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 Beauty]로봇재활… 아바타 실험…영화에서 본 바로 그 기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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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학을 달린다]국내 대형병원들의 첨단 의료 현장

뇌경색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한 남성 환자가 서울대병원에서 로봇을 이용한 재활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뇌경색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한 남성 환자가 서울대병원에서 로봇을 이용한 재활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올해 2월 뇌경색(뇌혈관이 막힘)으로 쓰러진 유모 씨(67)는 아직 재활 중이다. 그는 왼쪽 다리에 힘이 없어서 부축 없이는 혼자 걷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 씨는 5월 퇴원 후 동네 재활의학과에서 주 2회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병원까지 가고 오는 게 어려워 도우미를 고용해 집 주변 산책로에서 운동을 했지만 비전문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2주 만에 그만뒀다. 유 씨는 지인의 소개로 서울대병원 로봇재활센터를 방문한 뒤 답답했던 가슴이 풀렸다. 보호자 없이도 보행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로봇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로봇은 환자의 몸통을 고정시키면서도 고관절, 무릎, 발목을 움직여 보행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의료인이나 활동보조인 없이도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에 장착된 센서는 환자의 생체신호를 인식해 보행 속도를 시속 0.3∼3km로 조절한다. 걸을 때 지면과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장치도 달렸다.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로봇 재활은 기존 재활 기구보다 효능이 뛰어나다. 유 씨처럼 여러 재활훈련에 지친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로봇수술에서 로봇재활까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최첨단 의료 기술이 국내 병원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형 대학병원들 사이의 경쟁이 날로 심해지면서 최첨단 의료장비, 기술, 수술법 도입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환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첨단 의료기술 현장을 둘러봤다.

의료기술 발전 속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분야는 바로 로봇이다. 단순히 사람의 수술을 대신하는 것을 뛰어넘어 다양한 분야의 의료 행위를 정밀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수술 중 자기공명영상(I-MRI) 장치가 대표적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도입한 I-MRI는 뇌 수술 중 뇌병변이 정확하게 절제됐는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장비다. 이전까지는 수술 전에 종양의 크기와 위치를 확인하고, 수술 후에 다시 영상을 찍어봐야 했다. 하지만 I-MRI를 이용하면 병변 부위가 정확하게 절제됐는지, 혹시라도 남아 있는 부위가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덕분에 한번에 종양이 깔끔하게 제거되지 않아도 곧바로 재조치가 가능하다. 장종희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정상 뇌와 종양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부위를 수술할 때도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기계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 암병원은 방사선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로보틱 IMART를 4월 도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치료 중 실시간으로 종양의 위치를 추적해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쏘기 때문에 안전성과 수술 효과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다.

3차원 프린트 기술 도입

최첨단 3차원(3D) 프린트 기술을 의료 현장에 접목하는 시도도 늘고 있다.

3D 프린트는 컴퓨터에서 3차원으로 제작된 설계도면대로 실제 제품을 찍어내는 기계다. 일반 문서 출력 프린터의 3차원 버전인 셈. 3D 프린트 기술은 주로 성형외과에서 이용돼왔다. 골절 환자의 뼈 단면을 맞추는 수술, 양악 수술 전에 모의 수술에 이용됐다.

최근에는 3D 프린트 기술로 만든 인공기관을 인체 안에 집어넣는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포스텍 조동우 기계공학과 교수와 서울성모병원의 이종원 성형외과 교수, 김성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태어날 때부터 코와 콧구멍이 없었던 몽골 소년 네르구이 바람사이 군(6)의 인공 코에 3D 프린트 기술로 만든 ‘맞춤형 인공 콧구멍·기도 지지대(Nostril Retainer)’를 넣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맞춤형 암치료도 실용화


개인 맞춤형 치료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아바타 시스템을 구축해 개인 맞춤형 치료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주도하는 ‘뇌종양 아바타 마우스 실험법’은 사람의 뇌종양 조직을 동물(쥐)에게 주입한 후 어떤 항암 치료가 가장 효과적일지 미리 실험해 보는 것이다. 아바타 마우스를 이용하면 개인의 질병에 가장 잘 듣는 약을 미리 파악해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남 교수팀은 이 기술을 5년 안에 상용화 단계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의 ‘맞춤형 암 치료’ 기술도 실용화 직전 단계에 와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6월 윈(WIN·Worldwide Innovative Network) 컨소시엄에 가입해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 프랑스 귀스타브 루시 암 연구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센터와 이 분야의 협력 모델을 만들고 있다. 2014년에는 폐암, 대장암, 악성 흑색종 환자 550여 명에 대한 맞춤형 치료를 시범적용할 계획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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