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지자체 거주 대학생, 초중고생의 ‘자기주도학습 코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사교육비와 교육격차 줄이는 서울 서대문구의 ‘착한 멘토링’


서울 서대문구가 운영하는 ‘2015 홍제·천연 멘토링 사업’에서 성실한 활동과 우수한 성적으로 상을 받은 참가자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준하, 구경모, 이주형, 윤태웅 군, 조소연, 강자윤, 황정현, 박가영 양.
서울 서대문구가 운영하는 ‘2015 홍제·천연 멘토링 사업’에서 성실한 활동과 우수한 성적으로 상을 받은 참가자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준하, 구경모, 이주형, 윤태웅 군, 조소연, 강자윤, 황정현, 박가영 양.

사교육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서 사교육에 부담을 느끼는 관내 청소년(멘티)과 대학생(멘토)을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학습·인성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가 운영하는 ‘2015 홍제·천연 멘토링 사업’이 그것. 서대문구는 ‘천연동 꿈꾸는 다락방’과 ‘홍제동 행복(연합)기숙사’를 마련해 관내 대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입주의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입주 대학생들로 하여금 지역 내 초중고교생을 위한 학습, 문화, 인성 멘토링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겪는 고질적인 방 고민을 해결하는 동시에 관내 청소년의 사교육비도 줄이는 ‘일석이조’다.

서대문구청에서 최근 열린 ‘천연·홍제 멘토링 사업 성과보고회’에서 성실한 활동과 우수한 성적으로 상을 받은 참가자들을 만났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해요”

지난 3월 대학생 180여 명은 앞으로 10개월간 멘토링할 초중고교생 멘티를 처음 만났다. 멘티는 멘토링 신청을 한 관내 초중고교생 중 학생의 참여의지가 높거나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로 선발됐다.

멘토와 멘티는 매주 1∼2회 만나 일대일 학습 멘토링을 했다. 멘토들은 먼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를 두고 멘티와 대화를 나눔으로써 멘티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도록 동기부여를 했다.

이번 성과보고회에서 학습멘토링 우수상을 받은 멘토 구경모 군(중앙대 공공인재학부)과 멘티 박준하 군(가재울중 3). 박 군은 “예전에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몰라 공부를 소홀히 했는데 멘토 형이 ‘목표를 세우라’는 조언과 함께 공부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줘 큰 도움이 됐다”면서 “지금은 혼자 집에 있어도 1∼2시간은 스스로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체 최우수상을 받은 멘토 윤태웅 군(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과 멘티 이주형 군(경기상업고 3). 윤 군은 이 군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데 멘토링의 초점을 맞췄다. 윤 군은 “멘티와 자주 만나 함께 각자의 공부를 했다”며 “기숙사 멘토링실에서 오후에 만나 새벽까지 공부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 군은 국어, 영어, 수학 내신 성적이 20∼30점씩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 군은 “멘토 형이 옆에서 응원하며 함께 있어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공부법 터득하니 성적 ‘쑥’

멘토들은 시험에 나오는 내용을 ‘족집게’처럼 찍어주기보다는 멘티와 함께 책을 찾아보며 멘티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멘티의 학교 성적이 가장 많이 오른 팀에게 주는 특별상을 받은 멘토 강자윤 양(숙명여대 경영학과)과 멘티 조소연 양(정원여중 2).

멘토링을 통해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한 조 양은 학교 수학성적이 40점이나 올랐다. 멘토 강 양은 “오답노트의 중요성을 설명해주고, 자꾸 틀리는 문제를 오답노트에 정리하고 이해하도록 이끈 것이 효과를 거둔 것 같다”고 자평했다.

멘티 41명을 대상으로 멘토링 참여 후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82.9%의 학교 평균성적이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학교성적이 오른 학생 중 25%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의 주요과목 모두 성적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3과목 이상 성적이 향상된 경우는 무려 89%에 달했다.

“동생이 또 생겼어요”

서대문구는 멘토와 멘티가 지속적으로 유대감을 쌓도록 하기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연극, 영화, 전시 등의 문화활동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지원했다. 멘토와 멘티들은 “앞으로도 계속 의지할 수 있는 형제 자매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멘토링 우수상을 받은 멘토 박가영 양(경기대 관광경영학과)과 멘티 황정현 양(연북중 3). 황 양은 “멘토 언니와 함께 영화를 보면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멘토 언니의 응원을 받고 디자이너라는 꿈을 갖게 됐다”며 “언니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고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