수술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기존의 째는 수술은 출혈, 감염 발생의 위험, 수술 후 통증, 장기입원, 긴 흉터 등 부작용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복강경이나 로봇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 최소한으로 절개하는 최소침습수술 시대가 열렸다. 암환자의 생존율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생존 자체보다는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복강경 수술은 배를 열지 않고 0.5∼1.5cm 크기의 포트라는 플라스틱 튜브를 이용해 배 부위에 구멍 4, 5개를 내고 진행된다. 튜브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복강 내 공간을 만든 후 몸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시경과 수술 기구를 넣고 모니터를 보며 수술한다.

다빈치 로봇은 의사가 로봇 조종석에 앉아 540도로 자유롭게 돌아가는 4개의 로봇의 팔을 이용해 수술하는 첨단 장비다. 손동작에 비해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해 인간 손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암 생존율 30% 세계 최고수준

서울성모병원은 특히 위암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갖췄다는 명성을 얻고 있다.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병원이 외과학저널 ‘Annals of surger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의 위암 환자 생존율은 30%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암세포가 전이되기 쉬운 림프샘의 절제술 △빠른 손놀림 △암이 생긴 국소 부위와 부근 림프샘을 함께 도려내는 근치적(根治的) 암 수술 기술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75세 이상 고령환자의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는 암세포가 전이됐거나, 종양을 완전히 떼어내기 어려운 75세 이상 고위험 환자 21명의 수술 후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수술 후 입원기간은 75세 이상 연령군이 75세 이전 환자보다 길었다. 하지만 합병증, 사망률 등은 차이가 거의 없었다.

초기에 발견이 힘들어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간암 치료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간암환자들은 간경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간 기능 저하상태에서 절제술을 시행하면 간부전증으로 생명을 잃을 위험성이 있다.

서울성모병원 간암 수술팀은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다학제 시스템을 가동해 암의 진행 정도와 기능 상태에 따라 안전하고 결과가 좋은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해 수술을 결정한다.

특히 윤승규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암센터장(소화기내과)은 메트로놈 요법, 비드삽입색전술 등 비수술적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유영경 교수는 배꼽 부위에 단 한 개의 구멍만을 뚫어 수술하는 단일통로(싱글포트) 복강경 시술법을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간암 수술은 약 20%의 환자만 받을 수 있다. 이미 간암은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최후에 기대할 수 있는 간암 치료가 바로 간 이식이다.

서울성모병원은 1993년 최초 간 이식 수술에 성공한 이래 약 800건의 이식을 진행했다. 이식 성공률은 95%로 국내 평균인 89.5%를 웃돌고 있으며, 미국에서 간 이식을 잘한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병원(85%), 피츠버그의대 병원(82%)보다 앞서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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